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해외 악재와 국내 증시

신성호 우리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2010.05.2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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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해외 악재와 국내 증시


4월까지 투자자들의 기대를 부풀렸던 주식시장이 5월 들어서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물론 하락률만 놓고 보면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지만 기간을 감안하면 비교적 큰 폭의 하락이어서 당혹스러운 점이 없지 않다. 더구나 그간 주된 매수주체였던 외국인투자자들이 가격을 불문하고 연일 상당한 규모의 주식을 처분하는 것은 금융위기 시절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실로 이번 주가하락의 원인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해외요인이어서 당장은 해외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듯하다. 이 때문에 부정적 관점에서 우리 상황을 평가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지나치게 곤혹스럽게 여길 것은 아니다. 물론 당장 또는 하반기에 주가가 기대만큼 성과를 내기는 버겁겠지만 그렇다고 고통이 연이어지거나 깊어질 것 같지는 않다.



현 유럽 상황을 크게 우려하지 않는 것은 동 부문과 관련된 사안이 부정 일변이지 않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사안은 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등 일부 국가가 재정적자를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는 점인데 방향 자체는 적절한 것 같다. 이들 국가의 부채가 늘어나면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 국가가 재정지출을 줄이면 그만큼 경기부양이 덜해져 경기침체가 이어질 수 있다. 실로 5월의 주가하락은 부채가 많은 국가의 경기부양 주저에 대한 우려 때문이어서 어찌보면 현재 주식시장을 비롯한 자산시장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의 IMF시절을 참작할 때 몇몇 국가 때문에 세계경제가 크게 난처해질 것 같지는 않다. 해당 국가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당장 문제가 되는 PIIGS 국가들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5%가량에 불과하다. 여기에 영국까지 덧붙여도 그 비중은 12%가량에 그친다. 그런데 IMF시절 고통받은 아시아(일본 제외), 동유럽, 러시아, 남미 등 해당 국가들의 세계경제내 비중은 30%가량이었지만 당시 세계경제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그런대로 원만했다. 특히 1997∼98년 상반기 당시 선진국 주가는 원만하거나 상승세를 이어갔다. 실제로 당시 선진국 주가가 타격을 입은 기간은 2주에 불과했다.



부연하면 우리의 IMF시절 세계경제의 30%가량 되는 부분이 큰 부담을 받았지만 당시 세계경제가 원만했던 점을 감안하면 세계경제에서 변방으로 밀려나는 PIIGS국가들의 경기둔화를 그렇게 비중 있게 다룰 것은 아니라 여겨진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들 국가의 경기둔화보다 이들의 긴축이 국제 금융시장의 교란을 줄이는 점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또 PIIGS문제로 상당기간에 걸쳐 국제금리가 낮은 수준을 유지할 듯한 점도 고려해야겠다. 주요국들이 당장 금리인상을 시도하기에는 현재 상황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물론 각국이 결국 금리를 인상하겠지만 PIIGS문제 등을 지켜보아야 하기에 당장은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 같다. 금리를 인상해도 단계적으로 시행할 것 같은데, 이러한 점이 점진적으로 경직됐던 주식시장을 유연하게 만들 것 같다.

특히 현재 우리 기업들은 사상 최대 이익을 시현하고 있다. 당사 수익 추정 대상 144개 기업의 올해 이익은 67%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예상이익기준 PER(주가/1주당순이익)은 9.5배에 불과하다. 이 PER 수준을 금리로 환산하면 10% 넘는데, 이는 현재 3%대 예금금리 대비 높은 경쟁력을 지녔다. 금융위기를 겪은 직후여서 투자의 기준이 수익성보다 안정성 쪽에 치우친 점은 이해되지만 이처럼 현재 주식은 높은 경쟁력을 지녔다는 점을 주시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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