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외과의사는 수술을 하고 싶다

박호철 대한외과학회 기획이사(경희대의대 교수) 2007.12.07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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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외과가 위기라고 한다. 사실은 외과 뿐 아니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도 심각한 위기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왜 위기라고 하는가?

첫째, 2008년도 전공의 지원율도 이 세 과는 30-60%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전공의 수련 과정은 혹독하지만, 전문의 자격 취득 후의 미래가 암담하기 때문이다. 둘째, 전문의 자격 취득 후 개원하기가 어렵고, 취업의 문이 좁으며, 취업하더라도 급여에서 차별을 받는 등 경제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셋째, 현행 의료보험 수가의 불균형 때문에 수고에 비해 적절한 보상이 따라 주지 못하기 때문이며, 넷째, 상당 기간 정책 당국이나 외과 자체에서도 상황을 방치하다시피 하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그대로 두고 본다면 어떤 문제들이 닥치게 될 것인가?

극단적으로 들리는 얘기 중에는 " 10년후에는 외과 수술을 받으러 외국으로 가야 한다", "10년 후에는 외국에서 외과의사를 수입해야 할 것이다", "10년 후에는 수술을 받으려면 영국처럼 3년씩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이런 얘기들이 일부 현실화 될 수도 있다.



요즈음 젊고 우수한 인재들이 의과대학에 몰리면서도 졸업 후에는 소위 피부, 성형, 안과, 이비인후과, 재활의학과, 가정의학과 등 수련 받기가 편하고 업무의 위험도가 적은 인기과로만 몰리고 있다. 시대의 정신에 약삭빠르게 영합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을 나무랄 수는 없다. 다만 우리가 현재의 비 인기과들도 충분히 지원이 이루어 지도록 여러 가지 정책적,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고 실천해 나가면 될 것이다.

몇 가지 어려운 현실을 열거해 보겠다. 외과 행위의 중심이 되는 대표적인 16가지 수술비를 비교하면 대만의 44%, 일본의 13.8%, 미국의 9%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 외 각종 처치 등의 수가가 열악한 것은 거론하기 부끄러운 상황이다.


10년 전만 해도 외과 개원의원 중에도 입원실을 갖추고 수술 보조 간호사를 두고 원장이 직접 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하다가는 적자의 늪에서 헤어날 수가 없고, 의료사고라도 한번 나면 그야말로 거덜이 나기 때문에 도시나 농촌에서나 이제 그런 의원들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2007년 현재 외과전문의 중에서 외과를 표방하고 개업하고 있는 경우는 40% 밖에 되지 않는다. 대부분 일반의 역할이나 비만 치료 등으로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말 이런 상황을 방치해 둘 것인가?

대한외과학회에서는 금년 추계학술대회에서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드디어 얘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원래 학술대회는 학문의 발전을 위한 자리다. 그러나 외과의사들이 스스로 위기를 얘기하고 미래를 걱정하고 학술대회의 주 이슈로 기획할 수 밖에 없었다.

의료보험수가 체제의 개선이 시급하다. 상대가치 연구를 위해 119개 병원 및 의원 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료회계조사 결과, 급여행위는 들어간 비용에 비해 수입이 적고, 반대로 비급여행위는 들어간 비용에 비해 수입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외과 개원의들이 많이하는 항문수술, 유방 진단 및 수술, 탈장수술, 정맥류 치료, 맹장수술 등의 수가 인상이 필요하다. 수술료에는 위험 부담에 대한 배려와 함께 원가에 대한 부분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환자의 생명과 직접 관련 있는 외과 영역의 대수술에 대한 조정이 있어야 한다. 수가 항목도 부족한데 현실에 맞게 조정되어야 한다.

외과 전공의 수급 안정대책이 필요하다. 수련기간을 단축시켜야 한다. 인턴 과정을 의과대학 또는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이관시키고, 계열별(내과 or 외과)로 레지던트를 분리 선발하는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 세부 과를 순환근무 한 뒤 최종 전공과에서 전공의 수련을 받음으로써 외과 뿐 아니라 비인기 과의 인력수급이 원활해지도록 제도개선을 요청한다.

우리나라 외과 의사들의 실력은 감히 세계 최고수준이라 자부한다. 모든 대학병원의 교수급들은 세계 각국의 최첨단 의료기관에서 장 단기 연수를 거친 분들이 일하고 있으며, 실제 암 수술, 복강경 수술, 장기이식 수술의 수준은 최고이다. 그러나 이런 것이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의문이다. 우수한 인재들이 외과를 지원하게 해야 한다.



외과의사는 수술을 하고 싶다. 메디칼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격무에 시달리더라도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어려운 순간들에 처하더라도 환자의 생명을 구하고 수명을 연장하는데 보람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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