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는 것은 결국 경제적 문제다. 사교육비, 취업과 내집 마련 전쟁, 노후 불안 등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각종 경제문제에 직면해서 젊은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아이 안낳기뿐이다. 열심히 벌어도 사교육비 대다가 허리가 휜다. 대학을 나와도 10명 중 2명은 어차피 실업을 면할 수 없고, 또 기성세대들이 만들어놓은 거대한 부동산 버블 때문에 젊은이들 중 상당수는 내집 마련의 꿈을 꾸지 못한다. 살기가 이렇게 빠듯한데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것은 정말로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결단이다. 하나는 어떻게 해보겠지만 둘은 엄두를 낼 수가 없다.
최근 복지와 관련된 논쟁이 뜨겁다. 선택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 보장적 복지와 생산적 복지 등 다양한 이슈가 논란거리다. 그러나 아직 우리 국민들의 생각은 복지를 늘리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대체로 2가지로 수렴된다.
하지만 다른 시각에서 복지를 살펴보자. 우리나라는 지금 저출산의 개미지옥에 빠져있다. 이 개미지옥을 그대로 방치하다간 일본처럼 '잃어버린 10년'과 '이름없는 10년'을 지내고 아직도 경제가 회복될 기미가 없는 추락해가는 나라가 될 수 있다. 과거 일본에서도 저출산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논의가 활발했다. 하지만 결국 과감한 복지정책을 펼치지 못했다. 근본적인 이유는 지금 우리가 복지에 대해 갖고 있는 거부감과 대동소이하다. 그리고 일본은 지금 그때 과감한 복지정책을 펼치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복지와 관련한 소모적 논쟁을 거듭하는 한 우리의 젊은이들은 아이 낳기를 계속 거부할 것이다. 롤스주의적 관점에서 복지문제를 보면 세금 좀더 내는 것이 그리 아까운 것도 아니다. 롤스는 복지를 사회보험의 성격으로 이해하고 있다. 즉 어떤 사회든 경제력이 없는 사람은 있을 수밖에 없고, 그 경제력 없는 사람이 내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그런 때를 대비해서 보험료를 내는 것이다. 복지비용을 내는 것이 아깝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금까지 자동차 사고 한 번도 안냈다고 해서 자동차보험료 내기 싫다고 하는 것이나 진배없다.
경제는 인구의 파동이 결정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전후세대라고 하는 두터운 인구층 덕분에 이만큼 살았다. 앞으로는 상황이 다르다. 한때 1000명이나 됐던 서울시내 모 초등학교의 신입생이 9명에 불과할 정도로 저출산문제는 이미 우리 목전에 와있다. 다행스럽게도 2010년 우리나라 출산율이 조금 올라갔다는 소식이다. 이것을 추세적인 전환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과감한 복지확대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