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변양균 문제 할말없고 난감"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07.09.1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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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긴급 기자간담회…李후보 고소, 孫후보 주장 등 현안 언급

노무현 대통령은 11일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가짜 박사 학위' 파문의 주인공인 신정아씨와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드러난데 대해 ""지금 참 난감하게 됐다"며 "제 입장을 정확하게 표현하면 참 할 말이 없게 됐다, 이렇게 말씀 드려야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갖고 "요즘 시끄럽고 민감한 일이 많아 궁금한 일이 많을 것"이라며 "질문을 하면 짧게 말씀 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한 뒤 변양균 전 실장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기자간담회는 통상 노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이뤄지던 춘추관 2층 브리핑룸이 아니라 1층 자료실에서 이뤄졌다. 좀더 편안한 자리에서 격식을 갖추지 않고 진행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과 전해철 민정수석을 비롯한 민정수석실 관계자들과 이호철 국정상황실장, 윤승용 홍보수석, 양정철 홍보기획 비서관, 김종민 국정홍보 비서관 등이 배석했다. 기자간담회는 오전 11시13분부터 시작해 43분간 진행됐다.



"믿음이 무너졌을 때 얼마나 난감한지.."

노 대통령은 "제가 매우 황당한 것은 믿음을 두었던, 믿음을 무겁게 가지고 있던 사람에게 그 믿음이 무너졌을 때 그것이 얼마나 난감한 일인지는 여러분이 짐작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항상은 아니고 대체로 저는 제 스스로의 판단에 대해서 비교적 자신감을 가지고 그렇게 처신해 왔던 편이고 지금까지는 그렇게 크게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해왔는데 이번에 그 문제에 대해 제 스스로의 판단에 대한 자신이 무너진 것"이라며 "그래서 무척 당황스럽고 매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런 상황을 근거로 해서 뭐라고 국민들에게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옳지 않느냐고 우리 일부 비서진에서는 건의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지금도 전반적인 상황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서 어떤 방향으로 말을 하면 좋을지 역시 좀 어렵다"고 말했다.

또 "어떤 판단을 세우기가 어렵고 확정되지 않은 사실을 전제로 해서 제가 어떤 입장을 표명하면 뒤에 가서 또 난감해질 수 있을 것 같다"며 "조금 입장이 곤혹스럽고 어렵지만 검찰 수사를 기다려서 결과가 확정되는 대로 그렇게 해서 정리를 해서 국민들에게 제 입장을 말씀 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 동안 여러분도 궁금하겠지만 조금 기다려 주시면 좋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정윤재 전 비서관, 불법행위 있다면 사과할 것"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세무조사 무마청탁' 의혹과 관련해서는 "결국 정 전비서관이 주선한 자리에서 뇌물이 건네졌고, 고위 공무원이 처벌을 받게 됐으니까 그 점은 부적절한 행위이고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 점에 대해서 본인도 이미 사과했지만 그 정도로 책임이 끝나는 일인지 그 밖에 숨겨진 무엇이 더 있는지는 저도 정확하게 알 수 없다"며 "(숨겨진 무엇이) 있을 거다, 없을 거다 하는 짐작은 제 가슴 속에만 가지고 있고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제가 가진 것도 짐작일 뿐이지 그것이 확신일 수는 없는 것이고 이것은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며 "만일 검찰 수사결과 그에게 심각한 불법행위가 있다면 이것은 측근 비리라고 이름을 붙여도 제가 변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특히 "저와 그 사람과의 관계로 봐서 제가 사과라도 해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금 아무 사실도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저는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서 제 입장을 기회가 있으면 여러분에게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정 전 비서관과의 인연에 대해 "87년 이전부터 잘 알고, 88년에는 내가 국회의원 입후보 했을 때 연설기법에 관해서 저를 좀 도와줬던 인연이 있고, 지금까지 끊어졌다 이어졌다 하면서 아주 인연 깊은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권력누수? 동의하지 않는다..공직사회는 할 일 열심히 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변양균 전 실장과 정윤재 전 비서관을 둘러싼 의혹으로 인해 권력누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권력누수가 주로 얘기되던 것이 당에 대한 통제력, 국회에 대한 통제력, 그리고 심지어는 정부와 일반 사회에 대한 통제력에 대한 것, 또 공직사회 특히 공권력적 조직에 대한 통제력 이런 것들이 권력누수의 개념으로 논의된 것 같은데 사고가 있었다고 해서 그것을 바로 권력누수로 보는데 대해 저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공직사회는 법에 따라서 자기 할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저는 그렇게 믿고 있다"고 말한 뒤 "국회나 정당에 대한 통제력은 제 임기 초부터 행사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쪽에 누수될 권력도 없는 것이 제 사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손학규 후보의 靑 비판은 졸렬한 필패전략"

