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보금자리 후폭풍'

부천(경기)=장시복 기자 | 2010.04.12 08:12

경기 서남부 청약현장 '썰렁'..보금자리 인근 집값 '하락'


#. 지난 10일 토요일 오후 경기 부천 중동에 위치한 KCC건설의 '소사뉴타운 KCC스위첸' 모델하우스. 개관 이후 처음 맞은 주말이어서 한창 북적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내부는 썰렁했다.

소사본동 백동단지를 재건축하는 이 아파트는 부천 소사뉴타운 개발 이후 첫 수혜지라는 점을 내세우며 84~128㎡ 119 가구 일반 분양을 실시했다. 지난달 30일 3차 보금자리주택 발표 이후 처음으로 경기 서남부에 공급되는 민간 물량이어서 결과가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내부에 방문객은 듬성듬성 보였고 분양상담석 6자리는 절반도 못 채우고 있었다. 분양 담당자들도 당혹해 하는 분위기였다. '김연아' 홍보물까지 내세우며 마케팅 활동까지 펼쳤지만 반응이 기대에 훨씬 못 미친 것.

소사뉴타운 KCC스위첸 분양관계자는 이런 상황을 '보금자리주택 때문'이라고 한마디로 정리했다. 그는 "분양을 준비하던 중에 광명·시흥 등 3차 보금자리 발표가 나면서 분양을 미룰까도 했지만 여러 사정상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며 "설마 했던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보금자리주택 때문에 청약자들의 '분양가 눈높이'가 매우 달라진 점이 실감된다"고 덧붙였다.

이 아파트의 분양가는 3.3㎡당 1300만원 선으로 실제 이날 현장에서 만난 방문객들은 "요즘 나오는 보금자리에 비하면 비싸다는 느낌"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발길을 되돌렸다. 또다른 관계자는 "그나마 보금자리주택 타킷층과 겹치지 않는 실수요자들에 기대를 걸고 있다"며 "순위 내에서나 마감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천·광명·시흥 등 대표적인 경기 서남부 지역에 보금자리주택이 대거 공급되면서 미분양이 쌓이는 등 민간 분양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 하고 있다. 경기 서남부의 경우 3차 지구로 발표된 분당신도시급 광명·시흥지구(9만5000가구)를 비롯해 인근 2차 지구인 부천 옥길지구(8000가구)와 시흥 은계지구(1만2000가구)까지 잇따라 개발돼 '매머드급' 물량이 몰릴 예정이다.

분양가도 주변 시세보다 50~70% 저렴하게 책정되고 인프라도 한층 개선될 전망이어서 경쟁력이 있다. 따라서 인근의 민간 분양 시장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다수다. 실제 지난해 말부터 올 초 분양이 잇따랐던 광명 하안동·철산동 재건축은 3차 지구 발표 후 적체된 미분양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말그대로 '보금자리 쇼크'인 셈이다.

경기 서남부 보금자리 예정지 인근의 기존 아파트값 하락도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정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차 지구 발표 후 이달 초까지 예정지 인근 아파트 매맷값 변동률을 분석한 결과 부천 범박동과 시흥 은행동이 각각 1.51%, 0.65%씩 떨어졌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보금자리주택 공급으로 주택 소비자들이 저렴한 분양가에 대한 기대가 많아져 가격 민감도가 높아지는 양상"이라며 "기존 주택시장과 신규 분양 시장은 당분간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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