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스]문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이다

머니투데이 이성한 국제금융센터 소장 2011.03.22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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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테스]문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이다


3년 전인 2008년 3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JP모간을 통해 5대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에 대한 긴급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비정상적이고 급박한 상황시' 상업은행을 제외한 개인과 기업에 담보대출을 할 수 있다는 연방준비은행법 13조 3항이 처음 발동된 결과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위기는 6개월 후 리먼브러더스까지 무너뜨리며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산됐고 세계경제는 2009년 마이너스 성장세를 시현했다.

그러나 2010년 세계경제는 5% 내외의 높은 회복세를 나타냈다. 고실업률 및 재정건전성 악화로 선진국들의 회복속도가 더딘 가운데 해외자본 유입과 수출 호조를 바탕으로 신흥국들이 경기회복을 주도했다. 차별화된 회복세(two speed recovery)가 진행된 것이다. 국제기구 및 해외 투자은행들은 올해도 세계 경제의 전반적 회복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긍정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는 유럽 재정위기, 글로벌 인플레이션 고조라는 기존 위험요인에 이어 중동사태와 일본 대지진이라는 새로운 위험요인들에 직면했다.



일본 대지진은 자연재해로 일시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세계경제 회복 동력을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경기회복에 긍정적 역할을 한 금융완화와 재정지출 확대는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유럽 재정위기 고조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연초 안정기미를 보이던 유럽 재정위기는 포르투갈의 구제금융 가능성, 유로존 국가의 위기대응 불협화음 등으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다만 여러 난맥상에도 불구하고 남유럽 사태가 2009년말 이후 상당부분 금융시장에 기반영되었다는 점과 유럽금융안정기금채권 발행성공 등 구체적 해결방안이 조금씩 진척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글로벌 인플레이션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인플레이션은 한번 궤도를 이탈할 경우 좀처럼 쉽게 안정세를 찾기 어려운 속성(Inflationary spiral)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는 과정에서, 각국의 유동성 확대와 신흥국 성장 가속화는 수요견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강화했다. 최근에는 원자재 및 농산물 가격 급등과 중동사태에 따른 유가상승 등으로 인해 비용인상 인플레이션이 추가로 발생하고 있다. 일부 투기적 가수요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은 메가트렌드라는 큰 흐름 속에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신흥국의 산업화로 중국의 원유 수요는 2000년 1일 480만배럴에서 2010년 917만배럴로, 인도의 수요는 213만배럴에서 322만배럴로 급증했다. 1970년대 농업혁명 이후 특별한 농업기술의 비약적 발전이 없는 상황에서 곡물수요도 급격히 증가했다. 원자재 블랙홀이 생긴 셈이다.



이와 같은 인플레이션 압력 고조에도 불구하고 경기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 각국은 경제성장과 물가안정 간 딜레마에 처해 있다. 미 FRB도 인플레이션 압력 증가를 인정하고 있지만 경기회복 둔화에 대한 부담으로 제로금리의 상당기간 유지와 2차 양적완화 지속 입장을 밝혔다. 재정위기에 시달리는 유럽도 선제적 금리인상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금리인상 및 통화강세를 통한 인플레이션 방어 노력은 선진국들보다 빠른 경기회복세를 시현해온 신흥국들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경기회복이 본격화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인플레 압력이 점차 커지고 있어 정책적 딜레마에 빠진 선진국이든, 이미 상당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진행되는 신흥국이든 금리인상과 같은 인플레 방어 대책들은 일정부분 고통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케인스가 지적했듯이 인플레이션은 "어떤 수단보다 더 교묘하고 확실하게 사회 기반을 파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호한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리비아에 대한 다국적군의 공습으로 브렌트유 가격이 115달러를 넘어서는 가파른 상승세를 재개했다. 구조적인 수급 불일치와 각국의 금융완화 정책에 이어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문제는 다른 위험요인들에 비해 세계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변수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한 주요국의 대응방향과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이에 대한 국제 금융시장의 반응을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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