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鄭, 재야원로 만나 지지 호소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07.11.09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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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구스럽습니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9일 종교계·재야 원로 인사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민주화세력이라는 범여권 전통적 지지층이 결집하도록 이끌어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다.

정 후보는 이날 낮 함세웅 신부 등 60~70년대 민주화에 참여했던 각계 인사 20여명과 간담회를 가졌다. 정 후보와 재야의 연결고리 격인 김근태 공동선대위원장이 동석했다.



고개숙인 鄭, 재야원로 만나 지지 호소


이날 낮 정동 세실레스토랑. 정확히 12시가 되자 정 후보가 들어섰다. 미리 와서 기다리던 참석자들과 웃으며 악수를 나눴지만 긴장된 표정은 숨길 수 없었다.

정 후보는 "작지만 희망의 길을 열어왔는데 송구스럽다, 정동영이 부진한 바람에 수구보수 진영이 강성해진 결과를 제공했다"며 "좀 더 잘했어야 하는데 하는 자괴감이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정 후보는 원내 1당 후보면서 민주개혁세력의 '적장자'라 주장해왔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10%선의 3위에 그쳐 이른바 양강구도에도 끼지 못하는 국면이다. 갑자기 등장한 이회창 후보와 2위 다툼을 해야할 상황.

그는 "12월 선거는 단순히 후보와 정당의 승패를 넘어 역사의 후퇴냐 전진이냐 결정짓는 분수령"이라며 "바윗덩이같은 막중한 책무를 느끼지만 저는 너무 모자라고 부족해 내세울 것이 없다"고 몸을 낮췄다.

정 후보는 "간절한 마음으로 제 어깨에 지워진 책무를 제대로 헤아리고 신명을 바쳐 승리를 일구겠다"며 "대선배들의 마음을 생각해서라도 꼭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김근태 위원장도 "고향에 온 것같지만 돌아온 탕자의 심정으로 뵙는다"며 "우리가 부족하고 잘못한 것 많아서 국민 마음이 아직 우리에게 적극 다가오고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정 후보가 "귀와 마음을 활짝 열고 오늘 말씀을 양식삼아 분발하겠다"며 의견을 요청하자 참석자들은 쓴소리를 뱉어냈다.



"여권이 너무 BBK에만 의존한다는 컬럼을 보고 공감했다"(인병선 짚풀생활사박물관장) "140명 의원들이 더 분발해달라"(이창복 전 이해찬 경선후보 선대위원장) "좌파정권이니 잃어버린 10년이라느니 하는 공격에 너무 수세적이다, 대응논리를 적극 개발해달라"(박영모 목사)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동시에 "용기를 내시라" "정 후보는 웃는 모습이 좋은데 요즘 보기 힘들다"는 등 격려도 이어졌다.

이 자리의 좌장 격인 함세웅 신부는 "4·19정신, 광주정신, 6·10정신 그리고 2007년 대선이 한 줄기로 엮어질 때 새 희망의 시대가 이뤄지지 않겠나"며 "정 후보의 좋은 뜻을 잇고 부족한 게 있으면 (우리가) 보완하면서 공통의 뜻을 이뤘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함 신부 등 이날 참석자들은 오는 15일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와도 간담회를 갖고 '반부패'란 이슈로 공감대를 만들 예정이다. 이에 재야 원로들이 지난번 대통합민주신당 창당때와 같이 범여 후보단일화에도 '산파'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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