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낙찰→부실공사→안전사고 '폭탄돌리기'

머니투데이 김정태 기자 | 2012.09.04 06:25

[한국건설의 미래를 묻는다<5-2>]부실시공 원인 들여다보니…




[글싣는 순서]
⑴해외시장으로 등떠밀리는 건설사들
⑵해외시장 '정부·新동력' 있어야 롱런
⑶국내시장 '건설투자 축소'에 직격탄
⑷경제성장 못 따라가는 'SOC인프라'
⑸'레드오션' 공공시장에 몰락한 건설사
⑹'천덕꾸러기 된 주택사업 새 기회 없나
⑺건설산업 살리는 '구조조정'이 답이다
⑻'부실 늪' 부동산PF 대안을 찾아라



- 철도시설公, 평균 낙찰률 70%이하 사고율 77.8%
- 싸게 낙찰받고 설계변경으로 사업비 보존 부작용
- 가격·품질 고려 '최고가치낙찰제' 도입 한 목소리


ⓒ그래픽=김현정

 #사례1. 2007년 12월21일 오전 9시45분 경북 경주시 건천읍 화천리 KTX경주신역사 공사장에서 다리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현장인부 7명이 15m 아래로 추락, 중상을 입었다. 이날 사고는 교각 외벽에 설치한 거푸집 비계 파이프 발판이 붕괴되면서 일어났다.

#사례2. 2011년 9월7일 오후 6시30분 경북 봉화-울진국도 36호선 확장공사 중 터널 붕괴로 6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터널 35m 지점에서 구멍을 뚫고 화약설치 작업 중 터널 상단부가 무너져내리면서 작업인부가 깔린 것이다.

 이들 사고는 최저가낙찰을 통해 수주한 업체들의 공사현장에서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KTX경주신역사 공사의 경우 예정가격은 1211억5000만원이었으나 낙찰가격이 765억7000만원으로, 낙찰률이 63.2%에 불과했다. 부산지방국도관리청이 발주한 경북 봉화-울진국도 36호선 확장공사 역시 낙찰률이 71.3%였다.

 공공공사 중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발생했다는 현장에선 어김없이 부실시공 사례가 지적돼왔다. 1994년 10월에 일어난 서울 성수대교 붕괴와 2003년 2월 대구지하철 방화사고 역시 최저가입찰로 인한 부실시공이 원인이었다. 4대강사업 역시 최저가입찰을 통해 공사가 진행됐다. 평균낙찰률이 64%에 불과하며 일부 공구는 사실상 '반값' 공사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민간부문의 일감이 크게 줄어들자 중소업체는 물론 대형건설사들이 공공부문 공사에 뛰어들면서 출혈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진 데 따른 현상이지만 최저가낙찰제가 이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부실시공을 줄이고 경영부실화를 막기 위해선 정부가 하루빨리 최저가낙찰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저가낙찰→부실시공→경영난 '악순환'
 저가낙찰로 인한 안전사고 발생빈도수가 높다는 사실은 주요 공공공사 발주처 중 하나인 철도시설공단이 집계해 발표한 조사보고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철도시설공단이 최근 5년간 공사비 100억원 이상인 123개 현장을 대상으로 안전사고 발생현황을 분석한 결과 70% 이하 저가낙찰 27개 현장에서 21건의 안전사고가 발생, 사고율이 77.8%에 달했다.

 이는 낙찰률이 70% 이상인 67개 현장에서 24건의 사고가 발생(35.8%)한 것보다 2배 이상 높다. 70% 이하 저가낙찰업체가 70% 이상 낙찰받은 업체보다 총사업비 변경이 평균 3.6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그만큼 일단 저가투찰로 낙찰받고 설계변경을 통해 사업비를 보전받으려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중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업체들의 저가입찰 참여가 많다"고 말했다.

 낙찰률이 70% 초반이더라도 적정공사비를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해 최저가낙찰제로 입찰이 진행된 공공공사는 221건으로, 평균낙찰률은 70%를 약간 웃도는 72.81% 수준이다. 4년째 70% 초반대를 유지하는 것이다.

 정부는 최저가낙찰제의 부작용을 보완하기 위해 저가심의제를 도입했다. 이로 인해 낙찰률이 소폭 높아지긴 했지만 예정가 자체는 오히려 낮아져 실질적으로 낙찰률이 상승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건설업계의 중론이다.

 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설계용역업체가 공사비를 산정할 때 실적공사비 데이터 또는 품셈 기준으로 하는데 실적공사비가 과거 품셈방식에 비해 10% 정도 낮아져 이를 기초로 설계가를 산출하면 결과적으로 기초가격과 예정가격이 낮아질 수밖에 없어 수주업체는 적자시공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발주처의 부당한 공사비 삭감에 대한 이의제기제도 도입과 함께 공사기간(공기)이 연장될 경우 계약금액(간접비) 조정 거부를 막기 위해 공사예비비제도도 도입해야 수주업체의 부실화를 방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선진국형 최고가치낙찰제 도입 '공론화'
 다행스럽게도 업계 안팎에서 최저가낙찰제에 따른 폐해를 지속적으로 지적하면서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이에 대한 개선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권도엽 국토부 장관은 최근 건설현장에서 업체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최저가낙찰제를 장기적으로 LCC(총생애주기비용)를 감안한 입찰제도로 바꿔야 한다"며 "공생발전위원회에서 발표한 적정공사비 확보방안을 토대로 입·낙찰제도를 손질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13일 열린 '공공공사 발주제도 및 대금지급 시스템 개선' 토론회에선 김희국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 차원에서 입법발의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김 의원은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도 최저가낙찰제의 문제점을 인식해 1990년대 중반 이후 낙찰자 선정시 가격과 품질을 고려하는 '최고가치낙찰제'로 전환, 운용하고 있다"며 최저가낙찰제 폐지를 포함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안'(국가계약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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