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이 신제품의 약효에 대한 회의론도 있다. 이를테면 전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신흥국의 비중은 3분의1에 불과하다. 또 신흥국가의 대표격인 브릭스의 소비규모는 현재 약 4조달러로 미국 소비시장 규모 10조5000억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규모의 관점에서 아직은 선진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규모의 동학, 즉 성장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009년 선진국 GDP가 3% 이상 감소했음에도 세계경제가 소폭 마이너스 성장으로 선방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을 비롯한 신흥경제가 비교적 높은 플러스 성장세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덩치는 작지만 높은 성장을 통해 세계경제의 안정과 회복에 중추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크레디스위스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전세계 성인인구 44억명이 보유한 재산은 195조달러로 지난 10년간 7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2015년에는 그 규모가 무려 314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부의 급증은 중국, 인도와 같은 신흥국의 경제성장으로 동 지역에서 자산축적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아시아돚태평양 지역의 백만장자 수는 300만명에 달하고 그 자산규모도 9.7조달러로 이미 유럽을 추월했다. 또 신흥국 중하위 계층이 본격적인 경제성장의 수혜를 입기 시작하면서 전세계 중산층 수도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비례해 이들의 자산축적 역시 증가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그 기회의 땅에 도전할 준비가 우리는 얼마나 되어 있는가? 한국의 수출에서 차지하는 신흥국 비중은 이미 70%를 상회한다. 실물부문의 패권이동에 우리 경제는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면에서 열세인 금융부문에서 경쟁은 쉽지 않은 과정이 될 것이다. 다만 금융위기 이후 규제 강화, 부실 부담 등으로 선진국 금융기관의 행동반경이 축소되고 있다는 점에서 여건이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신흥국 금융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국내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노력과 당국의 정책적 지원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