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을 듯 말듯 '辛의 높은 꿈'…20년간 사업비만 10배↑

머니투데이 박성대 기자 | 2014.09.06 06:15

[부동산 '후']제2롯데월드 수난사…신격호 회장 '신천동 29번지' 세계 최고층 호텔 추진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1990년 롯데그룹이 서울 잠실에 당시 국내 최고 높이인 지상 100층짜리 초고층 호텔 건립을 추진한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이에 대한 공식 대응을 내놓지 않던 롯데는 그해 5월말 잠실 롯데월드 부근 송파구 신천동 29번지 8만8170㎡의 부지에 지하 4층~지상 100층 연면적 19만6859㎡ 규모의 호텔 건립을 위한 사업계획서를 한 달 전인 4월30일 서울시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당시 롯데가 추산한 총사업비는 3200억원이었다.

물론 건설부(현 국토교통부) 수도권정비심의위원회 심의부터 교통영향평가, 건축심의 등 까다로운 절차가 남아 실현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이 같은 소식은 개발호재로 인식되면서 인근 잠실아파트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로부터 24년이 흐른 2014년 9월3일. 서울시는 '제2롯데월드'(롯데월드타워) 저층부 상업시설 임시사용 승인을 재차 보류했다. 제2롯데월드는 현재 상층부도 아닌 저층부 임시개장마저 교통과 안전문제 등의 이유로 2차례 보류되는 등 순탄치 않은 과정을 겪고 있다.

2016년 10월로 예정된 제2롯데월드 정식 개장의 전망도 밝지만은 않은 상황. 첫 사업계획서를 제출했을 때 3200억원으로 추산됐던 총사업비는 약 11배 증가한 3조5000억원이 됐다.

◇수난의 시작… 송파구·서울시의 인·허가
본격적인 제2롯데월드 건설사업 추진은 롯데그룹이 1994년 5월 비행안전구역 내 초고층빌딩 건축 가능 여부를 서울시에 질의하면서 시작됐다.

서울시는 롯데의 질의에 대해 공군의 의견을 물어 '비행안전구역 밖의 부지는 군용항공기지법상 해당사항 없음'이라는 내용을 회신했다. 롯데그룹은 이에 1995년 11월 송파구에 최고 100층, 402m 높이의 빌딩 설계안을 제출했지만 공군의 반대와 교통난 등의 부정적 여론에 밀려 좌절됐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제2롯데월드 건설의 꿈을 버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관련기관과 협의를 진행했다. 이같은 시도에도 1998년 5월 최고 36층, 143m 높이의 빌딩을 짓는 건축허가만을 받는데 그쳐 사업 추진 전망이 어두워졌다.

결국 6년이 지난 2004년 10월 롯데그룹은 지상 112층, 524m 높이의 초고층빌딩 건축계획을 담은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을 송파구에 다시 제출했다. 이듬해인 2005년 1월 송파구청이 서울시에 제2롯데월드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을 제출했고 같은 해 12월 서울시는 교통영향심의위원회 협의를 완료했다.

이어 2006년 2월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이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에서 가결됐고 4월 건축계획심의 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2006년 5월 국방부가 행정협의조정신청을 내고 실무회의에서 불허 입장으로 결과가 나오면서 또다시 사업은 좌초 위기에 처했다.

제2롯데월드사업이 반전의 기회를 맞은 건 이명박정부가 들어서면서다. 서울시는 2008년 4월 112층 높이의 초고층빌딩을 제외한 9개 저층 건물의 신축계획안을 조건부 가결했다. 그해 8월 서울시는 이를 확정했다.

제2롯데월드사업이 지지부진하다고 판단한 정부는 9월 관계부처 협의를 갖고 롯데그룹이 추진해온 제2롯데월드에 대해 실현 가능한 대안을 놓고 관계기관간 적극 검토키로 했다. 사실상 허용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

이에 롯데그룹은 석달 뒤인 2008년 12월30일 서울시에 잠실 제2롯데월드 건축심의 절차를 재개해줄 것을 요청했고 이듬해 1월7일 서울시 요청으로 행정협의조정 실무회의를 개최, 사실상 허가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공군이 서울공항의 보조활주로를 3도가량 조정하는 대신 555m짜리 초고층건물 신축을 허용하고 롯데는 활주로 조정에 들어가는 비용을 책임지기로 한 것. 같은달 31일 행정협의조정 실무회의에서 롯데월드와 관련한 고도제한이 철회됐다.


2개월 뒤 제2롯데월드가 착공에 들어갔다. 남은 건 마무리 행정절차뿐이었다. 2010년 6월22일 서울시가 용적률 544.48%를 적용해 지상 123층, 높이 555m 규모의 건물 건립을 포함한 건축·교통 통합심의를 내주었다.

2013년 11월27일에는 용적률을 575.26%로 올려주면서 순조롭게 진행됐다. 하지만 당초 제2롯데월드 저층부 임시개장을 올해 5월에 하려고 했으나 공사 중 발생한 안전사고와 석촌호수 수위 저하문제, 도로함몰 발생 등으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자 조기개장이 취소되면서 상황은 다시 반전됐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강제매각·수백억대 토지초과이득세…사연 많은 '신천동 29번지'
서울 송파구 신천동 29번지.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은 언론을 통해 종종 이 부지에 "세계에서 가장 높고 기념비적인 건물을 짓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위해 1988년 1월12일 롯데물산(소유지분율 75%) 롯데쇼핑(15%) 호텔롯데(10%) 등이 공동으로 서울시로부터 8만8170㎡ 크기의 노른자위 땅을 819억원에 매입했다. 롯데에 따르면 현재 이곳의 토지가는 약 2조6500억원이다. 26년 만에 땅값이 32배가 된 셈이다.

땅을 구입하고 26년을 마냥 내버려뒀어도 약 2조원을 벌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토지매입 2년8개월 뒤인 1990년 9월 서울시가 이 부지를 비업무용 토지로 판정해 취득세 중과분 128억원을 추징키로 결정하면서 우여곡절이 시작됐다.

당시 정부가 롯데 측이 1988년 1월 땅을 취득한 후 2년8개월이 지났는데도 건물을 착공하지 않는 등 계속되는 사업 추진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업무용 토지로 판정하면서 서울시가 이에 대해 추징에 나선 것. 그동안 서울시는 롯데가 제출한 사업신청서를 4차례나 반려했다.

당시 지방세법상 법인의 비업무용 토지는 토지취득 후 1년 이내에 정당한 사유없이 착공이 안될 경우 일반 세율의 7.5배인 15%의 취득세가 중과세됐다. 여기에 정부가 비업무용부동산에 대한 강제매각을 추진하면서 잠실 제2롯데월드 부지도 처분 대상이 됐다.

하지만 당시 공매가가 9000억원대에 달하면서 수차례 공매에서 유찰됐고 결국 공매절차가 중단되면서 롯데 입장에서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었다.

롯데는 결국 법적소송을 시작했다. 롯데는 서울시와 국세청 등을 상대로 '법인세 부과처분취소소송'과 '토지초과이득세부과처분 취소소송' 등을 비슷한 시기에 냈다. 5년 간의 법적분쟁이 시작됐다.

결국 1996년 3월 대법원은 지방세법상 법인세법상 취득세와 토지초과이득세와 관련해 "비업무용 토지가 아니다"라는 확정판결을 내리며 롯데의 손을 들어줬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는 숙원사업을 이루기 위한 '귀한 땅'이지만 그동안 이 땅 때문에 겪은 일들을 뒤돌아보면 고개가 절로 저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면서도 "그동안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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