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망명' 유명작가 밀란 쿤데라, 40년만에 국적 회복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 2019.12.04 11:18

1979년 체코 국적 박탈… 프랑스 정치적 망명 후 "나는 프랑스 작가" 밝히기도

밀란 쿤데라. /사진=AFP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등을 쓴 세계적인 작가 밀란 쿤데라(90)가 체코 국적을 회복했다. 공산당의 탄압을 피해 프랑스로 망명한 그가 체코 국적을 박탈당한 지 40년 만이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주프랑스 체코 대사는 지난 28일 쿤데라의 프랑스 파리 자택을 방문해 체코 시민권을 수여했다고 체코 공영방송을 통해 밝혔다. 대사는 "체코에서 탄생한 가장 위대한 체코 작가의 상징적 복귀"라며 "경쾌하고 인간적인 따뜻함이 깃든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는 안드레이 바비스 체코 총리가 지난해 파리 방문 때 쿤데라를 만나 시민권을 회복할 것을 설득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바비스 총리는 프랑스 파리의 한 식당에서 쿤데라 부부를 3시간 동안 만나며 "노벨문학상 후보로 자주 거론되는 쿤데라는 세계 문학의 전설이다. 나에게 너무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쿤데라는 공산체제였던 체코슬로바키아에서 교수 등으로 활동하면서 소설 '농담'과 희곡 '열쇠의 주인공' 등을 썼다. 체코 당국은 그가 1968년 자유민주화 운동인 '프라하의 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집필, 강연활동에 제약을 가했으며 저서도 모두 압수했다. 결국 쿤데라는 1975년 공산당의 탄압을 피해 프랑스로 망명했고 1979년 체코슬로바키아 국적을 박탈당했다.


이후에도 쿤데라는 자신의 고향을 프랑스라고 밝히며 파리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활발한 작품활동을 이어갔다. 대표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역시 프랑스 망명 후인 1984년에 쓰인 작품이다. 그는 여러 공식행사에서 자신을 프랑스 작가로 소개하면서 "내 책은 프랑스 문학으로 간주해 서점에서도 그렇게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도 "고향이라는 개념은 결국 환상이나 신화에 불과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나는 우리가 그 신화의 희생자가 아닌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쿤데라는 현재 어떤 언론 인터뷰도 거부하고 파리에서 조용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는 지난 1996년, 망명 후 처음으로 체코를 방문했고 이후에도 여러 차례 체코를 들른 것으로 전해졌다. 체코 당국은 1989년에 쿤데라의 일부 저서 및 영화에 대한 판금조치를 해제했으며 2008년 쿤데라는 체코문학상을 수상했다.

젊은 시절 밀란 쿤데라와 그의 아내 베라. /사진=AFP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번개탄 검색"…'선우은숙과 이혼' 유영재, 정신병원 긴급 입원
  2. 2 유영재 정신병원 입원에 선우은숙 '황당'…"법적 절차 그대로 진행"
  3. 3 법원장을 변호사로…조형기, 사체유기에도 '집행유예 감형' 비결
  4. 4 '개저씨' 취급 방시혁 덕에... 민희진 최소 700억 돈방석
  5. 5 "통장 사진 보내라 해서 보냈는데" 첫출근 전에 잘린 직원…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