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게 공감하고 이해를 나누는 동영상 콘텐츠 '즐섹하자'의 한 장면. 김혜지 에디터(왼쪽), 김태용 기획자./사진='즐섹하자'
최근 가장 많은 조회수와 댓글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대학생들이 만든 뉴미디어 매체 '알트(ALT)'가 제작한 '즐섹하자' 시리즈. 성에 대한 다양한 주제를 총 7편의 동영상에 담아 재미있고 쉽게 풀어낸다. 유튜브에서 조회수는 100만을 훌쩍 넘기고 SNS에서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튜브, SNS를 통해 유통되는 성 관련 동영상의 주된 소비자는 남성. 하지만 그들이 만든 '섹스 토크'의 주된 시청자는 2030세대 여성이다.
김씨는 "여성의 몸에 맞는 콘돔 이야기나 여성 출연자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반응이 많다"며 "친구들끼리 태그(친구도 볼 수 있게 친구를 게시물에 연결하는 일)를 하고 공유하는 경우도 많은데 아무래도 여성들이 편하게 성에 대한 정보를 얻기 어려워서 더 호응도가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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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섹하자' 콘텐츠에 이어지는 호의적 반응들. 실질적인 성지식이 공유되는데 만족하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사진=유튜브 댓글 캡처
직장인 박 모씨(52)는 "페이스북에서 처음 봤을 땐 당혹스러웠지만 꾸준히 보다보니 사회 변혁을 외쳤던 80년대에도 왜 이런 문제제기를 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꼭 필요한 이야기지만 나도 자식들과 이런 얘기를 한마디 나눠본 적이 없는데 어른들이 쉬쉬하는 이야기를 젊은 친구들이 풀어내는 모습이 건강해 보인다"고 소감을 남겼다.
시청자들의 호응에 대해 김혜지 알트 에디터는 "영상을 올렸을 때 댓글이나 메시지로 성희롱을 당하는 등 어려움도 있었지만 대부분 긍정적 반응으로 용기를 준다"며 "처음엔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 꺼리던 친구들도 만나면 고민을 털어놓는 등 변화가 생겼다"라고 말했다.
메시지에 대한 고민도 있다. 김혜지씨는 "'모두의 성'을 다룬다고 하지만 성소수자가 배제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받는다"며 "왜곡되고 한정된 성 인식을 개선하려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영상 출연진을 더 다양화하는 등 메시지 전달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혜지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콘텐츠로 본인이 직접 출연한 '올바른 콘돔 사용법'을 다룬 영상을 꼽았다. 그는 특히 한국 성교육의 현실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부가 실시한 '2015년 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21만2538명 가운데 5.3%가 성경험이 있으며 평균 첫 경험 연령은 13세다. 청소년의 피임 실천율은 2015년 기준 48.7%로 미국 청소년의 피임 실천율 98.9%의 절반에 불과하다.
김혜지씨는 "가장 중요하고 기본인 콘돔 사용법조차 학교에서 가르쳐준 적이 없어 유튜브 영상을 보고 배웠다"며 "실효성 없는 성교육이 아니라 해외처럼 건강한 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성교육을 청소년들에게 가르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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