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90弗 코앞, 美경제 이중고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7.10.17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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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연일 사상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외신들은 단순히 '급등'이라는 말을 넘어 '로케트처럼 난다'는 말을 빌어 유가 랠리를 전하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 9월 인도분은 16일(현지시간) 달러화 약세 우려와 겨울철 공급부족, 터키의 이라크 북쪽 쿠르드족 공격 가능성 등으로 인해 장중 한때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88.20달러까지 올랐다. 90달러가 시야에 뚜렷하게 들어왔다. 종가는 1.7% 오른 87.61달러.



약달러, 겨울을 앞둔 수급 악화 등보다 최근 랠리는 터키와 쿠르드간 긴장에 강하게 자극받고 있다. 지정학적 위험이라는 로켓 엔진을 단 모양새다.

터키 정부는 전날 이라크 북부에 근거지를 두고 터키 영토에서 테러 공격을 벌여온 쿠르드노동자당(PKK) 소속 게릴라들을 소탕하기 위해 이라크 북부 지역 국경을 넘어 군사 작전을 벌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동의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미국이 반대하고 있지만 터키 정부의 태도는 매우 강경하다.



터키 의회가 이라크 국경을 넘는 군사작전권을 승인할 경우 터키군은 향후 1년간 이라크 국경 지대에서 군사 행동을 벌일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게 된다.

터키 정부의 의회 승인 요청 강행은 최근 이라크 국경 인근에서 PKK의 습격으로 자국 병사 13명이 숨지는 등 갈수록 빈발하고 있는 테러와 이에 따른 인명피해로 전국민적인 쿠르드족 소탕 여론과 대정부 압박이 증폭된 것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라크의 바르함 살레 부수상은 터키의 움직임에 대해 BBC에 출연해 "매우 중대한 결과를 자초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유가 90弗 코앞, 美경제 이중고


유가 90弗 코앞, 美경제 이중고
상황이 심각해질 경우 카스피해 바쿠 유전에서 출발해 이라크 북부와 터키 남부를 관통해 지중해로 향하는 '세이한' 원유수송관이 다시 폐쇄될 수 있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4년간 제 기능을 못했던 세이한은 최근 원유 수송 복원을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그러던중 PKK의 분리운동이라는 새로운 난제에 부딪힌 것이다.


세이한으로 상징되는 터키와 이라크간 긴장이 투기적인 수요까지 자극하면서 유가를 사상최고치로 밀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미 백악관은 이날 유가가 88달러마저 돌파하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최근 증폭된 두 나라간 긴장이) 원유시장에 기름을 부었다. 유가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면서 "고유가가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페리노 대변인은 "에너지 가격이 너무 높다는 것은 틀림없다"면서 "고유가가 에너지 비용으로 더 많은 돈을 지출해야 하는 저소득가정에 타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택시장 침체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 경제가 고유가라는 이중고에 맞닥뜨린 것이다. 페리노는 유가상승의 근본 원인이 공급이 부족하다는데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유가상승에 대해 '과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존 퍼슨 내셔널퓨처스닷컴 대표는 "현재의 유가는 상당히 과매수된 상태"라며 "단기 고점을 형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유가가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 있고 세계 경제 안정을 헤칠 만한 수준"이라며 "중국, 유럽, 미국의 소비자들은 매우 고통스러워할 것이고 이는 소비의 변화와 전략비축유의 방출을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마저 걱정스럽다는 입장이다. 압둘라 알-바드리 OPEC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최근 석유시장에서의 유가급등을 우려를 갖고 주시하고 있다면서 "최근 최고가 경신은 펀더멘털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알-바드리 사무총장은 "OPEC는 현 수준의 유가를 선호하지 않고 있다"면서 "우리는 펀더멘털이 현재 높은 수준의 유가를 떠받치고 있는 게 아니며 시장에 공급이 잘 이뤄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17일 발표되는 미국의 주간 원유 재고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주 원유재고는 전주보다 105만배럴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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