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사위 윤관, 친구와 2억원 놓고 다투는 이유…1500억 수익 배분 때문?

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2024.04.26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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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가 판다]

/사진제공=서울중앙지방법원 홈페이지 캡쳐/사진제공=서울중앙지방법원 홈페이지 캡쳐


지난 17일 오전 11시 40분.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별관에 위치한 서울법원조정센터 제218호 조정실 앞은 한산했다.

원고(삼부토건 전 창업주 손자 조창연씨)의 법률대리인 김남훈 변호사(법무법인 위어드바이즈)와 피고(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 LG 고 구본무 선대 회장 사위) 측 법률대리인인 윤재원 변호사(법무법인 율우)가 '2억원 대여금 반환청구소송'에 앞서 조정절차를 밟기 위해 대기석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조정시작 시간이 3분이 지나도 열리지 않던 제3 상근조정위원실의 문이 열리고 원고와 피고의 이름을 부르자 두 사람은 빠르게 218호 조정실 안으로 들어갔다. 겨우 2분쯤 지났을까 다시 문이 열리더니 원고 측 변호인은 굳은 표정으로, 피고 측 변호인은 다소 밝은 표정으로 조정실을 빠져나갔다.



원고 측 변호인은 조정이 잘됐는지를 묻는 한 기자의 질문에 답없이 황급히 떠났고, 피고 측 변호인은 "양측이 의견을 나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말한 후 자리를 떴다.

이날 '조정불성립' 결정이 나면서 양측은 내달 22일 본소송의 첫변론을 시작할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이들이 왜 2억원이라는 소액(?)을 두고 소송을 이어가는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2억원 뒤에 더 큰 '무언가'가 숨어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르네상스호텔 재개발 1500억원대 배당금 분배 문제?
테헤란로 237 개발프로젝트 진행당시의 모습./사진제공=현대건설테헤란로 237 개발프로젝트 진행당시의 모습./사진제공=현대건설
이 사건의 발단은 8년전인 2016년 4월로 거슬러올라간다. 당시에 부지 연면적 23만9242㎡의 2조원대 '서울 강남 테헤란로 237번지 개발사업'(구 르네상스호텔 개발사업)이 세간의 관심이었다. 자금난에 빠진 삼부토건이 소유한 르네상스호텔과 그 부지를 매각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이 사업에 관여한 핵심인물은 3명이다. 한 사람은 매도자와 매수자의 중간에서 다리를 놓는 위치에 있었고, 두 사람은 매수자(투자자)였다.

전자는 삼부토건 창업자의 손자인 조창연 전 블루런벤처스(BRV) 고문이고, 후자는 VSL코리아(현 다올이앤씨) 신흥우 회장의 사위인 이상준 SLI 대표(전 BRV 상무)와 윤관 BRV 대표다. 조 전 고문과 윤 대표는 경기초등학교 동기동창이고, 윤 대표와 이 대표는 미국 스탠포드 대학 동문 선후배로 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
조 전 고문과 윤 대표 소송의 쟁점은 두가지다. 첫번째는 2016년 9월 원고(조창연)가 피고(윤관)에게 5만원권으로 현금 2억원을 직접 빌려줬는데 이를 아직 못받았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자산관리회사(AMC)인 SLI(에스엘아이)의 지분 25%를 보유한 원고가 피고의 요구로 다른 동업자(이상준 대표)에게 지분을 넘겼는데 제대로 된 배당 수익을 못받았다는 것이다.

이는 조 전 고문이 해외에서 국내의 한 언론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밝힌 내용이다. 첫번째 사안은 내달 22일부터 민사소송이 시작되며, 두번째 사안은 조 전 고문이 형사소송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르네상스호텔 개발 사업에 기여했다고 생각하는 조 전 고문은 당시 시행사(멕킨237PFV)와 자산관리회사(SLI)가 2년만에 약 1500억원에 가까운 돈을 벌었는데, 자신의 손에는 한 푼도 없어 이를 되찾겠다는 의지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테헤란로237번지 개발 나선 '멕킨237PFV'의 탄생
LG사위 윤관, 친구와 2억원 놓고 다투는 이유…1500억 수익 배분 때문?
2016년 르네상스호텔 재개발 당시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2015년말 삼부토건은 경영난으로 핵심자산이던 서울 강남 역삼역과 선릉역 사이의 르네상스호텔 부지 매각에 나섰다. 최초 입찰가 1조8560억원에 이 부지를 내놨으나 여러차례 유찰 끝에 2016년 4월 중견 건설기업인 VSL코리아(현 다올이앤씨)가 6831억원에 낙찰받았다. 저가 낙찰이라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업은 무리없이 진행됐다.

