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남아공 월드컵보며 통일을 생각한다

머니투데이 류병운 홍익대 법대 교수 | 2010.06.24 10:30
월드컵축구 본선에서 한국팀이 다시 16강에 오르며 국민들을 기쁘게 하고 있다.

현재 월드컵이 열리는 남아공은 과거 총인구의 10%에 불과한 백인이 사실상 주권을 독점하고 '흑백분리정책'(apartheid)으로 흑인들을 지배했다. 1974년 유엔에서 축출되고 안보리 결의에 의한 경제제재로 고립되면서도 고수하던 흑인참정권 부정의 헌법상 '대못'이 돌연 1990년부터 뽑히기 시작했다. 흑인과 종교계의 끈길긴 저항을 받아오던 백인들이 돌발적 폭동을 염려해 타협적으로 흑인 NGO들을 합법화하고 27년째 복역하던 흑인 인권 운동가 넬슨 만델라를 석방한 것이다.

비록 흑인 집권으로 많은 사업가가 남아공을 떠났고, 아직도 전농토의 87%가 백인 소유며, 부자 백인 동네는 담벼락과 고압 전기 철조망으로 가난한 흑인들과 단절되어 있지만 흑백이 공생의 길을 절충해왔고 지금은 함께 부부젤라를 불며 세계 축구잔치인 월드컵을 개최하고 있다.

또한 핵무기를 개발했다가 이를 포기한 남아공이야말로 북한 김정일이 따라야할 모범답안 아닌가.

6·25 남침 60주년을 맞은 이때 우리에게 `통일돴의 의미를 환기하려는 듯, 흑백 단절의 과거에서 벗어나 상생 통합의 노정에서 열리는 월드컵에 남북한이 모두 험난한 예선을 통과해 참가한 것이다.

국민들은 북한팀 정대세의 까닭 모를 눈물에 가슴 뭉클해 하고, 21일 새터민을 포함한 600여명이 봉은사에 모여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며 포르투갈과 경기를 하던 북한팀을 응원했다고 한다. 결국 지금은 서로 갈라져 있지만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공유한 같은 민족이라는 운명을 비껴갈 수 없다.

핵무기 개발로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어 벼랑 끝에 선 북한 체제는 경제 파탄과 김정일 권력의 누수로 한순간에 붕괴될 수 있다. 어느날 갑자기 찾아올 수 있는 통일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는 말이다.


김일성이 사망한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은 물론 중국 등은 급격한 북한 권력의 붕괴에 따른 부담을 크게 우려하다보니 김정일로의 권력의 연착륙과 점진적 개혁·개방 유도라는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었고 그 연장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빛정책이 추진됐다.

그러나 이런저런 명목으로 우리의 수십억 달러가 김정일의 북한에 건네진 지금 핵무기 개발과 46명의 우리 장병을 희생시킨 천안함 사건 도발에서 보듯 그 효과는 마이너스다. 오히려 그 돈의 절반이라도 통일에 대비한 펀드에 축적해 놓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통일비용은 통일한국의 이연자산(移延資産)이므로 통일 후 경제 효과가 함께 고려돼야 한다. 독일 통일 후 15년간 동독의 인프라 구축, 환경 개선, 첨단산업 유치를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한 결과 현재 통일 전 동독지역의 생산성과 1인당 국민총생산(GDP)이 모두 서독지역의 80%를 초과해 현재 독일경제의 거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다.

문제는 막대한 초기 통일비용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다. 독일은 통일비용의 일부로 20년간 470억유로의 EU펀드를 활용했다. EU는 경제통합으로 창출된 이익의 일부로 EU의 통합과 조화를 위한 각종 펀드를 마련, 인프라 구축이나 저개발 지역을 위해 활용하고 있다. 마침 지난달 말 제주에서 열린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선 동북아 경제통합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 의제의 하나로 한국의 통일비용, 즉 낙후된 북한의 개발비용 확보를 심도있게 논의해야 한다.

한국팀의 잇따른 승전보를 기대하며 또한 북한팀도 간식으로 북어 많이 먹고 마지막 남은 아이보리코스트전에서 승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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