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당내 주류와 박근혜 전 대표측의 불안 심리가 적지 않다. 개혁이 몰고 올 후폭풍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당개혁'엔 반드시 '인적청산'이 뒤따랐다는 '경험칙'이 작용하고 있다.
아물지 않은 상처를 먼저 봉합한 후 점진적으로 당을 바꿔가겠다는 '쇄신' 원칙을 천명한 셈이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그러나 이 후보의 의지라기 보다는 '패자'인 박 전 대표의 '입'이다. 이 후보로서는 '화합'을 넘어 대선 승리를 위해 박 전 대표의 '협조'가 절실하다. 경선에서는 비록 아쉽게 졌지만 대선으로 가는 험로에서 '박근혜'라는 이름 석 자가 갖는 '무게감'은 절대적이다.
박 전 대표는 현재 자택에서 칩거 중이다. 벌써 나흘 째다. 향후 계획에 대해선 입을 굳게 닫고 있다. 대신 간간이 찾아오는 측근, 지인들을 만나고, 지친 심신을 추스르고 있다는 소식만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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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밤에는 처음으로 미니홈피에 직접 글을 올려 고통스런 심경을 전했다. "(지지자들과 캠프 관계자들의) 어렵고 귀한 선택에 영광을 안겨 드리지 못한 제 자신이 스스로 용서가 되지 않고 죄스러울 뿐"이라고 했다.
측근들은 그러나 박 전 대표가 이 후보와의 관계설정 등을 포함해 앞으로의 '정치활동'에 대해서도 깊이 고심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따라서 당장의 관심사는 이 후보와 박 전 대표의 회동 성사 여부에 모아진다. 이 후보는 "다음주쯤 박 전 대표에게 연락해 만나겠다(23일)"고 했다. "당장 찾아가는 건 '자기배려'이지 남(박 전 대표)을 배려하는 것이 아니다(22일)"고 했던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조속한 '화합'을 위해서는 박 전 대표의 '도움'이 그만큼 시급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첫 인사인 후보 비서실장 인선에 신중을 기하는 이유도 박 전 대표를 고려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현재로선 양자 회동 성사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 후보가 제안할 경우 응하지 않겠느냐는 견해가 많다. 박 전 대표측 김재원 의원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 후보가) 만나자고 하시면 (박 전 대표가) 거절하실 분은 아니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다고 본다"고 했다.
양자 회동이 성사된다면 그 자체만으로 '화합'의 촉매제로 기능할 전망이다. 승자와 패자의 '화해(?)'라는 상징성 덕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역할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오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가 수차례 밝힌 대로 '선대위원장직'을 제안할 공산이 있지만 '수락' 여부는 불투명하다.
김 의원은 "선대위가 구성되지도 않았는데 맡을 것이냐, 말 것이냐는 논란은 좋지 않다"며 "박 전 대표에게 가장 적합한 일은 이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지지를 호소하는 일이지 선거기획을 하면서 인사권, 재정권을 행사하는 그런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무게감과 대중적 인지도를 살려 측면 지원하는 모양새를 취할 가능성에 무게를 둔 발언이다. 당내에서도 박 전 대표가 '화합'의 촉매 역할을 하되, 경선 승복시 밝혔던 의지대로 '백의종군'하며 이 후보를 우회 지원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