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의 계절···'李·朴 고심 또 고심'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07.11.09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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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놓인 李 '고민중'...침묵중인 朴도 '장고'

난데없이 등장한 '이회창 변수'가 11월 정치권을 '장고의 계절'로 만들고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의 고민이 특히 깊다. 이회창 후보의 출마로 급변하고 있는 대선 정국을 맞아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이명박 대세론'이 흔들리는 위기를 맞은 이 후보는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날로 주름만 깊어간다. 대선 전략을 전면 재수정하고 또 다시 '장고'에 들어갔다.



박근혜 전 대표는 상대적으로 '행복한' 고민이라 할 만하다. 이 후보와 불편한 당내 역학관계 속에서 '주도권'을 쥐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잠행하며 숙고하고 있다. 대선 이후를 내다보며 최대한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묘수'를 찾기 위해서다.

◇안팎으로 '악재'만, 李의 고민은= 이 후보에겐 11월이 최대 위기다. 이회창 후보가 '아군'에서 '적군'으로 돌아섰다. 김경준씨의 귀국으로 피하고 싶은 BBK와도 다시 맞닥뜨려야 한다.



당내 문제는 더욱 시름을 키운다. 최측근인 이재오 최고위원의 사퇴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박 전 대표와의 '화해'는 여전히 요원하다. '복심'을 뒤로 물려 '차포'를 떼고 선거에 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데다 박 전 대표의 '협조'도 낙관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 후보는 9일 모든 공식 일정을 접고 '장고'에 들어갔다. 오전 한때 견지동 안국포럼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곧바로 기자들의 안테나에서 사라졌다. '잠행'에 나선 셈으로 그만큼 위기 국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이 후보의 가장 큰 고민은 역시 '당 화합'이란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회창 후보의 출마는 더 이상 뒤로 물릴 수 없는 현실이 됐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대신 박 전 대표와 손을 맞잡고 외부 악재에 대응해야 하지만 상황은 자꾸 꼬이고 있다.


이 후보는 전날 박 전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적극 '협조'를 부탁하고 이달 중순께로 예정된 대구.경북 필승결의대회(국민성공대장정) 참석을 요청했다. 아울러 조속한 양자 회동도 요청했다. 박 전 대표는 그러나 "굳이 만날 필요가 있겠느냐, 대구.경북만 참석할 수 있느냐"는 요지로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이 후보는 주말까지 정국 구상을 가다듬고 오는 11일께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회창 후보의 출마, 박 전 대표와의 화합, 여권의 BBK 총공세 등 '내우외환'에 대한 대응책이 '장고의 결과물'에 포함될 것이라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예상치못한 '기회', 朴의 속내는 = 고민이 깊은 건 박 전 대표도 마찬가지다. 박 전 대표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사실상 '칩거'에 들어갔다.

이회창 후보의 뜨거운 '구애'와 이 후보의 '화해 손길'을 동시에 받고 있지만 선택이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박 전 대표가 전날 전화를 직접 건 이 후보의 협조 부탁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한 것도 같은 맥락인 것으로 보인다.

측근들은 그러나 박 전 대표의 고민도 이회창 후보와의 '연대' 문제라기보다는 '당 화합' 여부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전하고 있다. 한 측근은 "박 전 대표의 생각은 오로지 당내 화합을 통한 '정권교체'에 있다"며 "일각의 주장처럼 두 후보의 지지율을 보며 줄타기 하겠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박 전 대표가 이 후보에 대한 적극 협조의 전제조건으로 대선 이후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당장 측근들의 입에서는 '당권-대권 분리' 보장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 편에서는 박 전 대표가 대선 이후 '당 운영권한'에 대한 이 후보의 공인된 약속을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현행 당헌.당규에는 '당권-대권' 분리가 규정돼 있다. 하지만 경선 후 이 후보측이 '승자독식'하고 있다는 불만을 갖고 있는 박 전 대표측은 내년 총선 공천배제 등 불안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한 측근은 "박 전 대표가 원하는 것은 누누이 말해온 대로 당 화합의 '진정성'이지 이재오 최고위원의 사퇴나 전화 통화가 아니다"며 "진정 화합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은 이 후보측의 몫"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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