노 대통령은 '청와대 고위 인사들이 손 후보 지지를 철회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고 손 후보측이 주장하고 있는데 "요즘 하는 것을 보니까 참여정부, 특히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것이 선거에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졸렬한 전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살얼음판을 디디는 선거 과정에서 저를 표적으로 삼는 선거전략은, 한나라당은 그런 전략이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대통합 민주신당 후보가 그런 전략을 하는 것은 그리 현명한 전략이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선 때는 (저와) 각을 세우고 본선 때에도 각을 세울 건가"라며 "필패전략 아닌가. 왜냐하면 한묶음으로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 정치셀겨 일부를 배척하는 전략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 대통령은 "제가 아무리 지지도가 낮지만 그래도 상당수 충성스러운 지지 세력이 있따"며 "정치적 신념이나 정치 역정을 지지하고 존경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번 대통령 선거 때 표차가 몇 표였죠"라고 질문을 던진 뒤 "그 이전 대통령 선거에서는 표차가 더 적었다"며 표차가 적은 "살얼음판을 디디는 선거 과정"에서 노 대통령과 청와대를 겨냥하는 손 후보 전략은 "현명하지 못하고 졸렬한 필패전략"이라고 비판했다.

◆"우리 선거법, 대통령을 거세된 정치인으로 만들어"

노 대통령은 "대체로 지금 정치하는 사람들, 특히 차기 지도자가 되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저와 참여정부를 공격하는 것을 선거전략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한나라당 후보는 당연히 그것을 선거 전략으로 삼고 그렇게 공격하고 있고 옛날에 (대선) 후보 하겠다고 하다가 그만둔 사람들도 역시 그랬다"고 지적했다.



또 "열린우리당의 무슨 지도자라고 하는 사람들도 차별화라고 해서 참여정부 공격하는 것을 전략으로 채택한 적이 있다"며 "그 때 그 때 바람이 바뀔 때마다 차별화했다가 안 하는 척했다가 차별화에 대한 태도 바꿔가면서 오늘날까지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경선후보를 겨냥한 비판이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선거법에 대한 불만도 털어 놓았다. 노 대통령은 "우리 선거법 체계가 말을 하면 시비가 걸리게 돼있다"며 "그래서 선거법 시비가 될만한 얘기는 제가 안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선거법은 대통령의 정치력을, 말하자면 대통령을 거세된 정치인으로 규정해놓고 있기 때문에…"라고 말하고 여운을 둔 뒤 "거세된 정치인, 말을 함부로 한 것이죠"라고 덧붙였다.



◆"원칙없는 기회주의자들 싸움에 관심 없다"

노 대통령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것과 관련, 선거 개입 논란이 일고 있는데 대해서는 "원칙없는 기회주의자들의 싸움에 저는 별 관심이 없다"며 "그저 원칙이 승리하기를 바랄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잘못된 정치풍토 하나가 정치가 법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선거에 영향이 있다고 범법행위를 용납하라는 것이 무슨 논리인지 알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정치가 성역인가. 우리 국민들이나 여러분들이나 정치적 행위는 법을 위반해도 책임을 묻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나"라고 질문한 뒤 "나는 이 점에 대해서 굉장히 혼란스럽고 실망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치가 법 위에 있지 않고 따라서 (대선)후보도 법 위에 있지 않고 선거도 법 위에 있지 않다. 모두가 법에 따라서 법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며 "그리고 선거전략은 정정당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그들(이명박 후보 캠프) 스스로 한 일을 생각지 않고 정치적 효과만 가지고 얘기하는 법이 어디 있나"라며 "지금 변양균 실장 이런 문제로 해서 청와대가 체면이 많이 구겨지고 신뢰도 많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참여정부는 법치주의, 특권 없는 사회, 그리고 투명한 사회, 투명한 정권, 공작하지 않는 정권이 핵심가치"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공작하지 않는 정권이라는 이 사실이 저와 참여정부의 핵심가치인데 이 핵심 가치를 아무 근거도 없이 (이명박 후보측이) 공격했지 않나"라며 "청와대가 공작해서 선거 개입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근거가 없으면 불법적인 선거운동이고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선거개입 위해 李후보 고소? 나를 모욕하는 얘기"

