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서울중앙지방법원 홈페이지 캡쳐
원고(삼부토건 전 창업주 손자 조창연씨)의 법률대리인 김남훈 변호사(법무법인 위어드바이즈)와 피고(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 LG 고 구본무 선대 회장 사위) 측 법률대리인인 윤재원 변호사(법무법인 율우)가 '2억원 대여금 반환청구소송'에 앞서 조정절차를 밟기 위해 대기석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조정시작 시간이 3분이 지나도 열리지 않던 제3 상근조정위원실의 문이 열리고 원고와 피고의 이름을 부르자 두 사람은 빠르게 218호 조정실 안으로 들어갔다. 겨우 2분쯤 지났을까 다시 문이 열리더니 원고 측 변호인은 굳은 표정으로, 피고 측 변호인은 다소 밝은 표정으로 조정실을 빠져나갔다.
이날 '조정불성립' 결정이 나면서 양측은 내달 22일 본소송의 첫변론을 시작할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이들이 왜 2억원이라는 소액(?)을 두고 소송을 이어가는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2억원 뒤에 더 큰 '무언가'가 숨어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테헤란로 237 개발프로젝트 진행당시의 모습./사진제공=현대건설
전자는 삼부토건 창업자의 손자인 조창연 전 블루런벤처스(BRV) 고문이고, 후자는 VSL코리아(현 다올이앤씨) 신흥우 회장의 사위인 이상준 SLI 대표(전 BRV 상무)와 윤관 BRV 대표다. 조 전 고문과 윤 대표는 경기초등학교 동기동창이고, 윤 대표와 이 대표는 미국 스탠포드 대학 동문 선후배로 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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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
이는 조 전 고문이 해외에서 국내의 한 언론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밝힌 내용이다. 첫번째 사안은 내달 22일부터 민사소송이 시작되며, 두번째 사안은 조 전 고문이 형사소송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르네상스호텔 개발 사업에 기여했다고 생각하는 조 전 고문은 당시 시행사(멕킨237PFV)와 자산관리회사(SLI)가 2년만에 약 1500억원에 가까운 돈을 벌었는데, 자신의 손에는 한 푼도 없어 이를 되찾겠다는 의지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테헤란로237번지 개발 나선 '멕킨237PFV'의 탄생
당시 인수자인 다올이앤씨는 신흥우 회장 개인(8.41%, 이하 보통주와 우선주 합계)과 그의 사위인 이상준 대표가 운영하는 구담홀딩스(28.09%)와 구담파트너스(39.37%), 그리고 윤관 대표 측의 블루런벤처스(BRV로터스) 2개 펀드(약 25%)가 주요주주였다.
다올이앤씨는 르네상스호텔 재개발사업을 배당수익이 높은 PFV(Project Finacing Vehicle: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테헤란로237번지의 이름을 딴 시행사 '멕킨(Mackeen)237PFV'를 2016년 6월 24일에 설립했다. 자본금 50억원인 이 회사에는 다올이앤씨(94%, 보통주), 아시아신탁(주)(5%, 이하 누적적비참가적 우선주), 에스엘아이(SLI, 1%)가 주주로 참여했다.
멕킨237은 인수한 부지 등을 담보로 국내 31개 금융권(A B C 3개 투자그룹)에서 약 9500억원을 차입했다. 르네상스호텔 부지 인수대금과 이후 부지 개발자금을 위해서였다. 멕킨237은 시행만 맡고, 자산관리는 SLI가, 자금관리 사무수탁은 아시아신탁이, 시공은 현대건설 등이 았다.
처분원가(건설용지 및 미완성공사 원가) 9443억원을 기준으로 보면 2년여만에 약 2119억원을 남긴 셈이다. 여기서 세금 등 제비용을 빼고 멕킨237이 2018년말에 남긴 현금은 955억원이다. 멕킨237의 기말현금 중 약 930억원은 2019년 3월 주주들에게 배당했다. 개발 참여자들이 기다렸던 수익이다.
지분율대로라면 다올이앤씨가 94%인 874억원 가량을, 아시아신탁이 5%인 46억원을, SLI이 1%인 9억 3000만원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아시아신탁과 SLI는 '누적적비참가적 우선주'여서 보통주에 투자한 다올이앤씨에 앞서 더 많은 배당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 금액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감사보고서 등에 나타난 지분구조를 보면 이 대표나 윤 대표와 달리 소송을 제기한 조 전 고문의 손에 떨어질 배당금은 없어 보인다.
2019년 SLI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임직원은 이상준 대표 1명이며, 주주도 이 대표가 만든 리신자산운용유한책임회사(지분 100%) 뿐이다. 따라서 배당금 275억원도 이 대표 몫으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또 SLI의 2018년 급여명목을 보면 22억원 가량이 지급돼 이 대표 몫은 더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 투자자인 다올이앤씨는 멕킨237에 2016년에 727억원을 대여해주고 2년만인 2018년에 원금에 더해 269억원의 이자를 수령했다. 연평균 18.5%의 이자수익을 올린 셈이다.