당시 인수자인 다올이앤씨는 신흥우 회장 개인(8.41%, 이하 보통주와 우선주 합계)과 그의 사위인 이상준 대표가 운영하는 구담홀딩스(28.09%)와 구담파트너스(39.37%), 그리고 윤관 대표 측의 블루런벤처스(BRV로터스) 2개 펀드(약 25%)가 주요주주였다.

다올이앤씨는 르네상스호텔 재개발사업을 배당수익이 높은 PFV(Project Finacing Vehicle: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테헤란로237번지의 이름을 딴 시행사 '멕킨(Mackeen)237PFV'를 2016년 6월 24일에 설립했다. 자본금 50억원인 이 회사에는 다올이앤씨(94%, 보통주), 아시아신탁(주)(5%, 이하 누적적비참가적 우선주), 에스엘아이(SLI, 1%)가 주주로 참여했다.

멕킨237은 인수한 부지 등을 담보로 국내 31개 금융권(A B C 3개 투자그룹)에서 약 9500억원을 차입했다. 르네상스호텔 부지 인수대금과 이후 부지 개발자금을 위해서였다. 멕킨237은 시행만 맡고, 자산관리는 SLI가, 자금관리 사무수탁은 아시아신탁이, 시공은 현대건설 등이 았다.

LG사위 윤관, 친구와 2억원 놓고 다투는 이유…1500억 수익 배분 때문?
멕킨237은 약 2년간 개발사업을 진행하다가 재개발 완성 전인 2018년 7월에 부지와 건물 등 사업 전체를 이지스자산운용과 사모펀드 KKR 등에 약 1조 1563억원에 팔았다. 조기에 이익실현에 나선 것이다.

처분원가(건설용지 및 미완성공사 원가) 9443억원을 기준으로 보면 2년여만에 약 2119억원을 남긴 셈이다. 여기서 세금 등 제비용을 빼고 멕킨237이 2018년말에 남긴 현금은 955억원이다. 멕킨237의 기말현금 중 약 930억원은 2019년 3월 주주들에게 배당했다. 개발 참여자들이 기다렸던 수익이다.

지분율대로라면 다올이앤씨가 94%인 874억원 가량을, 아시아신탁이 5%인 46억원을, SLI이 1%인 9억 3000만원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아시아신탁과 SLI는 '누적적비참가적 우선주'여서 보통주에 투자한 다올이앤씨에 앞서 더 많은 배당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 금액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감사보고서 등에 나타난 지분구조를 보면 이 대표나 윤 대표와 달리 소송을 제기한 조 전 고문의 손에 떨어질 배당금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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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사위 윤관, 친구와 2억원 놓고 다투는 이유…1500억 수익 배분 때문?
이와는 별개로 조 전 고문이 자신의 지분 25%가 있다고 주장한 SLI는 시행사인 멕킨237에 용역을 제공한 대가로 2017년과 2018년에 총 461억원의 지급수수료를 받았다. 이 가운데 275억원은 2019년에 주주들에게 중간배당했다.

2019년 SLI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임직원은 이상준 대표 1명이며, 주주도 이 대표가 만든 리신자산운용유한책임회사(지분 100%) 뿐이다. 따라서 배당금 275억원도 이 대표 몫으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또 SLI의 2018년 급여명목을 보면 22억원 가량이 지급돼 이 대표 몫은 더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 투자자인 다올이앤씨는 멕킨237에 2016년에 727억원을 대여해주고 2년만인 2018년에 원금에 더해 269억원의 이자를 수령했다. 연평균 18.5%의 이자수익을 올린 셈이다.

이를 감안할 때 르네상스 재개발 사업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멕킨237의 배당금 930억원, SLI의 배당금 275억원, 다올이앤씨의 이자수익 269억원, 급여 22억원 등 약 1500억원 가량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자본금 50억원을 지렛대로 금융권에서 9500억원을 빌려 이같은 고수익을 올렸다. 따라서 이번 조 전 고문의 소송은 이런 개발사업 참여자들간에 벌어진 이익분배 다툼으로 보인다.

5만원권 현금으로 2억원을 빌려줬다는 원고 측 주장의 진실은?
조창연 전 BRV 고문, 삼부토건 창업자 손자/사진=조창연씨조창연 전 BRV 고문, 삼부토건 창업자 손자/사진=조창연씨
뉴시스에 따르면 조 전 고문은 2016년 6월 SLI 지분 25%를 매입했다가 윤 대표의 권유로 자신의 지분을 이 대표에게 모두 매각했는데 이 지분에 걸맞는 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2018년 르네상스호텔 부지가 이지스자산운용 등에 재매각이 이뤄지면서 SLI 측에 250억원의 매각 이익이 돌아갔지만 자신은 지분 25%에 해당하는 이익 분배금(62억5000만원)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조 전 고문은 부동산 개발사업을 잘 알지 못하는 윤 대표를 르네상스 호텔 개발사업에 소개하는 등 자신의 역할이 컸다는 입장이며, 그 과정에서 2억원의 현금도 대여해줬다는 입장이다.

