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라이 이론'과 노대통령

머니투데이 이백규 산업부장 2007.06.12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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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규의 氣UP] 대선 후보-정책검증보다 인성검사를

'또라이 이론'과 노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의 언행에 많은 사람들이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얼마전 지지자 집회와 명예박사 학위식 이후 하루를 멀다하고 퍼붓는 도를 넘어선 발언에 지지자들조차 한편으론 속시원해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이건 아닌데 하고 있다.

가장 고귀해야 할 우리나라 최고의 지도자가 가장 비천하게 굴고 법질서 수호의 책임을 부여받은 통수권자가 선거법과 헌법도 맘에 안든다며 깔아 뭉게려 하고 있다.



얼마전 아들이 술집에서 맞고 들어오자 격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법에 호소하기보다 먼저 주먹을 휘둘렀다가 낭패를 당한 재벌 총수도 있었건만 한술 더떠 공개적으로 법을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제정신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대운하에 투자하겠느냐고 정치 라이벌을 공격했지만 정작 본인이 제정신인지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하고 있다. 노대통령의 거침없는 좌충우돌식 막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게임이론 중에 '또라이(asshole)' 이론이란게 있다. 또라이처럼 무대포로 대들면 더럽고 귀찮아서라도 피하고 양보한다는 것이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북한의 김정일이 거칠고 종잡을수 없는 행동으로 미국으로부터 많은 것을 얻어 낸 바있다.

약자가 강자를 공략할 때 주로 쓰는 수법이지만 역의 경우도 더러 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여차하면 전쟁도 불사한다는 호전적 이미지 즉 일종의 또라이로서의 명성을 쌓아 효과를 보고 있고 소련의 후르시초프는 60년대 유엔 회의장에서 구두를 벗어 연단을 내려치고 화를 내고 소리를 버럭 지르는 기행으로 '날 건드리면 뭔짓을 할지 모르니 조심하라'는 메세지를 확실하게 서방에 전달했다.

이 악명 효과(Reputation effect)는 부부관계에도 적용돼 부부중 한쪽이 또라이이고 다른 쪽이 일반 타입이면 부부관계는 이혼하지 않는 한 또라이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흘러간다.


노대통령의 또라이 전략은 먹혀들어가고 있는듯하다. 대운하 건설,공무원의 정치활동, 기자실문제 등 이슈 제기를 통해 온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면서 뉴스의 중심에 섰다.

원래 사회적 이슈는 칼로 두부 자르듯 명쾌히 갈라지지 않는 법이고 사실 언론취재등 일부는 그의 주장이 설득력있는 것도 사실이다. 갑론을박이 일고 논란이 거세질수록 그의 영향력은 커진다. 논란을 통해 정치적 영역을 확대해가는 그의 전략은 주효해 일단 정국 주도권을 잡는데 성공했다.

또라이는 무시하는게 상책이라지만 그래도 공격받은 상처는 남고 그렇다고 너무 세게 밀어붙이면 2004년 탄핵때처럼 여론의 역풍이 몰아칠수도 있어 야당은 진퇴양난에 빠져들었다. 이 추세대로 가면 그가 원하는 정권 재창출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닐수도 있다.

하지만 게임은 룰을 지킬 때 성립되는 것이고 반칙을 일삼다 보면 아웃되기 십상이다. 그는 금도를 넘어서고 있다. "여보쇼 이명박씨! 그러지 마쇼. 당신보다 내가 나아" "그 놈의 헌법 때문에..5년 단임제..쪽팔린다" "감언이설에 속지말라" 술자리에서 조차 하기 힘든 막말과 중상모략은 그래도 양반이다.

"한국의 지도자가 독재자의 딸이라면 ,내가 그렇게 말한다는게 아니고 해외언론에 그렇게 난다면.." 한가로운 토요일밤 아이들과 9시 뉴스를 보다가 생글생글 웃으면서 내뱉은 3자를 물고 들어가는 '간접비난'에 아이들 보기 민망해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었다.

누가 그러던데 넌 나쁜 놈이라고...삼류 드라마에나 나옴직한 대사가 대통령의 입에서 나왔다.

다음 대통령을 뽑을 때는 정책검증이나 자질평가보다 인성검사부터 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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