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우리나라의 경기침체 현상이 1990년대 이후 ‘20년 장기불황’을 겪은 일본과 비슷하다고 우려했다.
1980년대 고도성장기 일본의 경제적 위상은 상당했다. 당시 고부가가치 산업이었던 자동차, 반도체 분야에서 최강국이었던 미국을 앞지른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우리나라도 2010년대 스마트폰, 반도체 등 전자제품 수출이 대폭 늘었으나 이를 혁신을 통한 ‘새 먹거리’로 보기 어렵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신 부문장은 “현재 우리의 주력 수출품인 스마트폰만 하더라도 다른 곳에서 먼저 개발한 것의 효율을 좀 더 높인 것일 뿐”이라며 “아직 우리나라가 시장을 선도할 혁신적인 제품이라고 내세울 만한 것이 없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일본이 1990년대 우리나라와 대만의 추격을 받아 주요 산업이 침체기를 겪었는데, 지금 우리나라를 추격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기술개발이 지체된다면 일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산업경쟁력이 악화될 수 있다. 그는 “우리나라가 처한 대내외 상황은 1990년대 일본보다 훨씬 불리한 상황”이라며 “남다른 각오로 구조개혁을 서둘러 성장판을 다시 열어야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가 만약 일본처럼 장기 저성장을 겪는다면 이를 버틸 체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다. 신 부문장은 “일본이 침체를 겪기 전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8% 수준이었는데 현재 우리나라는 절반에 육박한다”며 “일본보다 5배 가량 대외리스크에 더 노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처럼 단기간에 부동산 버블이 생기지 않았지만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고, 저출산으로 고령화 속도는 일본보다 훨씬 빠른 편”이라며 “아무런 대책 없이 지켜본다면 서서히 경제가 망가지면서 장기 저성장 국면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상황을 ‘한국형 일본화’란 표현으로 정리했다.
단기 성과에 집착해 추경, 금리인하 등 경기부양책을 남발해선 안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신 부문장은 “양적완화 같은 비전통적 통화정책도 일본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도입했다”며 “경제가 장기간 안 좋다 보니 계속 돈을 풀고, 정부 재정을 투입해서 교량 등 SOC(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늘렸으나 구조개혁이라는 근본적 해결책이 실패하자 글로벌 금융위기에 충격이 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은 2008년(-1.0%), 2009년 (-5.5%)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해다. 일본 최대 전자업체 소니가 무너진 것도 이 시기다.
우리 기업들도 일본기업들을 답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체 매출액은 지난 2014년 -1.9%로 1961년 통계작성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지난해는 매출액은 -4.2%로 역성장이 확대됐다. 신 부문장은 “기업의 수익성은 환율, 유가에 따라 매년 달라질 수 있지만 매출액 규모가 쪼그라드는 것은 매우 위험한 신호”라고 했다.
그는 “과거에는 우리나라가 외국서 자본을 끌어와서 때로는 기술을 베끼기도 했는데 지금은 이런 식으로 성장할 수 없다”며 “혁신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고 규제를 줄여 기업들이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끝으로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우리나라도 몇 년 후에 마이너스금리 논의가 나올 수도 있다”며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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