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스]금융회사들은 밖으로 나가라

머니투데이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금융투자산업실장 2010.10.2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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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테스]금융회사들은 밖으로 나가라


최근 들어 은행 고객수는 정체국면에 진입한 기세가 완연하다. 주식투자인구 역시 답보상태다. 보험침투율은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 지 이미 오래다. 국내 금융산업의 성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조짐이 도처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성장이 한계에 다다를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은 경쟁심화다. 실제로 5년 전만 해도 3%에 달하던 은행 순이자마진(NIM)은 단 한 해의 예외도 없이 꾸준히 하락해 지금은 2%로 주저앉았다. 권역 불문하고 전금융권에서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추세적으로 하락한 점도 금융회사간 경쟁이 격화됨을 보여준다.



뭔가 돌파구가 필요하다. 2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국내에서 해결책을 찾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해외로 나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다.

우선 국내에서 해결책부터 살펴보자. 국내시장의 경쟁격화에 따른 수익률 하락세를 반전시키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경쟁요인 자체를 제거하는 것이다. 이는 합병을 통해 시장집중을 심화시킴으로써 가능하다. 높아진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마진폭을 확대함으로써 시장규모 정체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만만치 않다. 은행시장에서는 상위 5개 은행의 시장점유율이 80%를 훌쩍 넘어섰다. 보험산업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독과점 폐해에 따른 우려가 커지면서 추가 합병을 통해 시장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여지는 그만큼 작아진 것이다. 결국 남은 방법은 정체상태에 빠진 국내시장을 벗어나는 것, 즉 해외진출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의 해외성적표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국내 금융회사의 경우 전체 수익에서 해외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5% 안짝이다. 반면 씨티그룹은 동비율이 절반이 넘는다. 도이치뱅크는 20년 전만 해도 독일 안에서만 대장 노릇하던 은행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무려 74%의 수입을 해외에서 벌어들인다. 외국 금융회사를 공격적으로 인수하면서 해외진출에 나선 결과다.

일단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점은 확인됐다. 그러면 어디로 갈 것인가. 경제는 빠르게 성장하는 반면 금융은 낙후된 곳이라야 한다. 고도성장으로 자금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지만 이러한 자금수요가 제대로 충족되지 못하는 곳, 바로 그 곳에서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이 활약할 틈바구니가 생기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웃 아시아국가들이 이러한 요건들을 충족시켜주고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은 OECD의 5배, 전세계 평균의 2.6배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OECD의 3배에 달하는 인구증가율, 매년 3%씩 늘어나는 도시인구는 금융시장의 고객기반이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이들 국가의 금융산업은 실물부문에 비해 더디게 발달하고 있다. GDP 대비 은행자산 비율이 OECD의 절반에 불과하다. 은행산업이 이 정도니 자본시장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현지의 금융수요를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이 채워줄 수 있는 개연성이 그만큼 커지는 것이다.

문화적 유사성도 아시아지역이 갖는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해외진출의 첫 걸음은 언제나 문화적으로 친근한 곳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당분간 금융위기의 여진이 이어지면서 선진국 금융회사들의 해외진출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불어 아시아국가 금융회사들 중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곳이 나타날 전망이다. 이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괜찮은 매물이 늘어남을 의미한다. 국내 금융회사들의 해외진출에 더할 나위 없는 여건이 조성되는 셈이다.

국내 금융회사들은 앞으로 몇년 간 눈앞에 펼쳐질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언제까지 포화된 국내시장에만 시선을 빼앗긴 채 금융권역끼리, 금융회사끼리, 그리고 경영진끼리 다툼이나 벌이고 있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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