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언어의 힘입니다.
언어사가 할 일 많습니다. 프로젝트명, 부서명부터 업 정의, 공간명, 기업내 스토리 관리에 상표권까지. 시대정신 정의나 세대 규정을 하는 것도 중요한 언어사의 일이죠. '개의 시대가 가고 고양이의 시대가 온다'나 '아침형 인간이 뜬다', 알파걸, 보보스 등도 다 경영·마케팅과 연결할 수 있는 시대정신 잡기입니다.
위트란 회사는 리서치란 말 대신 프로서치란 말을 씁니다. 과거를 서칭하는 게 아니라 미래를 프로답게 서칭한다는 뜻이겠죠. 그 덕분인지 거기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일을 곧잘 수주합니다. 대학교도 마찬가집니다. 요업학과를 유기재료학과라고 하고 무역학과를 국제경제학과로 하니 이름만 바뀐 건데도 응모율이 올라가고 학문내용도 달라보입니다. 아덴만 여명 작전이란 말도 멋있잖아요. 여명이라고 하니까 대한민국의 새벽이 열리는 것 같고. 이걸 만일 '소말리아 해박(해적박멸) 작전'이라고 했으면 정말 격 떨어지죠.
기업에서 소비자와 만들어가는 스토리 만들기도 중요합니다. 우리 기업이 이런 언어의 힘에 주목하고 이를 자산화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시대가 드림소사이어티, 컬처노믹스, 스토리경영, 인문경영으로 옮겨가는데 스토리실-언어사직군은 우리 모델이 될 겁니다. 이를 전문으로 하는 에이전시의 등장도 기대해볼 만합니다. 지금은 기껏해야 네이밍이나 사보제작, 홍보대행사 정도만 있습니다. 기업만 그럴까요. 지자체, 정부도 필요합니다. 현재 있는 대변인, 홍보담당 같은 전통적인 업무체계로는 하이터치, 하이콘셉트 사회를 따라가기가 벅찹니다. 시대를 정의하고 업의 정체성을 설정하는 언어를 생산하고 소통하는 언어사는 그래서 반드시 필요한 직군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깊이 있고 신념에 찬 연설로 미국을 통합해나가는 무형의 위력이 대단합니다. 우리 대변인들과 너무 비교됩니다. 오바마가 미국 언어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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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회적으로 너무 질 낮은 언어만 양산합니다. '종결자'니 '미친 존재감'이니 '굴욕'이니 하는 자극적이고 비하적이고 족보 없는 말들이 10대, 20대들 사이에 낄낄거리며 돌아다니는데 후세 사람들이 이걸 보면 뭐라고 할까요? 언어의 암흑시대라고 하지 않을까요. 공유·공감의 시대라고는 하지만 문제는 그 콘텐츠입니다. 좋은 피가 흘러다녀야죠.
'달빛 요정'이란 말 슬프게 아름답습니다. 착한 소비나 롤프 옌센이 말한 '힘든 재미' 이런 언어들이 우리 커뮤니케이션 혈관을 돌아다녔으면 좋겠습니다. 언어는 사회를 고양하는 무형자산입니다. 돈도 안 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