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상징이었던 '우유+바나나', 전통 항아리에 담아 대박

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2024.04.06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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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10년 맞는 히트 K-푸드]③50주년 맞은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

편집자주 한류 바람을 타고 K-푸드가 세계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K-푸드의 세계화는 한국에서 히트한 먹거리가 다른 나라에서도 먹힌다는 점을 증명했다. 올해로 짧게는 열살(10주년), 길게는 백살(100주년)을 맞는 'K-푸드'의 히트상품을 찾아 소개한다.

50년 전 모습 그대로다. 맛과 제품 패키지(포장)까지 한결 같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 얘기다. 바나나맛 우유는 1974년 출시 직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최근까지도 가공우유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초장수 제품이다.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면서 K-푸드(한국식 음식) 열풍을 선도하기도 했다. 2022년 기준 전 세계에서 하루 80만개가 팔렸다.

바나나맛 우유는 독특한 제품 패키지 디자인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배불뚝이 모양의 용기에 바나나 껍질 색상과 비슷한 노란색 투명 플라스틱 패키지다. 덕분에 정식 명식만큼 이나 '항아리 단지 우유'란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 빙그레가 개발 초기 '달항아리'를 보고 만들었다고 하니, 매우 성공한 마케팅인 셈이다. 용기 자체가 브랜드로 자리잡았고, 2016년 빙그레는 이 디자인을 상표권으로 등록했다.



달항아리 모양의 패키지는 우연히 시작됐지만, 전략적 선택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바나나 우유 탄생과 패키지 디자인은 당시 시대적 상황과 연결돼 있다. 1960~70년대 한국은 경제 개발로 소득 수준이 나아졌지만 생활 환경은 여전히 열악했다. 우유는 가격이 비싸 고급 식품의 대명사로 여겼다. 당시 '흰 우유에 빵' 간식은 이른바 부의 상징이었다.

국민 건강 강화를 목적으로 1970년대 초 정부의 우유 소비 장려 정책이 수립됐다. 빙그레는 유당불내증 등으로 흰 우유를 소화시키기 어려운 한국인의 신체적 문제와 당시 고급 과일인 바나나를 활용한 제품을 만들기로 하고 개발을 진행했다. 우유와 바나나까지 고급 식재료를 활용한 제품을 판매하는 데 차별화를 두기 위해 독특한 패키지가 논의 됐다. 당시 비닐 팩이나 유리병이 음료 용기로 주로 쓰였다.
부의 상징이었던 '우유+바나나', 전통 항아리에 담아 대박


달항아리 모양이 채택 된 건 우연이였다. 빙그레 개발팀은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용기의 외형'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패키지 디자인을 물색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도자기 박람회를 찾은 개발팀은 달 항아리를 보고 영감을 얻게 된다. 하지만 제조 과정은 쉽지 않았다. 흔히 사용하는 사출·압착 제조 방식이 아니라 상·하컵을 고속 회전시켜 마찰열로 접합한다. 세계에서 이 방식을 쓰는 음료 제조사는 빙그레 뿐이다.



바나나맛 우유는 빙그레의 기업 정체성을 마련한 제품이 됐다. 빙그레는 국내에서 서울우유와 남양유업 ·매일유업 등과 함께 4대 우유 업체로 손꼽히는 데, 바나나맛 우유를 중심으로 가공유 산업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바나나맛 우유의 2022년 기준 매출액은 2000억원 정도이며, 빙그레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한다. 국내 1위 가공 우유 제품 중 1위다. 빙그레는 2022년 연매출 1조원을 기록했다.

올해로 출시 50주년을 맞은 바나나맛 우유는 젊은 MZ세대(1980~2000년생)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빙그레는 체험형 브랜드 카페 '옐로우카페'를 열고 바나나맛 우유를 소재로 열쇠고리 등을 판매했다. 바나나맛 이외에 오디맛과 귤맛·바닐라맛·호박고구마맛 우유 등도 출시했다. 지난해에는 메로나맛 우유를 내놨다.

빙그레는 올해 바나나맛 우유와 동갑인 아이스크림 제품 투게더맛 우유를 특별 신제품으로 선보인다. 빙그레 관계자는 "항상 소비자들께 친숙하면서도 '새로운 브랜드'로 다가가기 위해 앞으로도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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