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에 몰린 젊은 초상 "고깃배라도 타야하나"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 2009.03.01 10:20

[금주의이슈] 빚갚기 위해 배를 탄다는 고민에 경험담이 넘쳤다


"친구가 5000만원이나 되는 빚 때문에 배를 탄다고 하네요. 도와줄 방법이 없어서 막막할 뿐입니다."

청년백수가 100만명을 넘어선 요즘 돈을 벌기 위해 배를 타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취업이 안 되는 청년들이 돈벌이를 위해 육체적 고난과 각종 안전사고를 무릅쓰고 바다로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바다에서 전문적으로 고기를 잡는 어부와 달리 벼랑 끝에 내몰려 이 같은 선택을 하고 있다.

최근 다음 아고라 고민방에는 한 네티즌이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저인망 어선을 탈 수밖에 없는 친구의 사연을 올려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엘리베이터 수리기술까지 갖춘 이 청년이 채무 2400만원이 2년여간의 이자와 사채 돌려막기 등으로 5000여만원으로 불어났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네티즌은 "친구는 배를 타는 것이 현재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배를 탄다 해도 빚을 다 갚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일반 사람들이 섣불리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들었는데 (친구만 생각하면) 답답하다"고 글을 올렸다.

수많은 네티즌들은 이와 관련해 격려 글을 포함, 많은 글을 올리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자신의 경험담을 공개하며 배를 타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만큼 같은 경험을 해본 이들이 많다는 의미다.


필명 누렁은 "파산면책 신청해서 일부 빚을 탕감 받고 나서 나머지 돈은 갚으라고 하는 게 좋을 것"이라며 "파산면책은 그렇게 어렵지도 않고 설령 했다고 해서 인생이 크게 달라지지도 않다"고 피력했다.

웃자히히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네티즌은 "한 달 정도 배를 타 봤는데 아무나 타는게 아니다"며 "죽으면 죽었지 정말 연봉 10억원을 줘도 배는 안탈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하루에 4시간 잤는데 그물 늦게 걷히는 날이면 한 시간도 못잔다"며 "하루 종일 한자리에서 그물만 잡고 있는 게 너무 힘들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네티즌도 "돈 문제 때문에 1년간 정말 힘들게 배를 탄 적이 있었는데 결산 금액이 800만원 정도 됐다"며 "배를 탈 정도의 각오가 있다면 사회에 나가서 다른 일을 해서 이보다 더 많은 돈을 벌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했다.

젊은 시절 단련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소수 의견도 있었으나, 인권의 사각지대로 몰릴 수 있다며 우려하는 글들이 많았다. '노가다'라도 하려해도 건설현장 일용직 노동자 자리 얻기도 힘들다는 댓글에서 현 실업사태의 심각함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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