혼다는 6세대 어코드부터 유럽·일본형과 북미형 모델 등 2가지를 선보이고 있다. 국내 시장에 들어온 새 어코드는 북미형 모델이다. 기자는 ‘뉴 어코드 V6 3.5'를 탔다.
8세대 어코드의 변신은 외부 디자인에서 먼저 확인할 수 있다. 좀 과장해서 얘기하면, ‘이 차가 어코드 맞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차체와 실내바닥을 15mm 낮춘 것도 시각적인 풍만함에 한 몫을 한다.
차체는 구형보다 커졌다. 길이는 80mm, 너비는 25mm, 높이는 20㎜ 각각 늘어났다. 같은 회사 상위모델인 레전드(4930×1845×1455mm)와 비교해도 15mm 길고 20mm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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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진 차체 덕분인지 실내공간도 넉넉하다. 운전석의 머리공간과 무릎 공간 모두 만족스럽다. 컵홀더는 고급스런 덮개를 두어 깔끔하지만 너무 커서 작은 크기의 음료를 제대로 지지하지는 못하는 것은 아쉽다. 북미형 모델이라는 게 여기서 확인됐다.
블랙톤의 실내도 고급스러워졌다. 센터페시아(오디오가 있는 중앙 부분)엔 '실버 메탈릭 패널'이 적용돼, 고급스러움과 스포티함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뒷좌석의 센터 암레스트를 접으면 트렁크와 연결된 통로를 통해 긴 스키를 싣고도 뒷좌석에 2명이 탈 수 있다. 트렁크 왼쪽 상단의 레버를 당기면 쉽게 뒷좌석 전체를 접을 수 있다.
◆경제성과 주행성능 게다가 친환경까지 세 마리 토끼를 잡나?
이제 시동을 걸어보자. 갑자기 의아해진다. 국산 중형 세단에도 달린 스마트키가 없다는 것. 이 점을 아쉬워하는 이도 있겠지만, 오랜만에 키 돌리는 맛을 느낄 수 있었다. 키를 돌리자 베이스톤의 시동 음과 함께 엔진이 움직인다.
운전을 시작하자 SUV에 달린 것에 버금갈 정도로 커진 사이드미러가 시원하다.
실제 고속도로를 달리니, 가속 때 들리는 묵직한 엔진음이 듣기 좋다. 시속 180km까지 무리 없이 치고 나간다. 이 차의 엔진은 3.5 V형 6기통 SOHC i-VTEC로, 최고출력 275마력, 최대토크 34.6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가속이 이뤄지는 와중에도 소음이 크지 않다. 엔진 진동이 차체에 전해지는 것을 막는 ANC 시스템과 엔진 진동을 효과적으로 줄여주는 '사이드 마운트 시스템' 덕분이라는 게 혼다 측 설명이다.
국도에 들어서, 좀 심하게 구불거리는 길을 달려도 몸이 좌우로 쏠리지 않는다. 속도를 내려 정속주행을 하자 계기판에 녹색의 에코(ECO) 불이 깜빡인다. 엔진의 6개 실린더 중 3개를 꺼뜨려 기름을 아끼고 있다는 표시다. 운행 상태에 따라서 엔진 실린더를 가변적으로 사용하는 VCM(가변 실린더 매니지먼트) 기술 덕분이다.
이 때문에 연비 효율도 높은 편이다. 3.5ℓ 모델은 공인 연비가 9.8㎞/ℓ로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을 받았다. 같은 배기량의 르노삼성 SM7 뉴 아트 LE35(9.0L)는 물론이고 배기량이 작은 현대 그랜저 2.7(9.4km/L)보다 뛰어나다.
또 친환경 차로도 인정받았다. ‘저공해자동차 3종’ 인증을 받은 이 차는 수도권의 시 공영 주차장 요금 50%를 할인받을 수 있다.
◆최강의 가격경쟁력 “없어서 못판다”
신형 어코드의 가장 큰 경쟁력을 바로 ‘가격’이다. 성능이 높아졌지만 가격은 부가세 포함 3.5리터 모델이 3940만원, 2.4 모델은 3490만원으로 기존 모델과 같다.
수입차뿐만 아니라 국산차와도 충분히 경쟁할 만한 가격대다.
이미 뉴 어코드의 돌풍은 시작됐다. 뉴 어코드는 지난달 14일부터 이달 3일까지 1050대가 계약됐다. 뉴 어코드 3.5는 지난달 보름 만에 355대가 등록돼, 1월 베스트셀링 모델에도 올랐다.
지난해 수입차 돌풍의 주역이 혼다의 ‘CR-V’였다면, 올해는 혼다의 8세대 어코드를 주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