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준비는 자기역량 강화부터

머니투데이 이경숙 기자 2008.02.0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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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머니, 행복공식 다시 쓰기]<5-2>홍기빈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노후 준비는 자기역량 강화부터


고령화 시대, 직업 없이 오래 사는 게 '리스크'인 사회가 됐다. 많은 사람들이 연금, 보험 등 금융상품에 돈을 모으면서 자신이 오래 살 리스크에 대비한다. 그런데, 내가 돈을 맡긴 금융회사는 과연 안전할까? 내 돈을 잘 굴려줄까?

홍기빈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연금에 내 모든 노후를 거는 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비현실적인 노후 대비법"이라고 잘라 말한다. 전제부터 잘 따져보란다.



"연금, 보험에 내 모든 노후자금을 넣을 때 전제는 '금융회사가 가장 효율적이고, 모든 위험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시티그룹은 지난해 손실로 174억 달러, 우리돈으로 16조4000억원에 이르는 부실자산을 상각처리했어요. 이건 어찌 봐야 합니까?"

홍 위원은 "한 사람에게 노후 준비란 단순한 돈 문제가 아니라 인생의 문제인데, 화폐 중심으로 노후 준비를 생각하면 목적과 수단이 전도된다"고 말했다. 노후에 행복(목적)하게 살기 위해 돈(수단)을 버느라 현재의 행복(목적)을 희생시키는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는 "수단은 목적에 따라 조절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취제를 마취용으로 쓸 것이냐, 자살용으로 쓸 것이냐에 따라 사용량이 달라지는 것처럼.

그렇지만 "돈 얼마 쓰겠냐?" 물어보면 대부분 사람들은 "많을수록 좋다"고 답하는 게 현실이다.

"자본사회에서 돈은 곧 가능성이니까요. 사람이 일생 동안 무한히 추구하는 것이 있다면, '가능성'입니다. 하지만 노후는 무한한 가능성을 추구할 시기가 아닙니다. 남은 시간이 제한되어 있잖아요."


그래서 고대 인도 사람들은 몸과 관계의 변화에 따라 인생을 4단계로 생각했다. 태어나 25세까지는 학습기. 성전과 직업, 다르마(인간의 도리)를 배운다. 50세까지는 가주기(家住期). 결혼해 가족을 돌보며 사회에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한다.

75세까지는 임서기(林棲期). 사회적 다르마를 완수한 후 집을 떠나 성전을 공부한다. 이후엔 유행기(遊行期). 오직 해탈을 위해 홀로 유랑한다.



고대 인도인들은 물질적 풍요로움뿐 아니라 육체적 쾌락, 사회와 이웃에 대한 책임, 영적 고민들을 모두 동일한 비중으로 중요하게 여겼다. 홍 위원은 여기서 '행복한 노후 설계법'을 찾는다.

"노후에 행복을 얻은 사람이 하루 아침에 그것을 찾았을까요? 노후에 얻는 가치와 기쁨에는 그 전에 그가 살아온 인생이 총체적으로 작용합니다. 우선 내게 가치있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거기에 필요한 물적 기반과 기술, 역량을 쌓아야 합니다."

이때 중요한 포인트는 내 역량으로 대비할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못한 부분 즉 돈으로 해결할 부분을 나누는 것이다.



"인생의 불확실성에 모두 대비하려들면 자기 역량이 축소됩니다. 현재 역량을 쌓을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자기를 발견하고 그것을 실행할 기술을 익히는 것은 돈으로 때우거나 한순간에 이룰 수 있는 과제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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