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은 커녕 폭소 터진 신당 제주연설회

제주=김성휘 기자 2007.09.09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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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들 유머감각 대결..상대 후보 견제 발언도

과열은 커녕 폭소 터진 신당 제주연설회


대개 '합동연설회'하면 '응원 대결' '몸싸움' '과열' 등이 떠오르지만 항상 그런 건 아닌 모양이다.

손학규 정동영 이해찬 유시민 한명숙 등 대통합민주신당 경선후보 5명은 9일 제주 시민회관에서 첫번째 합동연설회를 갖고 경선 바람몰이에 나섰다.

경선규칙을 놓고 갈등이 벌어진만큼 당초 팽팽한 설전이 예상됐으나 후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자극적인' 발언은 피한 채 지역공약 알리기에 주력했다. 저마다 유머감각도 뽐냈다.



◇웃기는 후보가 성공한다(?)= 이날 가장 눈에 띈 점은 후보들의 유머 대결. 이를 보는 제주도민들의 유머감각도 돋보였다.

유시민 후보는 "당 선관위가 이렇게 (편파적으로) 해도 되느냐"며 "여기가 시민회관이고 근처에 시민설렁탕집도 있더라"고 말했다.



손학규 후보의 연설시간. "제주 발전을 가장 잘 할 사람이 누구냐"고 묻자 스탠드에선 대뜸 "이해찬"이란 답이 나왔다. 이 후보 지지자 사이에서 나온 말이었다. 분위기가 굳을 수 있었지만 손 후보는 여유가 있었다.

그는 당황하지 않고 공약발표를 계속한 뒤 "영어마을을 가장 잘 할 사람이 누군가, 아까 말씀하신 이해찬이 아니라 손학규다"며 응수했다. 박수가 터지자 "이처럼 재밌게 (경쟁)하면 좋지 않겠나"하고 덧붙였다.

이해찬 후보는 자신의 지지자들이 한명숙 후보 연설때도 함께 호응했다며 "연호는 같이 하셔도 좋은데 호랑이에 물려가도 정신을 바짝 차리자, 이번에는 한 표만 찍는 거다"고 행사장을 '뒤집어' 놓았다.


또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한다"며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 대항할 사람은 이씨(氏)인 나밖에 없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마무리'는 정동영 후보. 연단에 오르자마자 "이에는 이라고 하지만 '이'에 '정'을 박으면 이가 뽑힌다"며 순발력을 과시했다.



◇5인5색 제주발전공약= 지역공약에선 후보간 차이가 뚜렷했다. 정동영 후보는 3차 남북정상회담의 2008년 제주도 개최를 약속했다. 제주에서 남북평화협정을 체결하자는 것.

'명예 제주도민' 한명숙 후보는 △제주 농수산유통공사 설립 △제2공항 추진 △제주행 항공료 절반 인하 등을 제안했다. 아내가 제주 출신인 유시민 후보는 구체적 공약은 내놓지 않겠다며 "제주의 운명을 결정할 권한을 정부에서 제주로 이양하는 것 한가지만 약속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사위를 밀어줘서 이변을 일으켜달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손학규 이해찬 후보는 면세지역 확대와 한미FT에 따른 감귤농가 피해보전대책을 공통적으로 내놨다. 여기에 손 후보는 기업 법인세 인하, 이 후보는 로스쿨 유치 등 인재육성전략을 각각 제시했다.



◇柳→鄭, 韓→孫·鄭= '덕담'만으로 끝내기엔 아쉽다고 느낀 걸까. 간간이 '뼈있는' 발언들이 연설회를 긴장시켰다.

유시민 후보는 역시 '정동영 저격수'란 별명다웠다. 정 후보를 정면 겨냥, "유리할지도 불리할지도 모르는 규칙을 가지고 '내 말 안들으면 경선참여 안하겠다'는 태도로 어떻게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후보는 자신의 원고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유 후보의 발언을 애써 모른 척했다.

한명숙 후보의 1번 타깃은 손학규 후보. 그는 "영어마을로 거대한 학원을 만드는 게 아니라 명품 영어전용타운으로 공교육을 살리겠다"고 말했다. 이를 듣던 손 후보는 옅은 미소만 지었다.



한 후보는 또 "(손학규 후보는) 당을 오락가락하는 후보", "(정동영 후보는)배에서 먼저 뛰어내리는 함장"이라며 "국민은 한번도 철새정치인과 기회주의자에게 승리를 안겨준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동영 후보는 "대통합이 흔들리고 있을 때 몸을 던져 구조선(신당)을 만들었다"며 "그때 제가 몸을 던지지 않았다면 아직도 열린우리당이 계속되고 있을 것"이라고 친노 3인방을 겨냥했다.

이날 토론회엔 각 후보당 100여명씩 지지자들이 참석, 피켓 막대풍선 손수건 등을 이용해 응원전을 펼쳤다. '과열'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자신의 지지후보에게만 열렬한 박수를 보내고 다른 후보의 연설때 침묵하는 등 신경전은 팽팽했다.



무대 앞엔 오충일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각 후보측 의원 20여명이 참석해 연설회를 지켜봤다. 신당은 오는 10일 충북 청주로 옮겨 합동연설회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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