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K팝 넘어 대한민국 망신”…기획사 침묵 속 끝없는 신뢰 하락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 2019.03.14 16:08

[버닝썬 게이트]‘버닝썬·승리 게이트’로 본 케이팝의 미래…“경제적 손해는 물론, 대한민국 이미지까지 타격”

편집자주 | 우리들의 일그러진 우상이 된 일부 '아이돌'은 문화권력에 취해 범죄에 무감각해졌다. 권력층의 비호 얘기도 들린다. 강남 클럽 버닝썬에서 단순 폭행으로 시작돼 마약과 뇌물, 탈세와 불법 몰카영상, 권력층과의 유착으로까지 확대된 '버닝썬 게이트'를 중간 점검했다.

외국인 투자자 성접대 의혹을 받는 전 빅뱅 멤버 승리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소위 ‘승리 스캔들’이 터진 이후 한류 스타들이 속한 대형기획사들은 말을 아꼈다. 말 한마디가 잘못 번져 또 다른 의혹을 생성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도 세세히 읽혔다.

승리가 속한 YG엔터테인먼트는 “메시지 조작” 멘트 이후 아무런 답변이나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아이돌 그룹을 보유한 중·대형 기획사 상당수 역시 연락이 닿지 않거나 답변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정욱 JYP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케이팝의 향후 이미지 타격에 대해 “요즘 분위기가 너무 안 좋아서 관련 얘기를 하고 싶지 않다”며 언급을 자제했다. 또 다른 B기획사 대표 역시 “케이팝 미래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 같다”고만 언급한 뒤 “더 이상 할 말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국내 기획사 관계자들이 말을 아끼는 사이, 외신은 서로 앞다퉈 버닝썬으로 촉발된 일명 ‘승리 게이트’에 대한 뉴스를 자세히 쏟아냈다.

영국 BBC는 11일(현지시간) ‘빅뱅:케이팝 스타가 성뇌물 의혹 속에 쇼비즈니스 중단’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며 승리의 성접대 의혹 수사와 가수 정준영 씨의 불법 촬영 동영상 등 디지털성범죄를 자세히 보도했다.

/사진=BBC 캡처

영국의 가디언지도 12일 'K-POP 스캔들:불법 성매매 혐의로 고발된 한국의 위대한 개츠비'라는 타이틀로 이 사건을 보도했다.

가디언지는 블룸버그를 인용, YG엔터테인트먼트의 주가가 14% 하락했으며 다른 케이팝 기획사들도 손해를 봤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버라이어티는 지난 11일 "한국 가요계 거물 중 한 명인 승리가 성매매 여성 공급 혐의로 기소됐다"며 은퇴 소식도 함께 전했고 말레이시아 유력 일간 ‘더스타’ 온라인도 “승리를 둘러싼 일련의 의혹들이 한국 팝스타로서의 경력을 무너뜨릴지 모른다”고 보도했다.

케이팝 스타 중 특히 일본과 아시아권에서 가장 잘 나가던 빅뱅 멤버의 추락은 단순히 빅뱅 그룹이나 YG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방탄소년단이 정점을 찍은 케이팝의 공든 탑을 한순간에 무너뜨렸다는 비판과 함께 다른 케이팝 스타들의 해외 활동에 이미지 타격이 작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지배적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단순히 승리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단체방 대화에 참여한 한류스타들이 적지 않다는 게 문제”라며 “한국 연예계가 그간 깨끗하다고 여긴 해외 팬들에게 지저분하다는 이미지를 던져줬고, 이는 곧 케이팝 이미지의 전체적 실추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아시아권보다 미국이나 유럽 쪽 보도가 많은데, 이는 그들이 성범죄나 마약 등을 가장 중요한 보도로 여기기 때문”이라며 “다시 말하면 아시아권에서 케이팝은 콘텐츠에 따라 재기할 여지가 있지만, 유럽이나 미국에선 이미지 실추 하나로 콘텐츠도 동반 하락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가수 정준영이 단체방에서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을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서 공유한 의혹으로 14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무엇보다 지금 케이팝을 이끄는 선두주자들이 대개 상업성과 거리를 둔 콘텐츠(가사나 장르)로 승부하면서 케이팝 브랜드의 차별화, 상업과 타협하지 않는 예술성 등에 접근했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콘텐츠 위선에 대한 논란, 브랜드 이미지 추락 등이 도마에 올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헌식 평론가는 “약간은 저항문화적 기질을 가진 스타들이 그간 케이팝을 이끌었는데, 앞으로 공신력 있는 곳에선 케이팝의 가치를 높게 매기기 어려울 것”이라며 “일반 대중에게선 콘텐츠 자체로 재기할 수 있어도 심기일전 물갈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하재근 평론가는 “이번 사건이 여성이 혐오하는 범죄와 연루돼 케이팝 팬들의 상당수인 해외 여성 팬들의 충격이 작지 않다”며 “사건과 관계없는 다른 스타들에게 불똥이 튈 것이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다.

아이돌 그룹이 매년 늘어가는 추세에 맞춰 기획사의 관리 체계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중견 기획사 C이사는 “신인 땐 관리 감독이 제대로 먹혀드는 것 같은데, 스타가 되면 통제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불안한 정서나 잘못된 성인식에 대한 전문가 교육 시스템을 좀 더 일찍,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헌식 평론가는 “경제적 손해도 엄청나겠지만, 무엇보다 케이팝을 넘어 대한민국 브랜드 이미지까지 타격받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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