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대가들이 한국 주식을 산다면?

머니투데이 김재영 기자 2006.11.16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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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진(36)씨는 최근 주식 투자에 관심을 갖고 관련 서적, 특히 세계적인 투자자들이 쓴 책을 주로 읽고 있다. 강 씨는 특히 가치투자와 장기투자 스타일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책을 읽는 것으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한국적 현실에 적용해야하는 건 강 씨의 몫이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월가 고수들의 투자법을 담은 번역서들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워렌 버핏을 위시한 세계적인 투자 대가들의 투자 스타일과 투자 원칙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강 씨처럼 '말이야 다 맞고 근사한데 뭔가 부족해'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들의 투자법을 배운 뒤에 실제로 국내 증시에 적용해야하는 것은 자기 몫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투자 대가들의 이론과 투자 원칙을 한국 증시에 적응해 종목을 골라놓은 서비스는 없을까. 현 시점에서 그들의 투자법을 적용한다면 어떤 주식이 선정될까.
투자 대가들이 한국 주식을 산다면?


◇ 대가들은 지금 어떤 주식을 살까= 가치투자자들이 즐겨찾는 아이투자(www.itooza.com)는 워렌 버핏, 벤저민 그레이엄, 존 템플턴, 피터 린치, 로우 프라이스 등 대가 5명의 주식 선정 기준에 따라 골라낸 주식을 수시로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벤저민 그레이엄'은 현재 태평양과 서호전기를 투자 대상에 올려놓고 있다. 질적인 부분을 중시하는 워렌 버핏과 달리 그레이엄은 지표를 중심으로 투자했다. 예컨대 PBR(주가순자산비율)이 0.67보다 낮다거나 배당수익률이 우량 회사채의 시장수익률 0.67배보다 높은 것 등을 기준으로 사용해 주식을 선정했다. '그레이엄'이 선정한 태평양과 서호전기는 편입일 이후 각각 6.13%와 3%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

저평가주에 주로 투자한 존 템플턴은 다소 '게걸스러운' 식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5명의 투자자 중에서 기준을 충족하는 주식이 가장 많다. 지난 10월27일 편입된 조광피혁과 KCC건설은 각각 15.87%와 14.59%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외에도 그는 국제약품 한일건설 풍산 삼아약품 삼현철강 한국특수형강 BNG스틸 등을 자신의 밥상 위에 올려놨다. 그러나 시장이 그의 선택에 모두 후한 점수를 주고 있지는 않다. 편입일 이후 삼목정공이 -8.47%를 기록한 것을 비롯, 와이지원 -4.47%, 화천기공 -2.63% 등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존 템플턴은 PER와 PBR, 영업이익률, 연평균 순이익성장률 등을 사용해 저평가 주식에 투자했다.



마젤란펀드를 운용하면서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던 피터 린치는 어떨까. 피터 린치는 5개 주식을 편입하고 있다. 한일화학이 19.82%로 편입 이후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고 KCC건설(14.13%) 신라교역(2.09%) 등이 상승하고 있다. 반면 세원정공(-6.66%)과 라셈텍(-3.88%)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피터린치는 PER(주가수익비율)과 매출성장률, 부채비율, 영업이익률 등을 주요한 주식 선정 기준으로 활용했다.

성장주 투자 이론의 개척자로 불리는 로우 프라이스의 기준에는 좋은사람들과 삼우이엠씨가 포함됐다. 두 주식 모두 플러스 수익을 내고 있다. 로 프라이스는 PER가 전체 시장의 PER보다 낮고, 5년간의 평균 PER보다 낮아야 하는 등의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워렌 버핏'은 현재 추천 주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기준에 부합하는 주식이 없기 때문이다. 워렌 버핏은 ROE(자기자본이익률)가 높고 부채비율이 100% 이하이어야 하는 등 자신만의 지표 기준에다, 강력한 소비자 브랜드나 독점 등에 높은 점수를 준다.


