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 바꾸고 고양이 다리 절어"…원인불명 질병에 떠는 집사들

머니투데이 김지성 기자 2024.04.1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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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꽃시장 상점 앞에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뉴스1한 꽃시장 상점 앞에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뉴스1


"우리 애들 사료는 해당 안 돼 다행이긴 한데 너무 무섭네요."

부산에서 고양이 2마리를 키우는 박모씨(33)는 최근 원인 불명의 고양이 신경·근육병증 사례가 잇따른다는 소식에 집에 있는 고양이 사료 제조사를 모두 확인했다. 박씨는 "고양이들이 급사하고 있다는데 남 일 같지 않고 걱정이 크다"며 "어서 원인이 밝혀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국에서 고양이 신경·근육병증 사례가 이어지면서 고양이 주인들 사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염병, 사료 등이 원인으로 거론되지만 현재까지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수의사들은 증상 발현 시 병원을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16일 동물보호단체 라이프와 묘연에 따르면 이들 단체는 최근 신경질환 등을 겪는 고양이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아 비슷한 질환이 나타났다고 주장한 고양이 주인 49명과 고양이 80마리를 전수 조사했다고 전일 밝혔다.

조사 결과 80마리 가운데 31마리가 폐사했다. 47마리는 입원과 통원 치료를 받고 있고 2마리는 회복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고양이는 뒷다리를 절거나 기동을 못 하는 신경 증상을 비롯해 급격한 신장 수치 저하, 높은 간수치, 혈변 등 증세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라이프와 묘연은 "죽은 고양이는 4개월부터 10살까지 다양했고 품종과 지역도 공통점을 찾기 어렵다"며 "전국에서 유사한 사례가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사료에 의한 전파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단체에 따르면 죽거나 급성 질환을 겪은 고양이 대부분은 특정 제조원에서 2024년 1월부터 4월까지 생산된 고양이 사료를 먹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들은 불안감을 호소하는 한편 때아닌 '사료 전쟁'을 치르고 있다. 현재까지 원인이 불명확한데다 문제가 있다고 거론되는 제조사의 사료 브랜드만 수십 가지에 달해서다.


경기 일산에서 고양이 2마리와 사는 한모씨(31)는 "불안한 마음에 고양이 키우는 친구들이랑 연락해 사료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며 "한 마리는 해외 사료를 먹여 걱정이 안 되는데 다른 한 마리는 국내 사료를 섞어 먹여서 안심이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에서 고양이 1마리를 키우는 김모씨(29)도 "몇몇 사료는 외국 도시가 들어간 이름 탓에 해외 사료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며 "이번 기회에 국내 고양이 사료 공정을 조사하고 문제가 된 사료는 다 처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한수의사회도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신경·근육병증 사례가 다수 보고됐다며 동물 보호자들에게 관심과 주의를 당부했다.

수의사회는 "증상 등을 감안해 원충성 질병(고양이에서 기생하는 원충에 의한 전염성 질환)이 유력하게 의심된다"며 "전국에서 유사 사례가 산발적으로 발생한 점에서 사료나 모래 등을 통한 전파 가능성도 있어 추가적인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7년 차인 A수의사는 "고양이 구충을 잘 해주고 당분간은 갑작스레 사료나 사육 환경을 바꾸지 않는 것이 좋다"며 "식욕 부진, 혈뇨 등 알려진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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