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인처럼 살 걸'…나이 들어 한국인이 후회하는 무릎 건강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2024.04.2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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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인처럼 살 걸'…나이 들어 한국인이 후회하는 무릎 건강


무릎 퇴행성 관절염 환자가 처음으로 300만명을 넘었다. 관절염은 65세 이상 고령층의 3명 중 1명이 경험할 정도로 대표적인 '노년기 질환'이다. 그중에서도 무릎은 퇴행성 관절염이 발생하는 주요 부위로 통증과 기능장애를 유발해 삶의 질을 떨어트리는 것은 물론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까지 부를 수 있다.

무릎 퇴행성 관절염은 국소적 통증으로 시작해 서서히 악화한다. 발병 초기에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방치하다가 증상이 악화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박상은 강남베드로병원 정형외과 원장은 "초기 주사나 약물, 물리치료 등 비수술적 요법으로 치료가 가능한데도 질환이 심각하게 진행돼 수술적 치료가 불가피한 상태에서 병원을 찾는 환자가 생각보다 많다"며 "특히 고령 환자는 치료 시기가 회복과 예후를 크게 좌우하는 만큼 적기에 전문의의 진단을 받고 치료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내년부터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 고령층인 초고령사회로 접어드는 만큼, 퇴행성관절염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4월 28일 대한정형외과학회가 제정한 '관절염의 날'을 맞아 무릎 퇴행성 관절염의 증상과 치료법에 대해 알아본다.

관절염 앓아도 적절한 운동은 필수
퇴행성관절염은 관절 내 충격을 흡수하는 연골이 점진적으로 소실되면서 나타나는 질환이다. 염증성 관절 질환 중 가장 발생 빈도가 높은 병이다. 기계도 오래 쓰면 닳듯, 관절도 나이가 들수록 마모돼 탈이 나기 쉽다. 노화가 대표적인 발병 요인으로 비만이거나 골밀도가 낮은 경우, 스포츠를 과도하게 즐기는 경우에도 발병 위험이 커진다.



무릎에 퇴행성 관절염이 발생하기 쉬운 이유는 체중의 부하가 크고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는 부위라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무릎관절증 환자는 약 308만 명으로 10년 전인 2012년(245만명)보다 25.8% 증가했다. 좌식 생활에 익숙한 한국인은 쪼그려 앉기, 양반다리 등의 습관으로 서양보다 무릎 연골 마모를 겪는 이들이 더욱 많다고 알려진다.

박상은 강남베드로병원 정형외과 원장이 무릎 관절염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사진=강남베드로병원박상은 강남베드로병원 정형외과 원장이 무릎 관절염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사진=강남베드로병원
일단 무릎 연골이 닳으면 관절의 뼈 및 관절막, 주변 인대에 이차적 손상이 일어나고 통증과 변형, 기능 장애가 나타난다. 초기에는 통증을 경험하고 계단을 오르내리기가 힘들어지거나 오래 앉아있다 일어설 때 무릎이 빳빳한 느낌을 받는다. 말기에 이르면 연골이 광범위하게 손상돼 위아래 뼈가 부딪쳐 '무릎이 끊어질 듯한' 통증을 경험하게 된다. 박상은 원장은 "무릎 관절염은 대개 느리게 진행되며 호전과 악화를 반복한다"며 "무릎이 붓거나 관절을 구부리기 어렵다면 바로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무릎 부위 퇴행성관절염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운동을 통한 근력의 관리다. 스트레칭, 걷기, 수영, 필라테스나 요가 등 관절에 무리가 되지 않는 가벼운 운동을 통해 근력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무릎을 아낀다고 운동을 피하는 분들도 있는데, 규칙적이고 적절한 운동은 유연성을 높여 오히려 무릎 관절염에 도움이 된다.

박상은 원장은 "관절염을 이미 겪고 있어도 대퇴사두근 세팅 운동, 누워서 하체 운동 등 무리 없이 근력을 기를 수 있는 운동을 꾸준히 진행하는 것이 좋다"며 "단, 관절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족구, 테니스, 배구 등 구기 종목 운동이나 장거리 조깅, 산행 등 무리한 운동은 무릎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관절염 단계 따라 '맞춤 치료' 진행해야
무릎 관절염으로 진단받으면 증상의 정도에 따라 치료 방법을 검토하게 된다. 초기부터 중기까지는 주사 및 물리치료 등 보존적 치료를 주로 시행한다. 인체와 흡사한 세포를 직접 주사해 재생을 유도하는 'PDRN(DNA)주사치료법', 히알루론산(hyaluronic acid) 제재로 연골 재생을 촉진하는 '연골주사법', 콜라겐주사법 그리고 혈관의 재형성을 돕고 조직과 뼈를 활성화해 통증 감소와 기능의 개선을 돕는 '체외충격파'와 운동 재활치료 등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되어 있으며 대개 예후가 좋다.

특히 지난해 7월 보건복지부에서 '신의료기술'로 승인한 자가골수 줄기세포 주사치료법은 최근 주목받는 중기 무릎 관절염 치료법 중 하나다. 정확한 명칭은 '자가골수 흡인 농축물 주사'로, 말 그대로 다량의 줄기세포와 성장인자가 포함된 골수 농축물을 무릎 관절강에 주사하는 방법이다. 골반뼈 부근 장골능에서 환자 본인의 골수를 채취한 후 이를 원심분리해 활용하는 만큼 거부반응 및 유전자 변이의 위험성 없이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2~3기 수준 환자의 통증 완화 및 관절 기능 개선에 활용되며 절개나 마취 없이 20~30분 안에 관절강 내 주사로 치료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서양인처럼 살 걸'…나이 들어 한국인이 후회하는 무릎 건강
말기 단계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환자의 연령과 관절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관절경, 인공관절 등을 검토하게 된다. 관절염에 일반적으로 실시하는 관절경 수술은 관절에 2~5mm 직경의 가늘고 긴 내시경을 삽입해 내부 병변을 진단하고 수술하는 기법이다. 수술 절개 부위가 작아 일상 복귀가 빠르며, 통증이 적고 정확한 진단과 수술이 동시에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인공관절치환술은 로봇이 도입되며 한층 개인화, 맞춤화됐다. 환자의 관절 상태를 컴퓨터로 검토, 분석해 더욱 정교하고 안전하게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주변 신경과 인대 손상을 줄이고 수술의 정밀도를 대폭 높일 수 있는 만큼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환영받는다. 박상은 원장은 "무릎 관절염 치료법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며 "무릎이 쑤시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병원을 찾아 올바른 진료와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개선 방안을 찾는 것이 노년기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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