◇ 무조건 모방은 바보 짓?= 주식 선정 기준을 제공한 VIP투자자문의 최준철 대표는 "한번 걸러준다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이것만 믿고 투자한다면 바보같은 짓"이라고 말한다. 질적인 부분이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자는 양적으로 걸러진 이 데이터를 참고로 해서 투자 대상을 줄인 후 그 중에서 자신이 잘 아는 영역으로 또다시 압축할 필요가 있다는 것.
최 대표는 "그렇게 대상을 줄인 후에는 질적인 부분을 고려해서 다시 추려야하고, 그렇게 해서 나온 종목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어설프더라도 보물 지도가 있으면 모든 섬을 후벼 팔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월가 100년을 움직인 전설적인 투자자들의 주식투자전략'이라는 책을 감수한 김경신 한양증권 상무는 "책을 통해 위대한 투자자의 투자 사례를 접할 수 있지만 이를 다시 현실에 적응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며 스스로 더 공부할 것을 권했다.

◇ 대가들의 투자법 = 빌 게이츠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 부자인 워렌 버핏은 투자 실적에서 단연 압권이다. 워렌 버핏은 그 스스로를 85%의 벤저민 그레이엄과 15%의 필립 피셔로 이뤄졌다고 말한다. 섬유회사이던 버크셔 헤서웨이를 인수해 지주회사로 탈바꿈시켰다. 버크셔 헤서웨이는 최근 주가가 10만 달러를 돌파했다. 만약 1965년 5월 워렌 버핏을 따라 이 회사에 투자했다면 그 투자자는 5555배를 벌었을 것이다. 복리 수익률, 바이 앤 홀드(buy and hold), 재투자, 연차보고서, 겸손, 검소, 유머, 기부 등은 그를 설명하는데 꼭 사용해야할 단어 목록이다.

오늘날 워렌 버핏이 있기까지는 스승인 벤저민 그레이엄의 힘이 컸다. 그는 콜럼비아 대학에서 투자론을 강의하면서 수많은 제자들을 길러냈다. 워렌 버핏을 필두로 윌터 슐로스, 빌 루안, 톰 냅 등이 그들이다. 1934년 데이비드 도드 교수와 함께 증권 투자 분석의 고전이라 불리는 ‘증권 분석’을 펴낸데 이어 1946년 ‘현명한 투자자’라는 불후의 명작을 남겼다. 워렌 버핏과는 달리 회사의 질적인 측면보다는 드러나는 수치에 집중했으며 배당수익을 중요시했다.

로우 프라이스는 투자 분야의 미래학자로 불린다. 그는 투자자라면 시대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시대의 도래는 투자자에게 새로운 투자의 기회를 제공하는데 이것을 너무 늦게 깨달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그는 적당한 가격에 주식이 팔리고, 성장률도 높은 기업에 투자했다. 특히 성장 초기의 기업에 투자했다. 제록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코카콜라, 다우케미칼 등이 그가 투자한 기업이다. 직장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투자할 기업을 평가할 때 경영진의 자질과 능력을 무엇보다 중요시해야 한다.

피터 린치는 1966년 피델리티에서 애널리스트로 일을 시작했다. 이후 미국 최대의 투자신탁인 피델리티 마젤란 펀드를 운용했던 기간 동안 연평균 29%의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매니저이자 투자자이다. 1977년 2000만 달러를 13년 후인 1990년 무렵엔 132억 달러로 불려놓은 것이다. 그가 지금까지도 위대한 투자자로 불리는 것은 이런 전설적인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46세때인 1990년 전격 은퇴를 발표한 일때문이다. ‘바보라도 경영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라’는 말과 ‘잘 아는 것에 투자하라’는 말은 피터린치의 투자 철학을 가장 대표하는 것이다.

존 템플턴은 금세기 최고의 투자자이자 가장 고매한 인격을 갖춘 투자자로 불린다. 그래서 그의 이름에는 흔히 경(Sir)라는 말이 붙는다. 1937년 월스트리트에서 일한 후 1954년 템플턴 그로스 성장형 펀드를 출범시켰다. 이때 10만달러를 투자했다면 50년 후인 2004년에는 6020만 달러로 불어났을 정도로 대단한 실적을 거뒀다. 템플턴은 역발상 투자자, 저가주 투자자, 영적인 투자자로 불린다. 그 어떤 투자 대가보다 앞서 해외 투자에 나섰다는 점에서 최초의 글로벌 투자로 불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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