노 대통령은 "저는 우리 사회가 발전하려면 어느 편이 이기느냐, 지금 우리는 대부분 어느 편이 이기느냐에만 관심이 있는데 이것보다 원칙이 이기는 선거라야 그 선거 결과로 수립된 정부가 국민을 위해 제대로 일할 수 있고 역사 발전에 제대로 기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아무리 유능한 누구가 다음 대통령이 되더라도 그가 원칙을 존중하지 않고 원칙을 짓밟으면서 정권을 잡아서는 국가 발전에도, 국민 행복에도, 더욱 역사 발전에도 기여할 수 없다"며 "저는 어느 편의 승리보다 원칙의 승리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이 문제에 관해서 스스로 범여권이라고 얘기하는 통합신당에서도 이상한 논평 내놓았느데 그 분들에게도 분명하게 얘기하고 싶다"며 "정치는 법 위에 있지 않다. 선거에 영향을 준다고 면책될 수 없다. 자기들의 대선 승리를 위해서 남의 가치를 그렇게 훼손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분명히 말씀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저는 제 선거에서 승부가 걸여 있는 많은 국면에서 선거에 불리하더라도 원칙을 포기한 일이 없다. 원칙과 원칙적 가치를 위해 어떤 불리한 상황도 감수했다"고도 말했다.



따라서 "이 상황에서 선거에 개입하기 위해 원칙없는 고소를 했다는 얘기는 저를 너무 모르고 하는 얘기거나 저를 고의로 모욕하기 위한 얘기"라며 "선거 개입 목적으로 고소한 것이 아니다. 저에게 중요한 것은 원칙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남북관계, 오늘 이 말하고 내일 저 말하는 것은 곤란"

노무현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협의할 의향이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대해 지금 어느 특정 (대선)후보와 협의하기에 적절한 시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남북 정상회담은 어느 정파에 유리하도록, 이익이 되도록 그렇게 운영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한 입장에서 지금 이 시기에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필요한 일을 할 것"이라며 "그래서 어느 쪽과도 정략적인 대화를 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또 "이 문제와 관련해서 대선을 앞두고 여러 사람이 여러 소리를 하는데 중요한 것은 선거를 앞두고 무슨 얘기를 하느냐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 얘기가 과거에 그 사람이 말해왔던 원칙과 부합하느냐, 앞으로도 부합할 것인가 하는 점이 중요하다"며 남북관계에 관한 일관된 철학과 원칙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노 대통령은 "나는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에 관해서 이번에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일관된 원칙을 말해왔고 일관되게 하나의 예측을 말해왔다"며 "저는 틀린 말을 한 일이 없고 결과에서 있어서 내 말이 틀린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이처럼 국가 운명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에 관해서는 지도자가 어떤 선한 의지를 가지고 있고 역사적 상황에 대해 어떤 객관적인 예측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며 "이 점을 이번 선거와 관계없이 저를 평가할 때 고려해주면 고맙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 문제야말로 세계 역사와 직접 맞닿아 있는 문제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통찰력, 예언 능력이라는 것은 국가 지도자로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오늘 이 말하고 내일 저 말하고 편리한 대로 얘기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는 북핵과 남북관계와 관련, 이명박 후보측의 일관성 없는 발언을 염두에 둔 발언인 것으로 풀이된다.

◆"남북정상회담서 평화체제 위한 협상 개시 있을 수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10월초 평양에서 열릴 남북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가 핵심 의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평화선언을 제안할 생각인가'란 질문에 "선언도 있을 수 있고 협상의 개시도 있을 수 있다"며 "협상은 종전에서 평화체제로 나아가기 위한 일련의 협상 과정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평화선언) 제안하는 수준이 아니고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라고 생각한다"며 "북핵 문제는 이미 풀려가고 있는 상황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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