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스]새로운 기회의 땅, 신흥국 금융시장

머니투데이 김석규 GS자산운용 대표이사 2010.10.1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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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테스]새로운 기회의 땅, 신흥국 금융시장


미국이 재채기를 하면 전세계가 감기에 걸린다는 말은 이제 유효기간이 지난 진부한 문구가 됐다. 디커플링 논쟁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듯 21세기 들어 신흥경제를 중심으로 세계경제의 성장축이 다변화되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복과정에서 나타난 신흥국가들의 절대적 기여를 통해 우리는 그러한 변화를 보다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치명타가 될 것으로 보인 미국발 독감바이러스를 새로운 항생제가 저지한 것이다.

물론 이 신제품의 약효에 대한 회의론도 있다. 이를테면 전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신흥국의 비중은 3분의1에 불과하다. 또 신흥국가의 대표격인 브릭스의 소비규모는 현재 약 4조달러로 미국 소비시장 규모 10조5000억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규모의 관점에서 아직은 선진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규모의 동학, 즉 성장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009년 선진국 GDP가 3% 이상 감소했음에도 세계경제가 소폭 마이너스 성장으로 선방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을 비롯한 신흥경제가 비교적 높은 플러스 성장세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덩치는 작지만 높은 성장을 통해 세계경제의 안정과 회복에 중추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거대한 변화, 즉 신흥국의 경제적 부상이 단순히 격차 해소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경제의 미래를 조망함에 있어 보다 주목할 점은 경제패권 이동의 결과로 신흥국 내에서 부의 축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수년간 국제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온 신흥국 국부펀드에서 이러한 변화의 위력이 확인된 바 있지만 민간부문에서 자산축적 역시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크레디스위스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전세계 성인인구 44억명이 보유한 재산은 195조달러로 지난 10년간 7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2015년에는 그 규모가 무려 314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부의 급증은 중국, 인도와 같은 신흥국의 경제성장으로 동 지역에서 자산축적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아시아돚태평양 지역의 백만장자 수는 300만명에 달하고 그 자산규모도 9.7조달러로 이미 유럽을 추월했다. 또 신흥국 중하위 계층이 본격적인 경제성장의 수혜를 입기 시작하면서 전세계 중산층 수도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비례해 이들의 자산축적 역시 증가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신흥국 부의 증가는 여러 경로를 통해 세계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지만 이중에서도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금융수요의 증가다. 자산축적을 배경으로 선진국이 경험한 것과 같은 금융심화(financial deepening)의 과정이 신흥국에서 본격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실물자산에서 금융자산으로 전환, 그리고 자본시장 확대가 진행되는 과정이며 다양한 보험상품의 출시, 소비자신용과 마이크로금융의 성장, 그리고 자산운용 수요 증가 등으로 나타날 것이다. 전세계 금융업계에 이는 새로운 기회의 땅이 형성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 기회의 땅에 도전할 준비가 우리는 얼마나 되어 있는가? 한국의 수출에서 차지하는 신흥국 비중은 이미 70%를 상회한다. 실물부문의 패권이동에 우리 경제는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면에서 열세인 금융부문에서 경쟁은 쉽지 않은 과정이 될 것이다. 다만 금융위기 이후 규제 강화, 부실 부담 등으로 선진국 금융기관의 행동반경이 축소되고 있다는 점에서 여건이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신흥국 금융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국내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노력과 당국의 정책적 지원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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