원고 측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피고 측 입장을 듣기 위해 블루런벤처스코리아와 피고의 변호인에게 전화와 이메일로 연락을 취했으나, 아무런 답이 없었다. 또 이 대표나 르네상스호텔을 인수했던 다올이앤씨로 연락했으나 해당 회사 직원은 기자에게 "담당자에게 회신하도록 겠다"고 답한 이후 연락이 없었다.

한 때 다올이앤씨의 사외이사와 BRV코리아에서 재직한 적이 있는 마크원테크놀로지(BRV가 최대주주)의 상두환 대표는 머니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조 전 고문은 잘 모르고, 윤대표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며, 이 대표는 본 지 오래됐다"며 "르네상스 개발사업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조 전 고문의 주장대로라면 기업의 감사보고서에는 드러나지 않는 당사자들간의 다른 거래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듯하다. 따라서 내달 22일부터 시작되는 본안 소송에서 '현금 2억원이 실제 전달됐는지', '전달됐다면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 'SLI 지분의 실체는 무엇인지' 등의 진위가 가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덧붙여]르네상스호텔 개발에 비친 구담, 현담, 에스엘아이, 마크스 등 헷갈리는 회사이름
LG사위 윤관, 친구와 2억원 놓고 다투는 이유…1500억 수익 배분 때문?
르네상스호텔 재개발 사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기에 관여한 유사한 형태의 여러 회사들의 이름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르네상스호텔 재개발 사업을 주도했던 다올이앤씨(구 VSL코리아)의 현재 1대 주주는 지분율 66.7%(이후 보통주, 우선주 포함)인 마크스앤컴퍼니유한책임회사다. 2대주주는 19.66%의 BRV Lotus Growth Fund 2015, L.P.(케이만제도, 중국 소재)이고 그 뒤를 이어 무사시페인트가 8.41%, BRV Lotus Fund 2012, L.P.(중국 소재)가 5.23%를 갖고 있다.

마크스앤컴퍼니는 이상준 대표가, BRV 펀드는 윤관 대표가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과거 다올이앤씨의 주주였던 '구담'의 이름을 단 (주)구담홀딩스, (주)구담원, (유)구담파트너스가 있다. 구담홀딩스는 (주)마크스앤컴퍼니로 이름을 바꾼 후 (유)마크스앤컴퍼니로 조직을 변경했다. 이후 구담원과 구담파트너스는 (유)마크스앤컴퍼니에 합병돼 다올이앤씨 지분 66.7%를 가진 최대주주의 지위를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구담원의 과거 회사명은 마크에이트(마크8)코퍼레이션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구담원에는 윤 대표의 모친인 최O자씨가 2017년 감사로 근무했다는 점이다.

SLI(에스엘아이) 이름도 유심히 봐야 한다. 에스엘아이, 에스엘아이원(SLIONE), 에스엘아이투(SLITWO) 외에도 실버레인인베스트(Silvelane Invest)도 있다. 실버레인인베스트와 에스엘아이원, 에스엘아이투는 2017년 8월 31일 마크스유한책임회사와 합병하고 해산했다. 마크스와 마크스앤컴퍼니는 윤 대표가 주요주주로 있는 마크원(마크1)테크놀로지의 주주이기도 했다.
법인등기부 등본 자료/대법원 온라인 등기소법인등기부 등본 자료/대법원 온라인 등기소
그리고 에스엘아이원의 변경전 법인명은 주식회사 현담원(Hyundamone Inc)이다. 현담원은 윤 대표의 BRV코리아가 입주해 있는 강남 언주로 빌딩이름이다. 현담원 건물은 윤 대표의 장모인 김영식 여사와 부인 구연경 LG복지재단 이사장 등이 공동소유하고 있다.
이 건물에는 마크스와 마크스앤컴퍼니의 이름을 연상시키는 '리 마크스'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에스엘아이의 대주주인 리신자산운용유한책임회사(LeeshinAM LLC.)는 이 대표와 부인인 신OO씨의 성(리신)을 따서 지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르네상스호텔 재개발 사업은 다올이앤씨를 거쳐 이지스자산운용과 KKR이 사업을 이어받아 테헤란로 237에 총 연면적 23만9242㎡로 지하 5층~지상 36층, 지하 7층~지상 36층 두 건물을 2020년에 완성했다. 총 사업비 2조원이 투입됐고 현재는 신세계프라퍼티가 지분 49.7%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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