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스마트폰은 가라, 가라케가 있다'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 2011.05.12 11:39

기본 기능 중심 '가라케' 인기 여전…아이폰 있어도 가라케도 보유

지금 전세계 휴대폰 시장은 가히 스마트폰의 세상이라 할만큼 이 새로운 전자제품의 인기는 대단하다.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휴대폰 이용 방식과 관련 환경은 크게 달라졌고 시장의 지형도는 완전히 새로워졌다.

그러나 유달리 스마트폰의 지배적 확산이 이뤄지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가라케'가 견고하게 수성하고 있는 일본이다. IT 진화를 주도하는 나라이기에 스마트폰의 해방구인 것이 더 놀랍다.

◇아이폰 사도 가라케는 못버려=최근 일본 시장조사업체 필모어어드바이저리가 아이폰 사용자 116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 중 30%가 가라케라 불리는 이전 휴대폰을 함께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대폰이 2대면 당연히 이동통신 요금도 더 늘어나는 것이지만 이들이 가라케를 버리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가라케는 일본 특유의 기능화된 피처폰을 일컫는 말이다. 남미 동태평양의 섬 갈라파고스와 휴대폰의 일본말인 '케타이'의 앞 글자들을 합해 만든 조어다. 일본 IT 산업을 비유해 자신들만의 표준만을 고집해 세계 시장에서 고립되는 '갈라파고스 현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라케 역시 일본 만의 특성이 강하다. 그러나 쉽게 말해서 일반 휴대폰이다.

스마트폰 세상이지만 일본인들에게만큼은 이 가라케의 중독성을 무시할 수 없다. 우선 사용의 편리함은 스마트폰이 절대 따라올 수 없다. 또 휴대폰의 가장 기본적인 통화 기능 면에서도 우월하다. 말하고 듣는 소리의 감도, 통화의 안전성, 손쉬운 설정 변경 등이 가라케의 강점이다.

가라케와 스마트폰은 뿌리부터 다르다. 가라케는 카메라 등의 다기능화를 추구하지만 그래도 명백한 휴대폰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PC를 다운사이즈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가라케와 스마트폰을 함께 보유한 이들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이들은 일상적인 연락 용도로는 가라케를 쓰고 인터넷이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땐 스마트폰을 쓴다. 휴대폰 하나는 정보 단말기, 다른 하나는 통화 단말기가 되는 것이다.


일본 경제지 머니진은 "가라케는 스마트폰에 없는 매력이 있고 여전히 사업성도 있다"며 "스마트폰과 함께 보유해도 이용료가 많이 나오지 않는 요금제를 만들면 가라케는 계속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라케는 진화한다"=물론 일본에서도 스마트폰이 대세다. 모바일 기기에 익숙하지 않는 계층에까지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고 일본 업체들의 스마트폰은 물론 애플의 아이폰, 삼성전자의 갤럭시S도 빅히트를 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스마트폰의 대공세에도 불구하고 아직 일본인들의 절반 이상은 가라케를 쓰고 있다. 일본 경제주간지 다이아몬드는 올해 2월 현재 전체 휴대폰 판매에서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44.3%로 50%를 넘지 못했다며 가라케가 더 잘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휴대폰 제조업체들과 이동통신사들도 대체로 스마트폰 개발·판매에 주력하고 있지만 가라케를 뒷전에 밀어 놓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신기종을 내세워 잠재된 고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NTT도코모는 휴대폰 본체를 노송나무로 만든 '나무폰'을 선보였다. 또 소프트뱅크모바일은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패션 브랜드인 폴앤조와 함께 만든 제품을 내놔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밖에도 방수가 되는 '방수폰'을 비롯해 전자지갑, 전자책, 적외선통신 등의 기능을 특성화한 가라케가 인기를 얻고 있다.

휴대폰 평론가인 코구레 유이치 무사시노대학 국제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전통적인 가라케는 뭐든지 기능을 밀어 넣는 발상으로 다기능화 해왔지만 스마트폰에 다기능화 장점을 빼앗기고 나서 새로운 개성을 모색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코구레 교수는 "가라케는 음질을 더 좋게 하거나 통화 연결을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발전할 것"이라며 "갈라파고스는 폐쇄적인 섬이지만 그 안의 이구아나처럼 환경에 맞게 독자적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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