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이 '대운하' 가로막나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8.02.12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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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1호' 숭례문(남대문) 방화 사건의 불똥이 '한반도 대운하' 논란으로 튀어갈 조짐이다.

숭례문 사건을 계기로 문화재 보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문화재 훼손 우려'가 대운하 반대 진영의 핵심 논리로 부상하고 있다.

최성 대통합민주신당 제2정책조정위원장은 12일 "대운하 구간인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유역의 문화재 매장 가능 장소는 170곳이 넘는다"며 "이번 숭례문 화재 사건을 계기로 대운하 구간에 매장된 문화재 보호를 위해 '문화재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화재청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따르면 대운하 예정지 500m 범위 내에는 국보 6호 '중원 탑평리 7층 석탑'(충주 가금면) 등 총 72점의 지정 문화재와 177곳의 매장문화재가 위치해 있다. 지정 문화재에는 보물 97호 '원풍리 마애불좌상'(괴산 연풍면) 등 보물급 6점과 산성, 선사유적지 등이 포함돼 있다.

앞서 이광철 신당 의원은 대운하가 건설될 경우 적어도 37점의 지정 문화재가 훼손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의원은 지난해 10월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대운하가 건설되면 보물 180호 '신륵사 조사당'(여주 북내면)을 비롯해 각종 보물과 사적, 중요 민속자료, 천연기념물 등 37점의 문화재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전국 181개 단체로 구성된 '경부운하저지 국민행동'은 대운하를 강행할 경우 대규모 문화재 파괴가 불가피하다며 대운하 사업 저지운동을 전개 중이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문화컨텐츠학과)는 "대운하 주변에는 최대 수만곳의 문화유적이 분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발굴조사에 최소 2300억원이 들고, 2000여명에 불과한 국내 문화재 조사인력으로 정밀조사를 하려면 수십년이 걸린다"고 밝혔다.

‘대운하반대 서울대교수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이준구 서울대 교수(경제학부)는 "대운하 사업은 민자로 추진된다고 하는데, 대규모 토목사업은 그 본질상 개인적 비용과 사회적 비용 사이의 격차가 엄청나게 클 수 밖에 없다"며 "민간업자들에게 환경이나 문화재의 보존은 관심 밖의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숭례문 방화 사건으로 문화재 보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비등하면서 대운하 반대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날 인수위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서울시장 재직 당시 숭례문을 개방한 이명박 당선인을 성토하는 내용들과 함께 대운하 사업으로 인한 문화재 훼손을 우려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학재씨는 인수위 게시판에 "숯덩이 숭례문과 '이명박 운하'에 수장될 문화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인수위는 대운하 예정지역에 대해 문화재 지표조사를 실시하고, 지표조사 때 지역 전문가를 포함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문화재 훼손 가능성을 최소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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