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한 '제5회 대한민국 오페라페스티벌'에서 한국오페라단(단장 박기현)이 올린 슈트라우스의 '살로메'는 어려운 시국에도 오페라 애호가들의 관심을 모았다. 국내에서 자주 만나기 힘든 작품인데다 현대적이고 파격적인 연출을 더했다 해서 기대가 컸다.
그런 기대가 지나쳤던 걸까. 작품의 내용을 떠나 공연진행 미숙으로 관객들은 눈살을 찌푸려야 했다. 엄숙하고 차분한 가운데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조곡이 연주된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곧장 공연을 시작하지 않고 해설자가 무대 중앙계단을 걸어 나오더니 음악과 작품에 대한 해설을 하기 시작했다. 작품을 이해하는데 별로 효과적이지 않은 15분간의 해설은 산만했고, 특히 해설자의 어설픈 연기는 관객들의 초반 집중력까지 분산시켰다.
해설이 끝나자 미처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한 일부 관객들이 객석으로 입장했다. 공연시작 후 한 두 차례 추가로 관객들을 입장시키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런데 공연이 시작되고 여러 장면이 흐른 후에도 관객들은 계속 입장했다. 무려 공연 시작 35분이 지난 뒤까지 1층 객석에선 자기 자리를 찾아 앉느라 분주한 관객들의 모습을 봐야 했다.
'이 시간까지 관객들을 입장시켜야 했을까. 몰입해서 연기하는 배우들에게도 분명히 방해가 될 텐데 사전에 양해를 구한 걸까. 2~3층 뒷좌석으로 안내하는 게 맞지 않을까.' 그때부터 공연 외적인 것에 더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물론 공연 자체에 대한 아쉬움도 한몫했지만 그건 뒷전일 수밖에.
공연시간은 예정보다 길어질 수 있다. 오케스트라 연주가 연습 때보다 늘어질 수 있고, 배우들의 호흡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으니 통상 10분 정도는 관객들도 이해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공연시간 역시 관객과의 '약속'이라는 점이다. 40분이나 더 길어졌다면 관람시간 변경을 고지해야 한다. 예술의전당 홈페이지나 티켓 예매사이트에는 여전히 '관람시간 : 90분'으로 명시돼 있다. 현장에서조차 공연장에 들어서는 관객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것은 오페라단 측의 성의 문제다. 또 공연시간에 늦은 관객들에 대한 배려도 중요하지만 더 많은 관객의 작품 관람을 방해해선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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