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변화읽기와 윤리적 리더십

머니투데이 문형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2010.06.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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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변화읽기와 윤리적 리더십


#장면1. DEC(Degital Equipment Corporation)은 1960년대와 1970년대 미니컴퓨터시장의 최강자였으며 해커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기업 중 하나였다. 그러나 1998년 컴팩에 인수됐고, 컴팩은 다시 2002년 휴렛팩커드(HP)에 합병되면서 이제 이름만 전해오는 기업이 되고 말았다. 왜 이렇게 됐을까. 중대형 컴퓨터를 대체하는 미니컴퓨터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의 우위에 대한 자만심과 시장의 변화를 고집스럽게 부정하다 결국 가정에서는 컴퓨터가 필요없으리라는 잘못된 인식이 주된 이유였다. 최고경영자와 엔지니어들이 산업의 변화를 자기방식대로 해석하고 있었던 것이다.

#장면2. 지방선거가 끝나고 며칠 후 택시에 타서 듣게 된 한 택시기사의 생각. 그의 말을 옮겨보자. 과연 우리나라에 진정으로 국민을 위해 행동하는 정치인이 있는가, 다 자신의 이익을 적당히 포장해서 추구할 뿐이지 않은가 반성해야 한다는 것. 그러면서 구청장 공천에 있어서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말을 잘 들을 사람, 혹은 잠재적 위협이 되지 않을 사람을 공천했다는 항간의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용히 그리고 분명히 의견을 제시했다.



한나라당과 보수의 참패로 여기는 6·2지방선거가 끝난 지 보름이 지났다. 그러나 여전히 여진은 진행 중이다. 월드컵 축구 열기 속에서 조용히 속으로 끓어오르고 있을 뿐.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번 선거의 손익계산서를 제각기 다르게 작성하고 있겠지만 기업의 경영자에게 주는 교훈(만약 있다면)은 무엇일까.

많은 정치평론가가 이번 선거 결과는 집권당인 한나라당에 대한 견제심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참여정부 때도 중간선거나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적이 별로 없었기에 집권당에 대한 견제심리의 발현이라고 보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 국민은 언제나 견제만 하는가? 약한 자에 대한 동정? 약한 자 편에 서는 우리 국민의 정서이기 때문일까?



사실 권력을 잡은 집단이 더 일을 잘할 수 있도록, 그리하여 사회 발전에 더 공헌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이 논리적일 게다. 문제는 능력에 대한 과신, 그에 더하여 그 능력을 다수 국민에게 전달할 소통능력도 없으면서 강요하는 무능력 때문이라 볼 수밖에 없다. 전달되고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능력은 아무런 의미가 없고 오히려 해를 끼칠 뿐이다. 왜 우리 진심을 몰라주느냐고, 왜 항상 뒤틀어서 보려 하느냐는 항변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음도 사실이다. 그러나 국가를, 혹은 조직을 책임진 사람에게는 진심을 알리고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바로 그들이 해야만 하는 책무인 것이다. 언제까지 소통의 문제라고 원론적인 말만 할 것인가. 국민에게 혹은 종업원에게 보이는 모습 하나하나를 세심히 고민하고 행동할 때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지는 법이다.

보수진영의 참패라는 어떤 분의 지적처럼 이번 선거는 진정한 보수의 모습을 고민하게 만든 사건이라 볼 수 있다. 보수는 끼리끼리 몰려다니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편가르기의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보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보고 여러 카리스마적 리더를 분석하면서 비윤리적·카리스마적 리더의 특징을 제시한 몇몇 학자의 견해가 떠올랐다. 정치가들이나 기업의 경영자들이 진지하게 경청할 필요가 있는 연구라 생각된다.


그들에 따르면 비윤리적·카리스마적 리더는 조직이 아닌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리고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일방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밀어붙이는 특징을 지녔다는 것이다. 또 의사소통을 하는 데 있어서 비판적인, 혹은 반대하는 견해를 억누르고, 자신의 결정을 아무런 의심없이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며, 부하의 욕구에 무관심한 특징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행동의 도덕적 기준은 자신의 이익을 만족시키기 위해 외적인 도덕기준을 편의에 따라 사용하고 있으며, 즉 의사소통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자신의 개인적 이익을 지지하도록 부하들을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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