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스]금융회사 해외진출시의 유의점

머니투데이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금융투자산업실장 | 2010.11.30 11:50
급속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이웃한 아시아국가들의 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회사들의 해외진출 필요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그러나 금융회사의 해외진출에는 세심한 전략적 고려가 요구된다. 기존 해외진출 사례들이 결코 성공적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점에 유념해야 한다.

첫째, 기존 지점이나 사무소 형태의 진출 대신 현지 금융회사 인수로 방향전환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의 진출은 대부분 지점이나 사무소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이러한 소극적인 소규모 진출방식은 진출 대상 국가의 성장 전망이 불확실한 경우에 적합한 전략이다. 앞으로 시장이 실제로 성장할지를 확신할 수 없는 단계에서 대규모로 진출하는 것은 위험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은 급속히 바뀌고 있다. 이웃 아시아국가들의 성장세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단계에 접어들었음이 분명하다. 이처럼 시장이 급속히 확대되는 상황에서 소규모 지점 중심의 진출전략을 고수하는 것은 막대한 수익창출 기회의 상실로 이어진다. 언제까지고 소규모 지점을 통해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나 상대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둘째, 현지화된 인력의 활용이 필요하다. 현지에서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영업인력은 물론 매니저급도 상당부분 현지인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규제당국과 관계 측면에서도 현지인력의 중요성은 크다. 특히 규제환경의 불확실성이 큰 신흥국일수록 규제당국과 우호적인 관계형성이 긴요하며, 이는 유능한 현지인력의 도움 없이는 달성되기 어렵다.

현지인력의 중요성은 우리나라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회사들을 들여다보면 자명해진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회사의 국내지점이나 현지법인 대표들은 거의 예외없이 우리나라 사람들이다. 영업인력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철저한 현지인력 중심의 경영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은 정반대다. 국내 금융회사 해외지점의 매니저급은 거의 대부분 본사에서 파견된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 본사 파견인력이라고 하더라도 현지 근속기간이 길면 그나마 현지화에 성공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그러나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파견 인력의 근속기간은 2~3년에 불과하다. 이처럼 근속기간이 짧다보니 애초에 현지화 노력을 기울일 유인이 강할 리 없다. 인력운용의 근본적인 시각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끝으로 해외진출은 계열사 간의 철저한 역할분담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금융회사 입장에서 해외시장은 낯설고 불확실성으로 가득찬 곳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계열사간 효과적인 역할분담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진출대상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계열사간 최적의 진출조합을 이끌어내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 금융그룹의 계열사들은 제각각 움직인다. 동일한 시장의 동일한 업무를 두고 계열사들이 중복진출하는 사례를 보면 그룹 내에 해외진출과 관련한 조율기능이 있기나 한지 의문이다. 계열사간 조율부재는 심각한 자원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외환은행 매각을 계기로 국내 금융시장은 4개 대형 금융그룹 중심의 구도로 재편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4강 체제는 장기적인 균형이 되기 어렵고, 따라서 앞으로 이들 간에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한 한바탕 격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포화된 국내시장에서 과당경쟁은 불필요한 후유증을 야기할 뿐이다. 이제는 덩치가 커진 만큼 치밀한 전략을 바탕으로 국내시장이 아닌 해외시장에서 존재감을 위해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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