이를 감안할 때 르네상스 재개발 사업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멕킨237의 배당금 930억원, SLI의 배당금 275억원, 다올이앤씨의 이자수익 269억원, 급여 22억원 등 약 1500억원 가량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자본금 50억원을 지렛대로 금융권에서 9500억원을 빌려 이같은 고수익을 올렸다. 따라서 이번 조 전 고문의 소송은 이런 개발사업 참여자들간에 벌어진 이익분배 다툼으로 보인다.
5만원권 현금으로 2억원을 빌려줬다는 원고 측 주장의 진실은?
조창연 전 BRV 고문, 삼부토건 창업자 손자/사진=조창연씨
그는 2018년 르네상스호텔 부지가 이지스자산운용 등에 재매각이 이뤄지면서 SLI 측에 250억원의 매각 이익이 돌아갔지만 자신은 지분 25%에 해당하는 이익 분배금(62억5000만원)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조 전 고문은 부동산 개발사업을 잘 알지 못하는 윤 대표를 르네상스 호텔 개발사업에 소개하는 등 자신의 역할이 컸다는 입장이며, 그 과정에서 2억원의 현금도 대여해줬다는 입장이다.
원고 측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피고 측 입장을 듣기 위해 블루런벤처스코리아와 피고의 변호인에게 전화와 이메일로 연락을 취했으나, 아무런 답이 없었다. 또 이 대표나 르네상스호텔을 인수했던 다올이앤씨로 연락했으나 해당 회사 직원은 기자에게 "담당자에게 회신하도록 겠다"고 답한 이후 연락이 없었다.
한 때 다올이앤씨의 사외이사와 BRV코리아에서 재직한 적이 있는 마크원테크놀로지(BRV가 최대주주)의 상두환 대표는 머니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조 전 고문은 잘 모르고, 윤대표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며, 이 대표는 본 지 오래됐다"며 "르네상스 개발사업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조 전 고문의 주장대로라면 기업의 감사보고서에는 드러나지 않는 당사자들간의 다른 거래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듯하다. 따라서 내달 22일부터 시작되는 본안 소송에서 '현금 2억원이 실제 전달됐는지', '전달됐다면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 'SLI 지분의 실체는 무엇인지' 등의 진위가 가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덧붙여]르네상스호텔 개발에 비친 구담, 현담, 에스엘아이, 마크스 등 헷갈리는 회사이름
르네상스호텔 재개발 사업을 주도했던 다올이앤씨(구 VSL코리아)의 현재 1대 주주는 지분율 66.7%(이후 보통주, 우선주 포함)인 마크스앤컴퍼니유한책임회사다. 2대주주는 19.66%의 BRV Lotus Growth Fund 2015, L.P.(케이만제도, 중국 소재)이고 그 뒤를 이어 무사시페인트가 8.41%, BRV Lotus Fund 2012, L.P.(중국 소재)가 5.23%를 갖고 있다.
마크스앤컴퍼니는 이상준 대표가, BRV 펀드는 윤관 대표가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과거 다올이앤씨의 주주였던 '구담'의 이름을 단 (주)구담홀딩스, (주)구담원, (유)구담파트너스가 있다. 구담홀딩스는 (주)마크스앤컴퍼니로 이름을 바꾼 후 (유)마크스앤컴퍼니로 조직을 변경했다. 이후 구담원과 구담파트너스는 (유)마크스앤컴퍼니에 합병돼 다올이앤씨 지분 66.7%를 가진 최대주주의 지위를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구담원의 과거 회사명은 마크에이트(마크8)코퍼레이션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구담원에는 윤 대표의 모친인 최O자씨가 2017년 감사로 근무했다는 점이다.
SLI(에스엘아이) 이름도 유심히 봐야 한다. 에스엘아이, 에스엘아이원(SLIONE), 에스엘아이투(SLITWO) 외에도 실버레인인베스트(Silvelane Invest)도 있다. 실버레인인베스트와 에스엘아이원, 에스엘아이투는 2017년 8월 31일 마크스유한책임회사와 합병하고 해산했다. 마크스와 마크스앤컴퍼니는 윤 대표가 주요주주로 있는 마크원(마크1)테크놀로지의 주주이기도 했다.
법인등기부 등본 자료/대법원 온라인 등기소
이 건물에는 마크스와 마크스앤컴퍼니의 이름을 연상시키는 '리 마크스'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에스엘아이의 대주주인 리신자산운용유한책임회사(LeeshinAM LLC.)는 이 대표와 부인인 신OO씨의 성(리신)을 따서 지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르네상스호텔 재개발 사업은 다올이앤씨를 거쳐 이지스자산운용과 KKR이 사업을 이어받아 테헤란로 237에 총 연면적 23만9242㎡로 지하 5층~지상 36층, 지하 7층~지상 36층 두 건물을 2020년에 완성했다. 총 사업비 2조원이 투입됐고 현재는 신세계프라퍼티가 지분 49.7%를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