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스]위기(危機) 이후의 위기

머니투데이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센터 초빙연구위원 | 2011.03.29 08:10
금융에는 피도 눈물도 없다. 연일 TV에 나오는 일본 대지진의 참혹한 실황중계에 눈과 귀가 팔릴 때 한국증시에서는 자동차·철강·화학주가 속등을 했다. 그러나 냉정하게 역사를 돌아보면 한 나라의 불행은 그 주변국에는 행운이었다. 한국전쟁 때문에 일본이 특수를 입어 완전히 일어섰고 한국도 베트남전과 중동특수를 누렸다.

좋은 일은 따로 오지만 나쁜 일은 이어서 온다. 위기(危機)보다 '위기 이후의 위기'가 더 무섭고 충격이 크다. 금융위기 다음에 실물위기, 석유위기 다음에 식량위기, 미국위기 다음에 유럽위기가 왔고 지금 일본도 대지진 다음에 원자력발전소의 핵위기가 왔다.

일본의 대지진에 한국주가가 속등한 것은 정확히 보면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시장을 놓고 벌이는 한·일 간의 한판 승부에서 한국이 단기적으로 우위에 섰기 때문이다. 지금 중국은 한국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휴대폰·철강·TV·화학제품에서 세계 최대 시장이 됐다. 일본의 대지진에 우리가 할 것은 무엇일까. '일본에는 기부하고 중국에는 투자하라'는 것이다. 이번 한국의 일본 지진 수혜주는 모두 중국관련주다.

중국의 궐기가 무섭다. 미국을 제친 제조업, 독일을 제친 수출, 일본을 제치려는 명품소비산업을 가진 나라가 지금의 중국이다. 자동차든, 가방이든, 심지어 펀드상품이든 간에 중국에 팔든지, 아니면 중국과 연관된 것을 팔면 대박인 시대가 왔다.

지금 한국에서는 중국 소비재투자펀드가 유행이다. 수출대국 중국이 지금 소비대국으로 일어서고 있다. 우리 눈에는 촌스러워 보이는 빨간색 내의가 연간 1억벌씩 팔리는 것은 중국인의 띠에 관한 관습 때문이고, 중국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서부지역에서는 소고기라면은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양고기라면만 팔리는 것은 무슬림의 전통 때문이다. 소비대국으로 일어서는 중국투자에서 이런 '중국인의 마음과 습관'을 연구하지 않고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얼마전 한국증권사들이 중국기업의 한국 기업공개(IPO)에서 공모에 실패해 큰 평가손을 보았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그 증권사들의 조직에 중국기업을 분석하고 중국기업을 제대로 실사할 수 있는 중국 전문인력이 얼마나 되는가를 체크해 보면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답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한국의 대중국 투자위험은 법규정이나 절차문제가 아니다. 중국 현지에서 딜을 소싱하고, 분석하고, 투자하고, 사후관리하는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최대 위험이다. 투자자들은 금융기관이 어련히 알아서 하겠거니 하고 무한한 신뢰를 보내지만 중국 현지에 제대로 된 리서치조직 하나 없는 것이 한국 금융기관들의 실상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대중국투자에서 한국이 대박나기를 기다리는 것은 누런 황하강이 맑은 강물로 바뀔 때나 가능한 일이다.

최근 폐막한 중국의 전인대(全人代)에서 중국의 향후 1년, 중국의 미래 5년의 전략이 발표됐다. 한국 수출의 25%, 한국 무역수지 흑자의 100% 이상이 중국에서 나오고, 한국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이 중국 때문에 지탱된다. 그러나 한국의 금융기관에서 중국 전인대의 영향이나 향후 5년 중국의 먹을거리산업인 7대 신성장산업에 대해 심층분석한 보고서를 찾아보기 어렵다.

자동차, 휴대폰, TV 등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에 투자해서 돈을 벌려면 중국에 대해 알고 투자해야 한다. 이미 묻지마 투자로 중국투자에서 크게 한번 위기에 봉착했던 한국 금융산업이 중국에 대한 철저한 연구 없이 다시 중국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한번 위기를 넘겼지만 한국의 대중국투자는 다시 '위기 후의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위기 후의 위기돴가 더 무서운 것은 한번 더 잃으면 다시는 재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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