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위기 주범은 5개 투자은행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7.12.1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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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2월 회의서 모기지 파생 금융 상품 설계…시장 주도

지금으로부터 거의 3년전인 2005년 2월. 5개 월가 주요 투자은행 대표들은 대표자 회의를 통해 새로운 금융 상품인 모기지 증권 거래 표준화를 설계했다.
서브프라임 위기 주범은 5개 투자은행


이 회의에는 도이치방크, 골드만삭스, 베어스턴스, 씨티그룹, JP모간체이스의 대표 50명이 참석했다. 이들 5개 투자은행은 트레이더들과 변호사들을 대동하고 새로운 모기지 상품 설계와 거래 규칙 등에 관해 집중 논의했다.

이 회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연계 파생 금융 상품 시대를 열면서 월가와 전세계 경제의 전환점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들 5대 은행들이 새로운 파생 금융 상품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서브프라임 부실 위험을 간과함에 따라 지금과 같은 금융 위기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7일(현지시간) 전했다.

5개 은행 대표자들은 회의에서 △ 서브프라임 위험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고 △ 헤지펀드들이 미국 주택 시장 약세에 베팅하도록 허용하는 한편 △ 기관 투자자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증권 투자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표준 계약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들이 만든 도구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도율이 증가할 경우 손실이 확대되는 위험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했다. 결국 5대 투자은행들이 이 같은 위험을 간과함으로써 서브프라임 부도율이 증가하게 됐고, 투자은행과 연기금들이 보유하고 있는 모기지 증권에서 손실이 발생했다.

이 같은 손실은 글로벌 신용경색을 유발하는 요인이 됐으며, 대출 감소에 영향을 미쳐 기업 투자와 소비 감소에 영향을 끼쳐 실물 경제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이 호황기를 누리던 저금리·주택가격 상승 시기에는 투자은행과, 대출업체, 증권사, 투자자, 부동산업체, 신용평가사 등의 수익 창출에 크게 기여했다.
서브프라임 위기 주범은 5개 투자은행
하지만 저금리 시대가 열리고 주택 가격이 폭등하면서 대출을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까지 차익을 노리고 너도 나도 모기지 대출을 받으면서 문제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러다 금리가 올라가고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서 자금 상환 능력이 없는 서브프라임 대출자들이 하나둘씩 대출을 부도를 내기 시작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증가는 지금까지 800억달러에 달하는 금융기관 손실을 낳았다.

은행권 손실이 확대되면서 메릴린치, 씨티그룹, UBS 등 주요 투자은행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그리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도 증가로 촉발된 주택 경기 침체는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경기 침체 가능성을 고조시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 9월 이후 3차례에 걸쳐 1%p의 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400억달러의 단기 자금을 신용 시장에 쏟아부었다.

2005년 2월 당시 5개 투자은행이 모여 모기지 증권을 설계했던 당시 대부분의 펀드, 은행, 헤지펀드 등은 주로 채권에 투자해왔다. 채권 수익률은 사상 최저 수준에 불과해 보다 수익성 높은 투자 대상이 필요하던 시점이었다.

이날 회의를 계기로 'AAA' 등급의 모기지 증권이 10년만기 미국 재무부 채권보다 1%p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면서 시장에 선을 보이자 너도 나도 모기지 증권 투자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모기지 증권 시장이 활황을 나타내면서 모기지 대출업체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확대라는 자충수를 뒀다. 우량 채권자들이 대부분 모기지 대출을 받은 상황에서 모기지 시장이 뜸해지자 너도 나도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에게 미끼 금리로 접근해 서브프라임 대출을 늘린 것.

5개 은행들은 이날 모임을 계기로 수십억달러 규모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증권을 발행하고 고객들에게 매각하기 시작했다. 여기다 파생 금융 상품 기법을 첨가하고 적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에 레버리지 등을 더해 대규모 증권으로 탈바꿈시켰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금융기관들은 글로벌 수요를 충족시킬만한 충분한 수의 모기지 증권을 생산해 내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서브프라임 부실 증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지만, 곧 높은 수익률 때문에 묻혀버렸다.

5개 은행들의 파생 금융 기법 도입을 통한 부채담보부증권(CDO) 등의 도입이 결국 서브프라임 문제를 키웠다는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또 너무 투명성을 간과한 것도 이번 사태를 야기한 책임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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