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례 보금자리 당첨자 '승자의 눈물?'

머니투데이 송복규 기자, 송충현 기자 2010.04.06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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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분양가 4억6000만원…자금마련 어려운 서민 많아

사진=유동일 기자ⓒ사진=유동일 기자ⓒ


#1. 위례신도시 신혼부부 특별공급 보금자리주택 전용 84㎡에 당첨된 직장인 권모(34)씨는 요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보금자리에 당첨된 기쁨도 잠시. 4억원이 훌쩍 넘는 분양가를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다. 권씨는 현재 경기 수원에서 8000만원짜리 전셋집에 살고 있다. 저축, 펀드 등 금융자산은 2000만원 정도다. 전세보증금과 저축을 모두 합치고 준공될때까지 월급을 알뜰살뜰 모아도 최소 3억원은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

#2. 위례신도시 생애최초 특별공급 전용 51㎡ 당첨자 박모(29)씨도 분양대금 고민에 밤잠을 설친다. 공무원이던 남편이 퇴직한 뒤 수개월째 새 직장을 얻지 못한 터라 걱정이 더 크다. 수십대 1에 달하는 청약경쟁을 뚫고 어렵게 잡은 내집마련 기회인 만큼 놓치고 싶지 않지만 박씨의 수입만으론 생활비를 감당하기도 벅찬 상황이다. 중도금 대출을 받는다해도 매달 100만원에 달하는 원리금을 갚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시범지구·위례신도시 등 수도권 보금자리주택의 분양대금을 마련할 길이 없어 속앓이를 하는 당첨자들이 늘고 있다.

서울 강남권 등 인기 지역에 주변 시세보다 싼 아파트가 공급된다는 소식에 무작정 청약했다가 주택 구입자금이 부족해 마음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수년간 내집마련을 준비해 온 40대 이상 당첨자보다 신혼부부, 생애최초 등 특별공급에 청약한 20∼30대 당첨자일수록 분양대금 걱정에 발을 구르는 경우가 많다.



지난 2일 사전예약 당첨자를 발표한 위례신도시의 전용 84㎡ 분양가는 4억6000만원선, 전용 51㎡의 경우 2억7000만원선에 달한다. 이는 주변 시세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지만 무주택 서민들이 감당하기엔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위례신도시 분양공고에 따르면 보금자리 '입주예약자(본 청약 후 계약자)' 대상 국민주택기금 대출은 전용 60㎡ 이하 최대 5500만원, 전용 60㎡ 초과 85㎡ 이하 최대 7500만원이다. 우리은행 등 근로자서민주택 구입자금은 국민주택기금 대출을 포함해 최대 1억원까지 받을 수 있지만 부부합산 소득여건 2000만원 이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보다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한 수요자들은 은행에 높은 이자를 지불하고 개별적으로 추가 대출을 받아야 한다. 준공 후 중도금대출을 담보대출로 전환할 때에는 총부채상환비율(DTI), 담보인정비율(LTV) 등 대출 규제가 적용되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위례신도시 보금자리주택에 당첨된 한 무주택자는 "이번 기회를 놓치면 영영 위례신도시에 입성할 수 없을 것 같아 앞뒤 따지지도 않고 청약했다"며 "분양가를 모르고 청약한 것은 아니지만 막상 분양대금 마련할 생각을 하니 가슴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사전예약 당첨권리를 포기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결정이다.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에 당첨됐다가 포기하면 향후 2년간 다른 보금자리주택에 사전예약할 기회가 박탈되기 때문이다.

보금자리주택 인터넷 동호회의 한 회원은 "보금자리 당첨을 축하하는 지인들의 축하 인사가 이어지고 있지만 사실 울고 싶은 심정"이라며 "3차 보금자리부터는 강남권 물량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많으니 무슨 수를 써서든 입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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