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회계 불일치 오해와 진실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김지민 기자 | 2010.02.25 14:29

장부상 숫자 불일치는 사실, 분식 및 파생상품 손실은 루머

국민은행의 대차대조표 상의 주요 재무 계수와 전산 원장 수치가 일치하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는 본지 보도와 관련 증권 시장에 근거 없는 온갖 루머가 떠돌고 있다. '국민은행 100조원 대 분식설' '파생상품 손실설' 등이 대표적이다.

일부 언론에서 '루머'라는 표현을 동원, 확인하지 않은 내용을 피상적으로 기사화함으로써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또 일부 선물 거래자들이 단타 거래로 이익을 보기 위해 악의적 소문을 퍼뜨리고 있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KB금융 핵심계열사인 국민은행의 전산시스템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루머와의 연관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은행의 혈맥이라 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을 허술하게 관리해 온 국민은행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리딩뱅크'임을 자부해왔지, 그에 걸 맞는 시스템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이다.

머니투데이는 '국민은행의 대차대조표와 전산원장의 숫자가 일치하지 않는 것이 금감원 검사 과정에서 발견됐다'는 사실을 단독, 취재해 24일 오후 6시에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보도했다. 25일자 오프라인 신문에서도 관련사실을 보도했다.

머니투데이의 온라인보도 후 홍콩과 뉴욕 등에서 한국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외국투자자들로부터 문의가 빗발쳤다. '한국의 리딩뱅크인 국민은행에서 그런 일이 발생했다면 국민은행은 물론 한국 기업의 회계를 믿기 어렵다'는 것.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및 국민은행으로부터 "국가신인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전달됐다.

머니투데이는 국민은행의 대차대조표와 전산원장의 수치 불일치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불필요한 오해로 국익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는 판단으로 온라인 기사를 삭제했다. 그런데, 온라인 기사가 삭제된 이후 오히려 확인되지 않은 '악의성 루머'가 확산되고 있어 정확한 사실을 알리기 위해 전후 사정을 밝힌다.

◇국민은행 '부인'으로 일관하다 오류 인정= 수치 불일치 발생 여부에 대한 본지의 최초 취재에 국민은행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음 날 구체적인 추가 취재가 이뤄지자 "충당금, 파생상품 거래 등 비 온라인화 돼 있는 계정에서 오류가 발생했다"는 점을 뒤늦게 인정한 뒤 "원인 규명이 된 사안이라 문제될 게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다 24일 오후 6시 보도가 현실화되자 국민은행은 25일 자정 쯤 해명자료를 통해 해당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국민은행은 "2006년도에 비온라인계정 관리 방식을 온라인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고객과 직접 관련이 없고 거래발생빈도가 낮은 업무 중 일부 보조원장을 없앴다"고 밝혔다. 그 대신 거래 건별(LOG DATA) 정보를 총계정 원장에 직접 반영하는 방식으로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2006년 3월 이후 보조원장 없이 거래된 누적 거래의 합이 과다하게 산출된 것으로 추정 된다"며 "외부 회계법인과 공동 실사를 통해 건별(LOG DATA) 검증을 완료했으면 또한 B/S 잔액의 정확성 여부도 검증됐다"고 주장했다.

국내 최대 은행으로 전산시스템을 그만큼 허술하게 관리해왔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막대한 금액의 전산 원장 수치 오류가 발생했지만, 바로 잡았다는 것. 그래서 문제될 게 없다는 얘기다.

◇무엇이 문제인가?= 하지만 오류를 방치하다 감독당국의 지적을 받고서야 국내 최대 회계법인까지 동원해 허둥지둥 원인 찾기에 나섰다. 또 이를 "단순 해프닝"으로 치부하고 "다른 은행도 다 그런다"는 물귀신 같은 태도까지 보이고 있다. 문제가 정말 해결됐는지 여부는 감독당국의 검증을 거쳐야 할 사안이다. 당국은 국민은행에 대한 추가 검사를 준비하고 있다.

주재성 금감원 부원장보는 25일 긴급 브리핑을 갖고 "2010년 1월5일부터 2월2일까지 국민은행에 대하여 실시한 IT부문 검사과정에서 일부 계정과목 금액이 해당 전산원장 금액과 불일치한 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주 부원장보는 "국민은행이 과거 은행 통합과정에서 전산화하지 못한 계정(비온라인 계정)의 관리 소홀에 기인한 것으로, 회계상의 오류는 전혀 없는 것으로 소명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은행의 소명을 포함한 실제 상황을 확인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또 있다. 국민은행은 해명자료에는 "~2006년 3월 이후 보조원장 없이 거래된 누적 거래의 합이 과다하게 산출된 것으로 추정되나~" 라는 대목이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추정되나'라는 표현이다. '추정'의 사전적 의미는 '명확하지 않은 사실을 일단 있는 것으로 정하여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일'로 돼 있다. 국민은행이 수치가 불일치하는 것에 대한 원인을 제대로 찾았는지 의심 가는 대목이다.

국민은행 외부감사를 담당하고 있는 회계법인이 관련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국민은행의 원인 규명 과정에는 삼일회계법인이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삼일회계법인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 검사 과정에서 대차대조표와 전산 원장 불일치 사실이 지적됐는지는 모르겠지만 회계감사 과정에선 나온 건 아니다"고 말했다.

KB금융 지주 출범 전까지 외부감사를 맞은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은 해당 사실 여부 확인을 거부했다.

안진회계법인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지금 클라이언트도 아니고 회계감사 관련 사항은 전혀 말할 수 없다"며 "국민은행 감사를 맡았던 기간에는 특별한 문제가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불일치 왜 생겼나= 은행의 전산시스템은 크게 보면 계정계와 정보계로 구분된다. 계정계는 온라인으로 매일 처리되는 데이터를 모아 놓는 공간이다. 예컨대 각 영업점 단말기와 연결돼 실시간으로 거래 데이터를 반영한다. 이와 달리 정보계는 계정계를 포함한 모든 정보를 쌓아 놓는 창고다. 투자은행(IB) 본부에서 단말기로 파생상품 거래를 할 경우 전산 원장이 다 정보계에 쌓이게 된다.

정보는 차곡차곡 찾기 쉽게 쌓아놔야 된다. 데이터 시스템이 많을 뿐더러 계정과목 코드도 다 다른 탓이다. 정보에는 원천 데이터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런저런 부서에서 이를 빼내 가공해 사용하다보면 변형된 데이터가 창고에 쌓이게 된다. 원천 데이터는 1인데 여러 가공 단계를 거치다 보면 1.5가 되는 식이다. 가공하면 할 수록 숫자가 변경된다.

이런 데이터가 창고에 뒤죽박죽 쌓이게 되면 원천 데이터 찾기가 쉽지 않게 된다. 집안 여기저기에 물건을 던져두면 정작 쓰고 싶을 때 필요한 물건 찾기가 쉽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결국 창고에서 원천 데이터가 아닌 가공 자료를 사용할 경우 수치가 맞지 않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예컨대 가끔 은행 내 여신과 리스크 관리 담당 부서에서 같은 항목으로 뽑은 수치가 맞지 않는 일이 벌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수치 불일치는 결국 원초 데이터와 가공된 데이터가 뒤섞이면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민은행이 원인 규명을 했다면 쌓여있는 데이터 중 원초 데이터를 찾는 작업을 진행했다. 수치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가공된 데이터가 아닌 원 데이트를 찾아야 하는 탓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간 시스템을 관리하면서 데이터 수치를 일치시키는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수치 맞추는 작업을 하는데 적잖은 시간과 인력이 투입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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