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삼성과 '돈의 노예'

머니투데이 이백규 산업부장 2007.12.11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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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규의 氣Up] '돈을 숭배하자'는 物神化 극복의 Paradox

이명박-삼성과 '돈의 노예'


지난 주 금요일 후배 기자들과 재벌 기획회의를 마치고 때놓친 저녁식사를 위해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뒷편 철철복집을 찾았다. 복불고기에 상황버섯 발효주 천년약속, 이로써도 넘치는데 삼성과 대선이라는 핫이슈까지 곁들여져 갑론을박 끝에 결국 과식을 하고 말았고 다음날 과음때보다도 더 쓴 댓가를 치뤄야만 했다.

과유불급을 몸으로 느꼈지만 주위를 둘러보니 여기저기 지나침과 쏠림 투성이고 그 후의 고통이 예측되니 안타까울 뿐이다.



김용철 변호사는 우리를 여러번 놀라게 했지만 월급장이로선 그가 받은 거금 100억이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삼성이 역시 통이 크구나!

'돈이 충성을 낳는다'는 삼성식 보상원칙은 지금도 작동하고 있다. 평사원 급여도 국내 최고 수준이지만 임원이 되면 부인도 믿기 어려울 정도의 거금이 주어진다. 실적만큼이 아니라 그 이상을 줌으로써 감동과 자부심과 로얄티를 유발한다.



문제의 김변같이 100억원대를 받는 사람이 부지기수이고 명절 때마다 500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떡값이 배달되는 '그들만의 리그' 속 인사도 수백명이다. 삼성사태는 돈 중심의 관리시스템에 탈이 난 것이고 인간은 돈만으로 사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

이명박 후보의 인기는 진보정치 10년의 실패에 대한 반작용과 그가 가장 잘 경제를 살려낼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를 한방에 날려버린 아들 병역비리보다 훨씬 고약한 위장취업, 위장전입, 변칙영업 등이 터져나왔지만 국민들은 비도덕보다는 돈과 일자리에 매달렸다. 다른 대선후보들도, MB를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들도 경제살리기를 최고 덕목으로 꼽는 점에선 일치한다.

우리사회 최고모순은 비자금도 불황도 양극화도 아니다. 경제로의 지나친 쏠림 구조다.


얼마전 한 법관은 '나라 경제를 위한다'며 현대기아차 정몽구회장을 풀어줬다. 경제에 도움이 되는지에 이견이 있는데도 마치 상식을 진실인 양하는 오만함도 문제지만 그보다는 세상일에 공평하게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판사마저 경제에 경도된 판결을 낸 게 더 문제다.

중국 옌벤 아줌마도 펀드투자를 할 정도로 주식과 부동산, 재테크로 많은 사람들이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 상태에 빠져 있고 '부자 아빠' 신드롬은 여전하다. 범인이고 리더고 간에 모두 경제에 경도된 사회. 인간의 다양한 속성 중 오직 호모이코노미투스만이 중시되는 시스템은 과유불급의 탈이 나고 고통을 겪게 된다.

인간은 정의와 양심을 지키고 평화와 진리를 추구하며 사랑과 희생, 헌신할 때도 행복해진다. 돈과 더불어 이런 고귀한 욕망이 있기에 인간이 동물과 다른 것이다.

세상사람들의 다채로운 삶, 다양한 시각을 여과 없이 비춰줘야 할 언론이 제기능을 하고 있는냐 물으면 고개 숙여지지만 기자는 그래도 미력하나마 블로그 (blog.naver.com/qubec) 등를 통해 맑고 밝고 고운 세상 만들기(말박굽) 운동을 펼치고 있는 것을 자부하며 살아왔다.

칼 마르크스는 150년 전 자본주의의 물신(物神)화를 경계했다. 사람 스스로가 만들어낸 상품이나 화폐가 오히려 인간을 지배하고, 사람은 돈을 신처럼 숭배하는 역류현상이 지금 우리 땅을 푹 물들이고 있다.

아담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경쟁과 효율을 통한 국부의 극대화 전략을 제시했지만 동시에 영국 각지를 돌며 봉사와 양보와 겸양의 도덕감정론을 설파했다.

돈 잘 버는 아빠도 중요하지만 바른 생활하는 가장, 법 지키고 거짓말 안하는 반듯한 사회인은 더 중요하다. 돈 말고도 진선미를 비롯한 인간이라면 추구해야 할 숭고한 가치가 있다.

MB가 당선된다면 경제 때문에 대통령이 되는 것이겠지만 연후에는 경제중심의 쏠림구조를 해체하고 돈의 노예, 물신화되고 있는 국민들을 반듯하게 바로잡아줘야 한다는 게 MB의 패러독스(paradox,역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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