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서브프라임 부실과 같은 위기가 오기 위해서는 3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높은 LTV와 차입자의 상환능력 감소, 그리고 전략적 파산이 가능한 법적 환경이 그것이다. 이런 조건 하에서 차입자의 원리금 지급능력이 떨어지면 차입자는 쉽게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게 된다. 남아있는 채무를 상환하느니, 차라리 담보로 잡힌 주택을 금융기관에 넘겨주는 것이 낫다고 보는 것이다. 차입자의 이런 행동은 결국 금융기관의 부실과 주택시장의 침체로 연결되어 파국을 맞게 된다.
그런데 최근 주택분양시장을 들여다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서브프라임 부실과 같은 파국이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주택분양시장의 분양대금 지급구조를 보면 5% 수준의 계약금, 50∼60% 수준의 중도금대출, 입주시 잔금납부 구조로 돼 있다. 시행사들은 계약금 수준을 낮추고, 중도금대출에 대한 이자를 주택 완공시까지 대납하는 방식으로 수분양자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법으로 미분양문제를 해결하려다보니 이런 지급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여기에다가 주택가격이 하락하자 일부 수분양자는 전략적 파산까지 고려하는 것같다.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낸 60% 정도의 돈 중 자기자본은 계약금 5% 정도니, 주택담보대출로 보자면 LTV가 90% 정도 되는 셈이다. 이런 상황 하에서는 계약금을 포기하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는 생각에서 분양계약을 해지해달라며 중도금대출의 이자지급을 거절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일부 수분양자가 중도금대출의 이자를 지급하지 않자 그 불똥이 시행사에 떨어졌다. 시행사는 수분양자가 중도금대출을 받을 때 지급보증을 해주었기 때문에 금융기관들이 시행사에 대위변제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시행사는 중도금으로 받은 대출금을 대위변제해주고 수분양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면 되지만 문제는 시행사 역시 대위변제해줄 능력이 안 된다는 데 있다. 이러다보니 시행사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중도금대출에 대한 이자를 대납해가면서 파국을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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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가 보이지 않는 이 불안정한 균형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