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백종원'은 어쩌다 망했나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9.05.22 16:06
글자크기

'국민 셰프' 제이미 올리버, 식당체인 법정관리 발표...식재료·임대료 상승 부담에 무리한 사업확장이 발목

/사진=제이미 올리버 SNS./사진=제이미 올리버 SNS.


영국의 '국민 셰프'로 불리는 제이미 올리버의 식당 체인이 경영난에 시달리다 결국 파산했다.

21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올리버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제이미지의 이탈리안'과 스테이크하우스 '바베코아', '피프틴' 등 25곳의 식당이 파산절차에 들어가게 됐다고 밝혔다. 이미 22곳의 식당은 문을 닫았고, 이로인해 약 1300명의 종업원이 일자리를 잃게됐다.

올리버는 이날 "영국에서 사랑받던 식당들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것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슬프다"면서 "지난 11년간 마음과 열정으로 우리를 지지해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다"고 고별 인사를 전했다.



제이미 올리버는 1999년부터 2001년까지 BBC에서 방영된 '네이키드 셰프' 출연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극단적으로 간편한 레시피로 건강한 요리를 선보이면서 '요리 프로그램'은 망한다는 징크스를 깼다. 2011년엔 '음식혁명'이란 프로그램에서 학교 급식 실태를 고발하고, 급식 개선을 통해 비만 문제를 해결하는 캠페인을 벌이며 전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밖에 각종 요리서적을 출간하고, 방송과 강연 등도 활발히 활동했다.

이 명성을 업고 개업한 식당들은 승승장구 했지만, 2년전부터 매출이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이후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식재료 수입에 들어가는 비용과 임대료 등 물가 상승에 시달린 것이다. 특히 건강한 요리를 표방하는 만큼 식재료 비용 상승은 부담이 됐고, 음식 가격을 올리자 고객에게 외면받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2017년엔 주력 체인 중 하나인 '유니언 잭' 6곳이 문을 닫기도 했다. 여기에 공급과잉인 업계, 온라인 배달 서비스 등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한 것이 결국 파산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미 영국에서는 규모있는 식당 체인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올리버는 식당을 살리기 위해 개인적으로 1270만파운드(약 192억원)를 투입하고, 금융권으로부터도 3700만파운드(약 560억원)를 빌렸지만 최종적으로 7150만파운드(약 1083억원)의 부채만 남았다.

올리버의 식당체인 법정관리를 맡은 KPMG의 윌 라이트는 "올리버 식당 체인은 비용 증가와 브렉시트로 인한 소비자들의 구매심리 위축 등 악영향에 시달렸다"면서 "영국 요식업 시장은 역대 최악일 정도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