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의 소

머니투데이 황인선 KT&G 미래팀장 | 2011.02.22 12:10

[마케팅톡톡]"기술의 목적은 사람의 가치 추구"

요즘 페이스북 인기가 상한가입니다. 이집트의 30년 독재자 무바라크 대통령의 하야에 SNS의 역할이 컸다고 세계가 해방의 도구로 SNS의 무한소통에 주목하는데 사실 저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카카오톡을 좀 귀찮아 하는 편입니다. 거의 1년 단위로 새롭게 밀려오는 SNS미디어가 부담스럽고 '우리가 이렇게까지 할 얘기가 많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페이스북엔 마음에 드는 몇 가지가 있긴 합니다.

기사를 보니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있는 페이스북 본사 사무실 복도에 '우리는 기술회사인가?'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는 것과 그 배경에 벨기에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이 있다는 게 일단 마음에 듭니다. 르네 마그리트는 상상력을 주제로 한 데페이즈망(depaysement: 일상적 관계에서 사물을 추방한다는 뜻) 화법의 선구자니 자신들의 지향점이 단지 기술회사가 아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에는 적격입니다.

마크 저커버그는 하버드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심리학도 전공했다고 하죠. 그는 "사람들이 가장 흥미를 가지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라고 말하는데 기술보다는 사람과 그들이 맺는 관계에 대한 관심이 페이스북의 진짜 성공요인이라는 평가를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그는 일리어드 같은 서사시 시구를 곧잘 인용하기도 하고 20대 CEO답게 스스로를 해커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는데 그것도 조금 마음에 듭니다. 그는 실제로 한두 달에 한 번씩 해커톤이라는 행사를 운영하면서 하룻밤에 만들 수 있는 협업프로젝트를 운영하기도 한답니다. '성공기업의 딜레마'의 저자 C 크리스텐슨 교수가 말한 '와해성 혁신'이 그에게선 수시로 벌어지는 거죠.

그런데 말이죠. 창조의 영웅, i의 혁명가였던 스티브 잡스가 받던 스포트라이트가 어느덧 20대 마크 저커버그에게 옮겨가는 것을 보니 스마트 생태계의 부침이 덧없고 오바마가 초대한 CEO 만찬에 앉아있는 췌장암에 걸린 스티브 잡스의 뒷모습에 마음이 짠합니다.

스티브 잡스가 2010년 6월 '아이폰4' 출시 설명회에서 "애플은 단지 기술기업이 아니다. 그 너머에 있는 기업"이라고 말한 것과 "우리가 기술회사인가?"라는 물음은 많이 닮았는데 그들에게선 50대든, 20대 CEO든 술술 나오는 그런 진언(眞言)들이 왜 한국의 대표기업들에선 안 나올까요?

기술을 넘는 사람에 대한 관심, 그게 혁신의 동력이라는 그들의 진언은 사실 우리 사회지표에도 나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1년도 문화예술 10대 트렌드에서 발표한 첫번째가 '착한 예술이 대세다'였습니다. '스마트기술이 새로운 시장을 만든다'는 2위였고.

또다른 자료로 삼성경제연구소가 1만324명의 인터넷 설문과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2010년 10대 히트상품을 선정했는데 이중 슈퍼스타K2, 여자 국가대표 축구팀, 소셜미디어, 아바타, 제빵왕 김탁구가 포함됐다고 합니다. 이들은 감동, 친구, 소외, 순수한 열정 등을 상품과 결합한 사례들로 사람과 따뜻한 것에 대한 그리움이 대세라는 방증일 텐데 우리에게는 이것들이 기술과 잘 연결되지 않는 거죠. 사람이 빠진 기술만의 솔루션! 이게 아직 세계시장에 어필하지 못하는 이유인 겁니다. 기술 따로 사람 따로.

봄이 오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소'와 관계된 4개의 것이 지금의 우리를 흔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에 말한 저커버그의 와해성(瓦解性) 혁신과 이집트 국민이 무바라크에게서 해방(解放)된 것, 어느 때보다 추웠던 혹한의 해빙(解氷)모드가 피부에 선연하고 구제역으로 소를 키우는 축산업 농민들의 눈물이 마를 새가 없는 게 그것들입니다.

그것들이 왜 소하고 관계가 있냐 하면 한자 해(解)를 보면 압니다. 解는 뿔(角)과 칼(刀)과 소(牛), 이 3요소로 구성된 말인데 '다 풀어버린다'는 뜻이죠. 아랍권 해방의 바람이 중국을 긴장케 하는 모양인데 올해는 정치도 경영도 기술도 와해, 해방, 해빙의 '소' 인자로 다 풀려서 사람의 가치를 추구하는 '마크 저커버그의 소'로 재정렬되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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