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세종문화회관과 전경련

머니투데이 이언주 기자 2014.02.25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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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세종문화회관과 전경련


세종문화회관(사장 박인배)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가입했다. 지난 11일 입회절차를 마치고 20일 열린 전경련 53회 정기총회에 참석하면서 공식 활동을 알렸다. 공공예술기관이 전경련 회원사가 된 것은 처음이다 보니 문화·예술계는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인배 사장의 기존 운영방향과도 크게 다른 것 같다며 의아해 했다.

박 사장은 해외 라이선스 공연이나 기업협찬을 받아서 진행하는 대규모 공연 보다는 세종문화회관 자체공연과 서울시 자치구와의 연계공연에 힘을 실으며 소규모 공연에 주력하고 있다. 2012년 부임 당시에도 "기업협찬에 의존하지 말고 시민을 위한 소박한 공연을 기획하라"며 그다지 기업 친화적이지 않은 입장을 보였다.



전경련 가입 취지에 대해 박 사장에게 물었다. "전경련에 사회공헌팀이 있더라. 세종문화회관 역시 시민의 문화생활을 지원하는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과 다각적인 공동사업을 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또 지난해 비해 예산이 많이 줄었는데, 그렇다고 시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를 줄일 수는 없지 않겠나. 기업의 사회공헌도 날로 중요해 지고 있으니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으려 한다"고 답했다.

원론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지만 구체적이지 않다. 사장의 운영 방침도 바뀔 수 있지만 고심 끝에 나온 방안 치고는 창의적이지도 않다. 세종문화회관 올해 예산은 379억8200만원으로 지난해(451억9100만원)에 비해 약 73억 원이 줄었다. 운영에 차질이 생겼으니 다급할 만하다. 지난해 2월 구성된 재원조성TF팀이 지난 4일부터는 '문화재원팀'이라는 정식부서가 되어 기업협찬을 끌어내거나 공동사업 추진계획을 세우는 등 예산을 늘리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하지만 기업이 어디 그리 녹록한가. 진정한 '윈윈'을 위해서는 세종문화회관이 먼저 킬러콘텐츠를 확보하고, 기업이 협업하고 싶은 기관이 되어야 한다. 지금 '세종문화회관' 하면 떠오르는 공연 한 편이 없다. 기업과 공동사업을 추진하거나 협찬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자체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 일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전경련도 올해 경제활성화 실천 방안을 마련하고 기존 대기업·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 분야 기업 및 중견기업, 신산업분야 업종단체, 문화예술기관 등으로 회원사를 넓히기로 했다. YG엔터테인먼트와 SM엔터테인먼트, 하나투어 등도 가입을 독려해 최근 회원사가 됐다.

기업 간, 혹은 기업과 공공기관 간에 손잡을 기회와 여건은 갖춰지고 있다. '공공예술기관의 최초 전경련 가입'이라는 타이틀보다 문화예술과 기업이 만나 시너지를 내는 좋은 선례를 남겨야 다른 문화예술 기관에도 기회가 더 확장될 것이다. 세종문화회관이 그 첫 단추를 잘 끼울 수 있을지 이제부터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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