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통제는 몇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금융시장에서 거의 금기시됐던 단어다. 2006년말 태국이 자본통제 조치를 시행했을 때 외국투자자들은 극히 민감하게 반응해 증시 및 바트화가 급락하는 결과를 초래했고, 결국 태국 정부는 3일 만에 이를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금융시장은 최근 금융거래세를 인상한 브라질, 외국인 채권 투자에 대한 소득세 원천징수를 부활한 태국에 이어 우리나라도 곧 자본통제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G20 정상회의에서 환율문제에 대한 더 구체적인 합의가 도출된다고 해도 미국이 양적완화 정책을 계속하는 한 자본유입과 이로 인한 원화절상 압력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환율안정이라는 궁극적인 정책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현재 논의되는 은행권 단기 외채에 대한 세금 부과, 외국인 채권 투자에 대한 소득세 원천징수 재도입 등의 조치들이 시차를 두고 모두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
선진국 정책당국자들이 신흥시장국의 자본유출에 대한 통제를 용인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자본통제가 새로운 글로벌 스탠더드로 확고하게 자리잡은 것은 아닌 듯하다. 세계 금융시장의 위험선호도가 높은 현 상태에서, 몇몇 신흥시장국에서 자본통제를 실시한다고 해도 선진국 투자자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세계는 넓고 투자할 기회는 많기' 때문이다.
반면 세계 금융위기가 다시 발생하거나 선진국에서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유동성을 환수하는 상황이 닥치면 선진국 투자자들이 신흥시장국에서 자금을 회수하려 할 것이고, 이때 신흥시장국은 자본유출에 대한 통제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선진국 당국자들이 자기나라 투자자의 발목을 묶을 수 있는 자본유출 통제를 용인할까. 필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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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신흥시장국이 자본통제로 금융위기를 방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선진국의 자본통제에 대한 현재의 호의적인 입장이 언제든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환보유액 확충, 국내 거시건전성 감독 등 기존 위기 방지 수단도 계속 가져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