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칠, 허각, 통큰치킨

머니투데이 황인선 KT&G 미래팀장 2010.12.2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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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톡톡]사람들의 마음 얻기

처칠, 허각, 통큰치킨


처칠이 은퇴한 후 사교파티에 나갔을 때입니다. 한 귀부인이 처칠에게 인사를 하려다가 얼굴을 붉히더니 아래를 가리키며 손짓을 했답니다. 처칠이 내려다보니 남대문이 열려 있었습니다. 그러자 처칠은 태연하게 "죽은 새는 새장 문이 열려도 나가지 못하는 법이지요" 했다고 합니다. "어머. 호호."

Mnet의 '슈퍼스타K2'에 최종 진출한 허각을 찍기 위해 130여만명의 사람이 몰렸습니다. 남자 30~40대들은 허각을 찍었습니다. 노래도 노래지만 배연공과 행사가수로 살아온 그의 인생에 감동해서. 여자들은 잘 생긴 존박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찍고.



롯데마트가 5000원짜리 '통큰치킨'을 발매하자 삽시간에 동이 났습니다. 프랜차이즈들이 비난하자 발매를 중지했지만 이번엔 수많은 네티즌이 프랜차이즈의 거품가격을 공격하고 나섰습니다. 언론과 청와대까지 거품가격을 거론했습니다.

이 3가지 사례에 마케팅 통찰이 있습니다. 처칠은 유머, 허각은 공감의 스토리, 통큰치킨은 당장의 이익. 이것들은 사람들을 움직이는 것들입니다.



맨들러가 1985년에 발표한 '중간불일치 효과'라는 게 있습니다. 흔히 낯섦과 공감대의 영역으로 소개되기도 하는데 사람들의 정보처리 패턴에 대한 이론이죠. 사람들은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일단 자기가 아는 정보 중 유목화 처리를 하는데 그것이 너무 새로우면 거부감을 가지게 되고 거꾸로 너무 잘 아는 내용이면 진부하게 생각해서 정보처리를 안한다는 거죠. 최소의 노력으로 정보를 처리하려는 사람의 본능인 겁니다. 튀고 싶고 유니크해지고 싶은데 잘 안받아주는 게 세상이죠.

이걸 어떻게 하면 부드럽게 거부감 없이 전달할 수 있을까요? 여기서 마케터들이 주목해야 할 게 사람들의 정보처리를 쉽게 해주는 '부드러운 전달체'라는 개념입니다. 일전 칼럼에 썼던 부드러운 선택설계를 유도하는 넛지라고도 할 수 있겠고요. 앞에 유머, 스토리, 당장의 이익 이런 것들이 바로 그런 부드러운 전달체들입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정보처리에는 다소 부담이 따르더라도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행동경제학도 그런 것에 주목했죠. 경제성, 합리주의 이전에 공정성, 행동이나 감정으로 받아들이는 겁니다.


그런 것들에 또 무엇이 있을까요?

유머, 스토리, 이익은 앞에 나왔습니다. 생각해 봅시다. 존경할만한 철학이나 신념을 실천하는 사람 또는 그루나 랍비의 카리스마에 사람들은 마음을 열죠. 이런 경우에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기업이나 브랜드엔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하는 거죠. 팜므파탈의 유혹도 있을 겁니다. 마돈나, 요한센, 사이렌 앞에서 남자들은 넋을 잃고 소녀시대와 카라 등에겐 일본, 남미의 소녀들도 마음을 엽니다.

대신 이런 건 오래 가진 못합니다. 혁신적 기술에도 사람들은 자기에게 필요한가 아닌가를 떠나서 일단 호기심을 보입니다. 이머징마켓의 대표인 우리나라 휴대폰·스마트폰시장이 그렇게 커졌습니다. 이들 열풍은 유럽 등에서 보기엔 합리적으로 정보처리를 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하질이긴 하지만 협박도 가끔 먹힙니다. 북한이 잘 써먹는 방법이죠. 벼랑 끝 협박으로 쌀 좀 얻어갔습니다. 이보다 더 고차원적인 것으로 불안감이 있습니다.

알랭 드 보통은 '불안'에서 현대인의 불안을 분석하면서 불안의 원인으로 기대감, 불확실성 등을 꼽았고 그 해법으로 예술, 철학, 기독교, 보헤미안 등을 꼽기도 했습니다. 요즘 문화가 중요한 경영수단으로 부상하는데 문화, 예술은 알랭 드 보통이 말한 것처럼 사람들이 불안을 해소하는 수단이면서 동시에 아름다움이란 카리스마 또는 감동에 취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들을 다른 각도에서 푼 게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인데 거기서 그는 권위, 호감, 상호성 등 6개 법칙을 꼽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움직인다는 거죠. 이런 전달체를 적기에 잘 쓰는 사람이 유능하다는 소리를 듣는 겁니다.

올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움직였습니까. 스토리텔링, 트위터, 페이스북 등으로 친구들 좀 만나셨습니까? 가족이나 직원들에겐 미안함, 고마움도 전하셨습니까? 10년 후 미래에게 안부도 물어보셨나요? 내년엔 이런 부드러운 전달체를 잘 써서 사람들의 마음을 많이 얻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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