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싣는 순서]
⑴해외시장으로 등떠밀리는 건설사들
⑵해외시장 '정부·新동력' 있어야 롱런
⑶국내시장 '건설투자 축소'에 직격탄
⑷경제성장 못 따라가는 'SOC인프라'
⑸'레드오션' 공공시장에 몰락한 건설사
⑹'천덕꾸러기 된 주택사업 새 기회 없나
⑺건설산업 살리는 '구조조정'이 답이다
⑻'부실 늪' 부동산PF 대안을 찾아라
- 아파트 미분양등 자금난겪자 공공공사 '쓸어담기'
- 무리한 가격경쟁에 워크아웃·법정관리 기업 속출
ⓒ그래픽=김현정
우정건설은 1965년 순창건설이란 회사명으로 설립돼 43년간 아파트 등을 지어온 주택전문 건설업체였다. 업계에선 짧지 않은 업력을 가진 기업이 일순간 부도로 쓰러졌다는 소식에 놀랐다. 결정적 사유는 현금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공건설 공사에 무더기로 덤핑투찰한 게 화근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정건설이 부도처리된 후 금융위기가 본격화되고 부동산경기가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건설사가 속출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올 8월 말까지 시공능력평가액 상위 150개 업체 가운데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건설기업은 모두 38개사에 달한다. 이 가운데 철회했거나 졸업한 업체를 제외하고 현재 워크아웃 14개, 법정관리 13개 등 27개 건설사가 경영위기를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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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8월 말 현재 워크아웃 중인 기업은 △금호산업 △신동아건설 △고려개발 △진흥기업 △삼호 △한일건설 △동일토건 △중앙건설 △삼환까뮤 △신일건업 △동문건설 △성우종합건설 △제일건설 △신도종합건설 등이다.
법정관리 중인 건설업체는 △벽산건설 △삼환기업 △풍림산업 △동양건설산업 △남광토건 △남양건설 △LIG건설 △우림건설 △범양건영 △월드건설 △성원건설 △신성건설 △남영건설 등이다.
이들 업체 가운데 우정건설과 같은 전철을 밟다가 오히려 경영부실이 가속화된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중인 시공능력평가 50위권(2011년 기준) 건설사 10곳(금호산업, 벽산건설, 풍림산업, 신동아건설, 동양건설산업, 남광토건, 진흥기업, 남양건설, 삼호, 한일건설)이 2001~2010년 따낸 최저가공사는 197건으로 집계됐다. 업체당 평균 19.7건으로, 해마다 2건의 최저가공사를 수주한 셈이다.
건설업계의 연평균 전체 공사수주 건수가 2건 안팎이라는 점과 10개 대형사 중 주택 주력 건설사가 상당수 포함됐음을 고려하면 연평균 2건의 최저가공사 수주는 과도한 수준이란 게 연구원의 지적이다.
시공능력평가 51~100위 건설사 중 주택이 주력이었던 LIG건설과 동일토건도 지난해 각각 법정관리와 워크아웃 신청 직전 1건씩을, 한솔건설 역시 2010년 말 법정관리 신청 이전 3년 동안 4건의 최저가공사를 수주했다.
최저가공사 수주가 가장 많은 기업은 법정관리 중인 N사로 모두 40건에 달했다. 이어 △K사(38건) △D사(25건) △J사(21건) △S사(17건) △P사(16건) △B사(15건)를 합쳐 10곳 중 7곳이 15건 이상 최저가물량을 수주했다.
2010년 4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N사의 경우 직전 4년간(2006년 8건, 2007년 12건, 2008년 11건, 2009년 9건) 최저가공사 수주가 집중됐다. 이전에는 최저가수주가 아예 없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해 연평균 10건의 최저가공사를 쓸어담은 직후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이다.
김재영 건설산업정보센터 이사장은 "현 최저가낙찰제도에선 한계기업, 부실기업들의 덤핑을 걸러내는 게 불가능하다"며 "무리한 가격경쟁을 통한 수주는 결국 전체 건설업계의 손실을 유발하기 때문에 업계의 자정노력이 필요하지만 정부 차원의 개선장치도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