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지체장애인 어머니를 때려 숨지게 해 충격을 줬던 전모씨 미니홈피
# 사례2: 지난 25일 여성들이 생활정보를 주고받는 한 인터넷 카페가 발칵 뒤집혔다. 자신의 직업이 연구원이라고 자랑하면서 인기를 얻다가 결국 '분란'을 일으킨 한 회원이 거짓말을 해온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이 드러난 것은 그 회원이 올린 '인증샷'(본인확인을 위해 올리는 사진) 때문. 유명 '얼짱'의 사진을 공개하며 자신이라고 주장하다가 거짓 행각이 들통났다.
이러한 이들을 가리키는 '다중이'라는 별칭도 등장했다. 사이버공간에서 다중인격을 지녔다는 뜻이다. 한 네티즌은 "가끔 역할극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번 컨셉트는 뭐, 다음 컨셉트는 뭐, 라는 식으로 미니홈피를 운영하기도 한다. 한 친구는 '나 이제 학교 선생님 컨셉트로 놀거야'라더니, 누가 보면 진짜 교사처럼 보이도록 홈피를 꾸며놓기도 한다"고 말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들의 행동이 정신병에 가깝다고 분석하고 있다. 익명성을 무기로 자신의 실체를 감춘 사이버 자아가 인터넷 공간에선 현실의 자아보다 억압된 욕망을 더욱 잘 드러내기 때문이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정상인보다 이 같은 행동을 쉽게 한다는 반응이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사이버 공간으로 투영된 자신의 욕망과 사이버 자아와의 구분이 힘들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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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또 쌍방향 매체인 인터넷에선 사용자의 인지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사이버공간에서 원활한 의사소통과 순기능적 사회관계를 이루려면 자신이 사용하는 의사소통 도구의 특성과 이에 반응하는 인간의 심리·행동적 반응을 성찰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들 혹은 정신적으로 궁핍한 사람들이 사이버에서 자신을 과대포장하거나 도가 지나칠 정도의 거짓말을 한다"며 "의도적으로 과대망상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실제 자신의 모습을 사이버에서 심하게 속이다 보면 정신병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러한 성향이 범죄로 발현되기도 한다. 지난해 지체장애인 어머니를 때려 숨지게 한 전 모씨(여, 32) 관련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그는 인터넷상에서 스스로 "가수 G고릴라와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고 주장하며 그를 10년간 스토킹 했다. 또 자신이 다니지 않은 대학을 나왔다고 하고, 검사와 결혼할 것이라고 주장해 네티즌 사이에서 유명인이 됐다. 미니홈피는 화려한 드레스나 모피코트,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자신의 사진으로 도배했다.
전씨는 아버지는 일본 건설회사 대표이자 재일 민단의 거물이고, 어머니는 1970년대 동양방송 공채로 탤런트 활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고인이된 어머니는 전동 휠체어를 타는 지체장애2급으로 기초생활수급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