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류세 인하' 수용 검토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7.10.29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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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사반대' 입장에 미묘한 변화..

정부가 고유가 대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나섰다. 국제유가 급등세가 심상치 않은 때문이다. 그동안 '결사반대'였던 '유류세 인하'에 대한 입장에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그러나 정부로서도 종전의 입장을 쉽사리 뒤집을 수는 없는 터여서 스스로 '유류세 인하' 카드를 꺼낼 가능성은 낮다. 대신 국회가 유류세 인하를 추진할 경우 마지못해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할 공산이 크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9일 재경부 간부회의에서 최근의 국제유가 급등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고유가의 파급효과에 대해 종합적으로 분석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권 부총리는 특히 달러화 약세 효과와 물가상승률을 고려할 경우 국민들의 실질적인 유가 부담이 어느 정도 되는지에 대해서도 집중 분석할 것을 당부했다.



이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국민들의 실질적인 유가 부담에 대해 좀 더 다양한 지표를 통해 다시 한번 점검하자는 취지"라며 "분석 결과 실질적으로도 국민의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나면 대책을 강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경부 관계자는 "고유가 대책에는 유통구조 투명화 등 구조적인 대책과 재정 등 거시대책, 유류세 인하 등 세제대책 등이 있을 수 있다"며 "지금까지는 유통구조 투명화 대책에 집중해왔지만, 앞으로도 좀 더 다각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유류세 인하 반대라는 기존 방침에는 아직 변함이 없고, 현 시점에서 유류세 인하 방안을 발표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정부 스스로 유류세 인하를 추진할 가능성은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국민여론을 고려할 때 국회가 유류세 인하를 밀어붙일 경우에는 수용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게 재경부의 속내다.

실제로 권 부총리는 지난 17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가 합의한다면 유류세를 인하할 수 있느냐"는 최경환 한나라당 의원의 질문에 "여야가 합의한다면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다. 이는 '유류세 인하 절대불가'였던 종전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미 국회에 유류세 인하 법안이 제출돼 있는 만큼 국회 통과에 대비, 유류세 인하에 대해 사전에 검토를 해둘 필요가 있다"며 "국회가 유류세 인하 법안을 통과시킬 경우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기도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앞서 박재완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은 지난 2005년 휘발유 등 각 석유제품에 부과되는 특별소비세를 10%씩 일괄 인하하는 내용의 '특별소비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현재 국회 재경위에 계류 중이다.

한편 정부내 기류도 재경부가 '유류세 인하 반대' 입장을 고수하기에 유리하지 만은 않다. 에너지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 역시 유류세 인하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입장이다. 김영주 산자부 장관은 17일 국정감사에서 "유류세 인하는 현실 여건상 쉽지 않다"면서도 "서민부담이 있어 (유류세를) 완화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NYMEX) 시간외거래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배럴당 93.18달러로 치솟으며 사상 처음 93달러선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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