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의사 부족에 따른 응급실 의료대란에 정부가 군의관을 추가 투입하기로 한 9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지나가고 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응급실을 둘러싼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오늘 추가로 군의관 235명을 응급의료를 중심으로 인력이 필요한 의료기관에 배치한다. 2024.9.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211개 수련병원 전공의 1만3531명 중 91.1%에 달하는 1만2329명(13일 기준)이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전공의 대다수는 정부의 태도 변화 없이는 복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응급실 전문의 번아웃은 응급실의 진료 제한·축소로 나타나고 있다.
이 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6명 중 1명이 휴직에 들어가면서 남은 5명이 번갈아 가며 응급실 당직 근무를 서 왔다. 중증 환자 위주로 진료하며 응급실을 축소 운영했지만, 전문의들의 피로가 쌓이면서 추가 공백이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달 전문의 6명 중 2명이 동시에 휴직·병가를 내면서 두 차례 일시적으로 응급실 운영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가 이 병원 응급실에 응급의학과 군의관 2명을 파견했으나, 중증·응급 환자 진료에 부담감을 호소하며 응급실 근무를 기피해 중환자실에서 근무 중이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의사 부족에 따른 의료대란에 응급실 운영이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12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 응급의료센터 의료진 부족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4.9.1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남은 교수(전문의)의 당직 횟수 등 업무량은 내년에 폭증할 전망이다. 전공의의 빈 자리를 채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던 올 하반기 모집에 전공의가 고작 125명(전체 모집 대상의 1.7%)만 지원하는 데 그쳐서다. 매년 3000명가량 배출되던 신규 전문의가 내년엔 급감한 데다, 100명 안팎의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남은 교수들이 정년 퇴임 전 줄사직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안과 A 교수는 "이미 번아웃이 와 언제 그만두고 개원할지 고민 중"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수시를 강행해 결국 내년 의대 정원을 1509명 더 늘리겠다고 하니 진료와 당직도 힘든데 내년에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A 교수는 올해 만 60세로 해당 과 최고참이지만, 주 1회 당직을 선다. 이 병원 안과 전공의 8명이 지난 2월 모두 떠났고, 남은 전문의 7명 중 2명이 최근 번아웃으로 사직했다. A씨는 "안과 전문의들은 이 체제가 계속 간다면 올 연말을 넘기지 못하고 줄줄이 사표를 내겠다는 분위기"라며 "이미 40대 전후 젊은 교수들은 연내 사직하고 개원하기로 결심을 굳히는 분위기"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의 상급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응급의학과 B 교수는 "전공의가 해온 당직을 대신 서면서도 낮에는 진료를 그대로 한다. 이 생활을 7개월째 이어오다 보니 진료와 교육을 병행하기 힘들다"며 "내년에 신규 전문의도, 신규 전공의도 없는데 내년에 학생을 왕창 교육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이라고 호소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의대 증원이 중단되고 전공의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 외에는 사태를 해결할 다른 방법이 없다"면서 "추석 이후 응급실 근무 교수와 전문의의 피로도 증가로 응급실 진료가 더 축소될 수 있고, 의료가 단순히 진료를 보기 어려운 단계를 넘어서 재난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